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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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기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역사란 무엇인가, 라고 말이지. 뭐 생각나는 것 있나, 웹스터?”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내 대답은 좀 빠르다 싶게 튀어나왔다.
“그래, 안 그래도 자네가 그렇게 말할까봐 걱정을 좀 했는데.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기만이기도 하다는 것 기억하고 있나, 심슨?” ---p.33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제목 때문에 무심코 집어든 책이었다. 꽤나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줄거리를 인정받았다는 것이고, 또 뭐 빵빵한 상도 탔다고 하니 한번 믿어보고 싶어 선뜻 구매를 했다.

읽는 내내 뭔가 큰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라 내심 기대했지만 그런 재미보다는 글을 읽는 재미를 만났다고 하면 옳을까?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의 내용이 재미있다기 보다는 나는 작가가 주인공들을, 상황들을,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그런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충격적인 반전까지 더한다면...

사실, 나는 책을 다 읽은 후에 도대체 내가 이해못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언제부턴가 책을 읽어도 집중을 못하고 그런 까닭에 읽은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심각한 디지털 증후군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지적했던 그런 유형의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토니 웹스터만 몰랐던(?) 그의 인생과 전 여자친구 베로니카에게 벌어진 불행한 사건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반전인지도 모르겠고...

웃긴건 이 책의 반전, 결말이라는 문구로 네이버에 검색어가 완성되는 걸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가 보다.

 

그렇담 뭐가 문제였을까?

뭔가 의도하지 않은 채로 관객들을 속이는 마술사처럼 독자를 속이려 했다면 작가가 너무 과욕을 부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각치 못한 반전이나 결말을 대했을때 아차! 싶은 기분을 느끼는게 훨씬 솔직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물론 줄리언 반스의 글구성력이 수준이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저자의 의도가 이렇게도 어렵게 이해되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다.

 

다만, 그가 말하려는 인간이 반복하는 사실과 기억사이의 왜곡이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를 빚는지, 또 왜곡된 기억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얼마나 끔찍한 상처를 생성해내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책 제목때문에 호기심이 들기는 했지만 다 읽고 나니 제목이 가진 묘한 뉘앙스가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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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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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직책만으로도 뭔가 꿈을 이룬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언덕에 올라가는 것만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고 외로운 자리가 아닐까 싶다. 회사라는 작은 사회를 이끌면서 또 다른 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은 자녀 한 둘을 둔 가장의 무게를 초월할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남을 부려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은 함께 기뻐해도 실패는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가장 외로운 자리가 바로 사장이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성격마저 여린 아빠는 작은 사업을 하면서 여러 번의 고비와 상처, 실패를 맛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아빠와 함께 롤러코스터같은 삶을 살아야했다. 한참 잘 나갈 때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우리 아빠가 최고인 것 같았지만 끝도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때면 세상에서 가장 무능력한 사람이 바로 아빠라고 느껴졌었다. 그 시절 아빠는 지독한 괴로움과 외로움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한동안 술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날도 있었던 것 같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할 날이 다가오면 집에 있던 엄마까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분주하게 돈을 구하러 다니셔야 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정도만큼 망하고 나서야 아빠는 완전히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결정이 나자 오히려 편안한 얼굴이 되셨고 웃음과 여유를 찾으셨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오늘에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다. 이 책은 그동안 사장이라는 직책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투쟁하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책이라고 봐도 좋다. 사실 이 책은 2005년도에 이미 발간되어 2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개정되어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처절하게 외로운 자리에 있는 CEO 혹은 리더라고 불리는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커다란 짐을 떠안고 버티는지를 알려주며 마치 내가 당신 마음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눈물겨운 동조를 해주고 있다. 그랬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쓸쓸한 밤, 함께 해주는 훌륭한 벗이 되어 줄 수도 있고 힘과 위로를 주는 작은 메신저가 될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장이 아닌 이들이 이 땅의 리더들을 한 번쯤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과 사람 때문에 힘들어 오늘 밤에도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가 있다면 술잔 대신 쥐어주고 싶은 멋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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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사회 -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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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소문, 괴담, 루머,루머,루머...

어찌보면 우리는 정말 루머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눈뜨고 집을 나서는 순간 각종 인터넷과 잡지들을 통해 새로운 루머들을 접하고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또 다른 형태로 양산된 루머와 소문들을 만나게 된다.

