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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맛 - 음식으로 탐사하는 중국 혁명의 풍경들
가쓰미 요이치 지음, 임정은 옮김 / 교양인 / 2015년 1월
평점 :
역사와 전통은 오래될수록 대접받는다. 그러나 인간의 '입맛'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은 언제
나 최고를 지향하고, 최신을 추구하며, 단 몇년만에 새로운 음식문화를 가꾸어 나아가는 존재
인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 생각하는 많은 전통요리들도 알고 보면 알게 모르게 '오늘날의
입맛'에 맞추어, 그 나름의 변화를 꾀한 흔적이 보인다. '맛' 이것에는 영원한 정체란 없다.
그야말로 '미식'은 인간의 역사와, 그 속의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빠른 부흥도, 몰락
도 할 수 있는 가치관이다.
그 증거로 '맛의 제국' 중국의 역사에 있어, 가장 비참한 혁명으로 불리우는 '문화 대혁명'을 살
펴보자, 당시 중국은 지도자 마오쩌둥의 가치관에 따라, 평등의 가치관 아래 중국을 변화시키
려고 했다. 때문에 과거 청나라의 몰락 이후로도 '고급식당' '전통식당'으로서 그 맛과 역사
를 지켜오던 많은 식당이 강제적으로 문을 닫았고, 그 속에서 일하던 많은 요리사들과 관계자
들이 '부르주아의 앞잡이' 라는 명분아래 탄압받았다. 10년... 그야말로 혁명은 10년 가
까이 계속되었고, 그 때문에 중국의 구세대와 신세대는 '맛'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많은 차이점
을 가지게 된다.
평등을 강요하는 공산주의 속에서, 대중들은 점점 하나된 맛, 평등화된 맛에 길들여
져 갔다. 특히 어린시절부터, 평등화 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점차 자라면서 과거의 맛
을 알지못하는 진정한 공산주의 전사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렇기에 조금만 더... 한 10
~20년 더 마오쩌둥이 집권하고, 또 그 정책을 유지하여 나갔다면 중국의 전통의 맛은 그야말
로 괴멸의 길을 걸었음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분리된 홍콩과, 권력자의 식탐은 그 괴멸을 막아준 최고의 '타임캡슐' 이
되어, 중국의 맛을 되살리는 씨앗의 역활을 하였다. "부흥" 이 단어에 걸맞게, 오늘날 중
국은 '맛'에 대해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다. 그 증거로 오늘날 중국의 음식은 일찍부터
세계로 뻗어 나아가, 많은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 아니한가? 그야말로 중국은 맛으로
진정한 중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문화 대혁명 이전부터, 그 이후까지의 역사를, (중
국 현지에서) 혀와 피부로 접한 일본인 저자는 그때와 오늘날의 맛을 비교하면서, "아직 중
국은 과거의 맛을 완벽히 되찾지 못했다" 주장한다.
오늘날 중국의 맛은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복원사업'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역사,
전통, 당위성 따위는 상관없이 대표격 간판을 앞세운 체, 되도록 '화려하게' '크게' '놀랍게' '확
실하게' 만을 추구하며 시멘트, 페인트, 있는 것 없는 것 다 때려 넣으며 존재감만 과시하는 그
어리석음의 극치를 말이다. 그야말로 중화요리에 있어서, 역사와 전통의 맥은 희미하다. 아
니...애초부터 중국의 본연의 맛이란 무엇인가? 그 근본은 어디인가? 그 정의는 참으로 아리
송하다.
볶고, 튀기고, 굽고, 찌는 중화의 마법... 그리고 '신맛' '매운맛' '단맛'이 중화의 맛으로 정착
한 참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인가?중화의 마법속에 숨어있는 획일화의 망령, 과거의 아픔, 잃
어버린 입맛의 이야기. 그야말로 이 책은 맛의 제국 '중국의 황혼'을 이야기 한 가장 재미있고
도 흥미로운 근.현대사 서적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생각없이 중국요리라 생각
했던 많은 요리들의 진 면모를 발견하며,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던 '암흑기'의 중국을 새롭게 발
견하고 또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