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양식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5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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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6권의 소설 중 3번째로 읽은 책이다. 제일 두꺼워서 가장 마지막에 읽고 싶었으나 절판으로 중고책 가격은 올라가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자니 순서 상 3번째로 읽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좀 아쉽다. 뭔가 앞의 두 권보다 훨씬 포괄적이어서 가장 마지막에 읽었더라면 작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읽었던 두 권은 여성 소설의 느낌이 많았다면, <인생의 양식>은 그야말로 인간의 인생에 대한 책인 것 같다. 주인공도 한 명이 아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베넌과 사촌인 조, 이웃에 사는 시베스천과 넬, 그리고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만나 얽히게 되는 제인까지. 그야말로 한 시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자라나 자신만의 꿈을 찾고 나아간다. 때로는 방황도 하고 때로는 맞서기도 하면서. 하지만 전쟁(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사실 베넌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인물들의 인생에 대한 서술도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이다. 각자의 환경에서 각자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가지고 자란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그 방향대로 행동하며 서로 반목하기도 하고 다시 이어지기도 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그 중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도 있고 공감이 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동정하게 되고 안타까운 이들도 있다. 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그야말로 이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확신하게 됐어. 인간만큼 가련하고 바보 같고 우스꽝스럽고, 그러면서 그다지도 완전히 놀라운 존재는 없다는 것을......."...15p

그런 거 아니겠는가! 때론 좌절하고 때론 행복해하며 그렇게 삶을 이어간다는 것!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삼키는(그 과정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란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을 살 수도, 그저 눈앞의 편안함과 안정감만을 생각하며 사는 삶도 있고, 눈앞의 진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허황된 꿈을 쫓아 사는 이도, 그런 이를 기다리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도 있는 것이다.

반백 살이 되고 보니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어그러진 인생관을 갖게 되지 않도록 아이들만큼은 잘 키워야겠다고,ㅋㅋㅋ 그런 생각이 든다. 무려 6주간에 걸쳐 읽느라 힘들었는데, 다음엔 한번에 쭉~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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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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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면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그저 따뜻한 봄, 하루 쉬며 놀 수 있는 날이 될 테고,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사활을 건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다.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선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매번 선거를 앞두고 그 놈이 그놈이네~ 하는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이도형의 장편소설 <국회의원 이방원>의 첫 느낌은, 마치 지금의 정치를 보는 듯 화려함 가득한 표지 그대로였다. 드라마나 웹툰화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한 소재에 "이방원"이라는 캐릭터까지 더해져 흥미 위주의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정치부 기자로 8년을 일했던 작가의 경험과 의지로 소설은 의미가 더해졌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인 이동진은 처음 자신이 정치에 발을 담글 때의 열의와 정의로움에 지쳐가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올바른 정치를 이끌어 가기엔 이동진은 너무나 올바르고 곧은 사람이었다. 때문에 참신한 의원에서 조금씩 비주류로 밀려나고 돈과 서로를 비방하는 정치에 더이상 갈 곳을 잃고 무기력해지던 참이다. 그때, 이동진은 종묘 행사에 참석했다가 태종의 위패와 부딪는다. 이후 이동진은 이동진이 아니게 된다.

설정 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른 역대 조선의 왕들보다 "이방원"인 이유가 있을 터. 가장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세종대왕이 아닌 태종 이방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해 온 행보들이 무척이나 정치적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소설 속에서는 그런 이방원이 이동진을 도와 단지 권력과 돈으로 움직이는 정치가 아닌, 개개인의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정치의 기반을 돕는다.

읽는 내내 진짜 이런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반복해서 생각한다. 그러니 <국회의원 이방원>은 올바른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상을 그린 것이다. 또한 그 권력의 끝을 바라는 이방원과 진짜 목적만을 생각하는 이동진의 대립으로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이 시기에 읽기 가장 좋은 책이 아니었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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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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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몇 년 새 인기있는 "따뜻함"을 강조하는 장소 소설들 중... 이번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어보았다. 막상 읽어 보니 그보단 일본 특유의 감성 소설쪽이라고 해야겠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의 사고가 묘사된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승객 127명 중 68명 사망한 대형 사건. 곧이어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나타난다는 '유키호'라는 유령과 그 유키호에게 설명을 듣고 그 사고 열차에 승차할 수 있다는 이야기. 단, 네 가지 규칙이 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 피해자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고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지나기 전 내려야 한다는 사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9p

그 뒤 책은 총 4화로 나뉘고 앞의 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유족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인, 아버지, 좋아하는 사람, 남편의 이야기. 그저 사랑의 이야기인가 싶던 이야기들은 이야기가 이어지며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사회의 불합리함 등을 드러내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무엇보다 마지막 화에서 유키호라는 인물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된다.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잠깐 어떤 사건, 사고를 통해 깨닫지만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면 잊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그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려 감동적인 책을 찾아 읽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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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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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은 순수 4컷 만화책과 만화 에세이, 둘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비슷하지만 개인적으론 순수 만화 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아마도 마스다 미리 개인의 이야기보다 만화 속 드러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내게는 더 재미있는 듯.

