벼락스타가 된 남자친구 데이브 따라 뉴욕에 온 그레타는 믿고 있던 그가 변심을 하자 집에서 나오고 맙니다. 뉴욕 쪽방에 살고 있는 친구집에 잠시 살게 된 그레타는 상심한 마음을 달래려 나선 까페에서 노래를 하게 되죠. 아무도 집중해서 듣지 않는 그녀의 노래를 그러나 누군가는 듣습니다. 그가 바로 댄이죠. 한때 뮤지션계의 혁명을 가져온 천재적인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린 그지만, 명성이 퇴색한지 이미 오래... 연이은 음반 실패와 이혼, 그리고 알콜중독은 그를 벼랑끝까지 몰아 넣었고, 이제 그에겐 더이상의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그때 그레타의 노래가 들려온거죠. 갑작스럽게 떠오른 영감에 그는 황홀해집니다. 무심한 청중들의 반응에 뻘쭘해져서 내려온 그레타를 붙들고  댄은 함께 음반 작업을 하자고 매달립니다. 황당한 그레타는 그를 믿어야 할지 아니면 알콜중독자의 주사로 봐야 할지 헷갈립니다. 우여곡절끝에 자신이 창립했지만 어제부로 잘린 회사로 그레타를 데리고 간 댄은 그녀를 동료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합니다. 기립박수를 치며 이런 천재를 어디서 데리고 왔냐고 환영해줄 줄 알았건만, 그들의 대답은 음반을 직접 만들어 오라는 것입니다. 그게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하겠다면서요. 문제는 음반을 만들만한 돈이 그들에겐 없다는 것이죠. 비록 지금은 영락한 신세이긴 하지만 한때 임기응변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한 과거가 있는 댄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돌아가려 합니다. 그들은 스튜디오가 아닌 뉴욕 거리를 돌면서 그들의 노래를 녹음하려 하는데요, 과연 그들의 시도를 먹힐 수 있을까요?

 





맨처음 그레타가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들려주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가 그다지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서 있는 그레타가 내 친구라면 노래 잘한다고 박수를 쳐줄지 모르지만서도, 가수 지망생이라는데 노래 실력이 그 정도라면, 우린  모두 민망함을 감추며 시선을 딴데로 돌려야 할 것이다. 까페 안 손님들이 집중을 못하는것은 그러니까 당연한 것이었단 것이다. 그래도 음악 영화인데, 노래를 잘하는 배우를 섭외하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앞으로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댄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그레타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의 직업은 프로듀서, 말하자면 음악을 주무르는 요리사다. 그는 그레타라라는 훌륭한 재료에 어떤 양념을 치면 맛있는 음악이 탄생할지 곧바로 떠올리게 된다. 그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그레타의 노래를 들어보니, 댄이 난리를 치는 것도 이해가 가더라. 같은 노래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노래가 다르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적어도 귀가 고생하진 않겠구나 싶어 안도했다. <원스>의 감독, 혹시나 전작처럼 감정 과잉이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절제를 잘 했다.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아내에게 버림 받은 두 사람이 만나 음악으로 치유를 받는다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최대한 진부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려 노력한 것도 마음에 든다.. 이래 저래 아슬 아슬, 흠을 잡으려고 한다면 보이는게 많아서,  완벽한 영화라고는 하기 힘들었지만, 이 작품엔 어떤 단점이 있건 간에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최강의 카드가  있으니, 바로 음악이다. 영화 중반에 댄이 언급하듯, 음악은 단조롭고 진부한 일상을 꿈같은 세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거리를 거닐고, 지하철을 타며,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일상을 잊게 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약은 없으니까. 그런 음악의 장점을 이 영화는 최대한 부각시켜 활용하고 있었다. 음악과 함께라면 뉴욕도 그냥 뉴욕이 아니다. 뉴욕거리가 , 지나가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음악과 함께라면 전혀 이해되지 않던 아내도 외계인처럼 구는 딸도 친근해진다. 음악과 함께라면 상심한 마음도 추스릴 수 있고, 미쳐 말하지 못한 진심도 전달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음악의 힘이다. 치유자로써의 음악, 단지 돈벌이나 성공을 위한 음악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음악에는 그런 치유력이 있고, 그런 진정성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영화는 성공이었다.  104분이 지나는 사이에 감독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간혹 어설픈 구석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작이지 않는가 한다. 열정이 사라져 희망이 보이지 않던 루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것만으로 신나서 방방 뛰던 댄 역의 마크 버팔로의 연기가 특히 좋았고, 우려했던 애덤 리바인의 연기가 못봐줄 정도는 아니여서 놀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그를 주목하게 되는건 그가 노래할 때다. 유니크한 보이스와 안정적인 음정은 그가 달래 가수가 아니란걸 알수 있게 해줬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는 맨처음 언급한대로 그녀의 목소리만 듣는다면 굉장히 어색할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장점이 부족한 가창 실력을 어떻게 다른 것으로 커버하는지 잘 보여준다는 점에도 있어서, 어떻게 음악을 편집하고 다듬는가에 따라서 같은 사람이 부른 것이래도 현저하게 다른 노래 처럼 들려오게 하더라. 해서 나중에 녹음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을 보면 진짜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실제로 그녀가 영화를 찍는 과정을 통해 노래를 잘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무언가의 도움을 받은게 아닌가 라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뭐, 이 영화를 보다보니, 목소리는 노래의 일부분이더라. 그외 많은 것들이 더해져, 매력적인 노래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게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게, 요리처럼 음악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재료 자체만 먹는다면 우리 식탁은 얼마나 심심하겠어. 해서 우린 이런 저런 요리법을 연구해내고, 양념을 가미하는 것이겠지.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게 있는데, 어쩜 음악은 남자들이 더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은 것이었다. 영화가 여성 취향의 전개라 집중하기 그닥 좋은 작품이 아님에도, 음악만 나왔다 하면 남자들이 조용해지는 거다. 꼼지락대지도, 무언가를 먹지도 않으면서 집중해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 재밌단 생각이 들었다. 음악은 역시 우리를 꼼짝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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