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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김태환 지음 / 밥북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농촌으로 돌아가다. 오늘날 언론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보면,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점
점 늘어나고 있다. 과연 그것은 콘크리트를 떠나, 흙을 갈구하는 귀소본능의 일환일까? 아
니면 소수의 인간들이 선택하는 특별한 유행인가? 아니면 단순히 휴식을 원하는 부자들의 단
순한 유희인가? 그것은 각자 보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귀촌이란, 진정한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행하는 하나의 '선택' 이라고 믿고있다.
그러나 신도시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나에게 있어, 귀촌 그리고, 단독주택에서의 삶은 나름
대로의 각오를 요하는 것이다. 도시가스, 난방, 도난예방, 10분 거리의 각종편의시설... 이렇
게 도시에서 누리던 당연한 혜택에서 떠나, 스스로 필요에 따라, 직접 재료를 공수하고, 소비하
며 고생을 해야하는 불편함을 각오해야 하는 삶의 방식, 그야말로 어린시절 시골 뒷산에 올
라 땔감을 줍고, 밤을줍고 잠시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에 멍하니 땀을 식히던 그
삶을 남은 평생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그러한 삶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을 가
지게 되었다. 혼자 남겨졌을때, 그리고 나의 주변이 낮선 것으로 가득 채워졌을때, 그 채워
진 것이 '자연'인가 '물질'인가의 차이애 따라 사람은 우울함을 지닐 수도 있고, 뜻밖의 치유를
받을 수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각자의 삶을 지탱해줄 '근본'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근본의 시작은 '땅' 과 '흙' 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굳이 농사꾼으로서의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적어도 '도시' 그리고 '아파트'라는 물질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
제 더이상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휴식을 원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싶다. 직접 매실 나무를 심
어보고 싶고,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며 행하는 활터를 떠나, 마음껏 자유롭게 활시위를 당겨보
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이 소설 주인공의 '도전'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물론 소설에서
주인공은 땅을 사고, 집을 지어올리며, 몸고생, 마음고생, 상상을 뛰어넘는 지출을 치루며, 귀
촌생활의 가장 비싼 수업료를 치루었다. 땅을 사면서 삐걱~ 집을 지으면서 삐걱~ 주변을 가
꾸면서 삐걱~~~ 그야말로 그의 귀촌생활은 주인공의 나이에 걸맞게 않게 어리숙하고, 실수
투성이의 아이와 같은 미숙함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시골생활을 때려
치우느냐? 그것은 아니다. 후기에 그는 지금의 그 삶이 '혹 자신의 운명이 아니였나?' 하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고 점점 귀촌생활을 함으로서의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어쩌면 귀촌은 빠르게, 스마트하게! 이러한 오늘날의 생활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에서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의 가장 처절한? 선택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자유, 관계, 자본주의, 정보, 이
러한 홍수에서 나름 자유로워지기 위한 인간의 노력. 이처럼 귀촌은 여유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좋은 처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