이번 만화 에세이는 여행 에세이이다. 플라이 북에 떴길래 딱히 끌리지는 않았지만 대여! 이게 플라이 북의 장점인듯 장점 아닌 장점. ㅋㅋㅋ (플라이북 추천인 코드 : 9WUC2B) 어차피 내 돈 내고 빌려보는 거긴 한데 무제한 대여라는 말이 참 아무거나 빌려보게 만드는 것 같다. ㅎ

하여간~ <마음이 급해졌어~>는 2014년부터 2017년에 걸쳐 마스다 미리가 패키지 투어에 홀로 참가하면서 보고 듣고 먹은(거의 대부분) 것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마흔 살이 넘어가며 더 나이 들면 힘든 여행은 힘들지 않을까...싶은 마음에(동감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 50ㅠㅠ) 여기저기 다녀 본 여행기.

북유럽의 오로라 여행에서부터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프랑스의 몽생미셸과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여행, 마지막으로 타이완의 핑시 풍등제 여행을 담고 있다. 짐 쌀 때의 노하우 같은 것들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트렁크 한 쪽을 비워두고 올 때는 선물로 채워온다~는 참 마음에 드는데, 생각보다 별 걸 다 들고 간다.ㅋㅋ 뭐, 개인 취향이니.

무엇보다 유럽 같은 곳을 3박 5일로 한 나라만 다녀 온다거나 하는 것들은 참 부러웠다.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다른 건 둘째 치고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은 함 가보고 싶다. 마스다 미리도 엄청 좋았는지 이후 친구들과 또다시 여행한 곳이라고. 10년 전 이야기니 또 올랐겠지?ㅠㅠ

내가 가지 못하니 여행 에세이를 읽는 건 대리 만족으로 반갑고 재미있다. 그래도 언젠간 나도 가보리~ 하며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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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3-21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언젠간 가리라 하며 늘상 꿈꿔 봅니다^^
언젠간 꼭 가봐요~~~!
 
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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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시타 나츠라는 작가의 책들을 읽어나가는 중이다. 처음 읽었던 <양과 강철의 숲>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 두세 권의 책들을 찾아 읽었고 그 또한 마음이 따뜻해지고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들이라 이제 그녀의 책들은 믿고 읽을 수 있다. 그 와중에 제목도, 표지도 꼭~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신들이 노는 정워>이다. 다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그녀의 목소리가 온전히 담긴 에세이다. 보통 소설가의 소설과 에세이는 조금 다른 면도 있어서 소설과 에세이 모두 마음에 드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엔 어떨지~


작가는 2남1녀를 자녀로 둔 주부다. 중학생 둘의 형제와 초등학생 딸을 둔 미야시타는 남편의 강력한 주장으로 홋카이도 중에서도 아주 깡 시골인 도무라우시에 1년간 산촌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냥 조금 시골이었으면 하는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남편과 아이들은 이왕이면~ 하면서 한여름에도 10도 정도를 웃도는 산 속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보내는 1년은 남편의 바람대로 행복할지~ 아니면 작가의 우려대로 위험하고 힘들지~.


읽어나가는 동안 이 집안 사람들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보여서, 또 작가의 무한 상상과 표현법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내내 큭큭, 깔깔깔~하며 읽었다. 1년 동안의 시골 생활을 소설 월간지에 연재하면서 작가는 이 홋카이도의 세세한 자연 풍광 등은 잘 묘사하지 않는다. 물론 전혀 묘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그 마을의 분위기, 이웃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 들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버무려낸다. 이게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마치 일본의 센류 표현법같은 작가의 문장들은 그녀의 재치와 문학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고, 한층 더 밝고 재미있게 만든다. 읽다 보니 나도 가고 싶어졌다. 좁은 곳에선 홀로 살 수 없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나 작가의 1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서 우리도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용기가 부족할 뿐~

우리나라엔 작가의 에세이는 이 책뿐인 듯하다. 아쉽다.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너무 좋아서 책 속에 출간 소식을 알렸던 또다른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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