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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EBS의 교육 다큐멘터리 <아이의 사생활>을 보면서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하고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생활에 얽매이게 되면, 불행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늦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에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빅 픽처>>의 벤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업(윌스트리트의 변호사)을 가진 중산층의 가장이다. 월급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부인과 두 아들이 있으므로 누가봐도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벤은 불행하다. 그가 원하는 삶은 변호사의 삶이 아닌, 사진가의 삶이었으므로. 그리고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삐걱거리는 부인과의 관계도 하루하루가 시한폭탄인것만 같다. 매일 같은 열차를 타고 매일 지루한 일을 하는 댓가로 받는 돈의 액수는 크지만 그의 삶에서 "행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최근 부인의 행동이 영 수상하다.
"자기 처지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렇지만 자기 처지를 조금 더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118p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 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119p
현재의 내가 싫다고 부정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인정하고 그냥 조금 불행하게 살아가거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거나. 벤의 경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그의 행동이 최선이었을까.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최소한 그가 행동할 만큼의 동기는 확실하다. 그는 불행했고, 아내를 사랑했으며 사진가라는 직업을 너무나 동경했으므로.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그의 제 2의 인생은 계획에 의한 것이다.
이젠 게리 서머스가 된 벤. 아이러니하게도 게리가 게리가 아니고, 벤이 벤이 아니었을 때 이들의 재능은 빛을 발했다. 그리고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벤 혹은 게리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런 짐을 짊어지고 어떻게 살아?"
"자기가 슬픔을 안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냥 사는 거지."...479p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을 바라던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나는 행복할까? 그럼 최선은 과연 무엇일까. 벤의 삶을 보며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같은 재능이지만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하는 이 세상을 살아갈 벤의 숙명은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삶. "최선"이라는 선택을 하면서 버텨온 그이지만 어쩌면 빌의 말처럼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세한 부분들이 모여 "큰 그림"이 완성된다는 벤의 깨달음처럼 작가는 아주 세세한 벤의 상황들을 모아 커다란 하나의 삶을 창조해냈다. 독자는 벤에게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고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보다는 벤을 훨씬 더 지지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