연예인들의 가십거리용 이야기들부터 개인적으로 직,간접적인 연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문들에 이르기까지 내 귀에 들어오고 다시 내 입을 통해 나가는 이야기들은 공기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책에는 “자판기효과(Watercooler Effect)”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 용어의 정의는 ‘ 2명 이상의 직원이 자판기 앞에서 비공식적인 대화를 함으로써 생기는 효과’라는 뜻으로 루머가 만들어지고 퍼지는 장소와 영향을 알아볼 수 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루머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어김없이 유포되고 이들은 소문의 진위나 진실여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 이 자리에서 접하는 그 소문들 자체만 중요할 뿐.

이 책을 쓴 저자는 루머에 관한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세계 최고의 루머전문가로 유명한 만큼 내용 또한 루머의 생성과 파급, 영향에 대한 다양한 메카니즘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즉, 소문의 영향력과 뒷담화, 도시괴담, 소문이 퍼지는 이유는 물론 소문을 통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소문을 연구하고 설명한다. 사례로 제시되는 이야기들은 정치인의 인생이나 한 기업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결과를 초래해서 진짜 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그 파급력은 상상이상으로 엄청나서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 눈으로 확인했기에 책에서 언급된 사례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 기억에 198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아마도 삼양라면의 우지파동 사건일 것이다. 이 일 때문에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던 삼양라면이 15% 이하로 떨어져 회사가 폐업 직전까지 가는 고충을 겪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고 업계 2위였던 농심의 음모였다는 또 다른 루머가 만들어졌지만 삼양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 사건을 사실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또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잘못된 루머와 억측, 그에 따른 네티즌들의 비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회 속에서 생성되고 회자되는 루머들은 전달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요즘 같은 SNS시대에서는 그 영향력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루머는 시대와 문화,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속에 숨어있는 비정상적인 힘’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루머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물론 대다수가 부정적인 소문과 루머에 더욱 집착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처럼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이는 전 세계인의 루머와 관심사는 신제품 출시 이전부터 엄청난 광고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바이러스 경고메일처럼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송하고(잘못된 바이러스 경고라 할지라도) 함께 공유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더욱 좋은 쪽으로 유지시킬 수도 있다. 루머가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잘못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고, 관계 개선의 효과나 긍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루머의 힘을 이용해도 괜찮다.

따라서 이 책은 좀 더 중립적인 시각으로 루머를 바라보고, 평가하며 또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여 소문, 괴담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루머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루머가 가진 부정적, 긍정적인 힘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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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담아 온 중국 -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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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정확히 어떤 나라인지를 몰라서 두렵고 그래서 싫기도 하다. 매일 같이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을 접하고 사용하면서도 그 나라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이다. 특히 음식의 경우 중국산이라면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 정도다. 값이 2,3배가 비싸도 국산을 이용하는 편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가 왜 중국에 대해 이런 선입견을 가지게 된 걸까?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매스컴과 책을 통해 접한 중국은 양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까도 까도 진짜모습이 나오지 않는...또 주변 지인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가 그곳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해 쫄딱 망하고 돌아온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불거져온 중국의 역사왜곡은 점점 그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중국을 공부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작년 초에 한 권의 책을 읽은 기억은 난다.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오랜 시간 중국에서 실제로 살아온 저자들이 중국의 미래가 왜 암울한지를 낱낱이 밝히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진짜 모습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두려움이 더욱 커졌었다. 다만 지금 읽은 책과 비교하자면 이 책은 조금은 더 균형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도록 도와준다고나 할까? 물론 작년에 읽은 책 역시 중국에 대해 막연히 느꼈던 불안감과 어떤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던 책이 아니었나라고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이 어떤 중국 전문가의 논문 같은 책이라면 나는 30여페이지도 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책을 통해 이해하고 깨닫는 일이 나에게는 무척 어렵다. 오히려 영화나 다큐멘터리, 문화를 통해 접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유쾌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나눈 부자(父子)간의 대화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줄 정도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아큐정전을 썼던 루쉰은 중고등학교때 배워서 나조차도 알고 있는데 정작 저자의 아들은 아큐가 아버지 친구냐는 엉뚱한 물음을 한다. 이 물음에 아버지는 속으로 이렇게 답한다. ‘너 같은 아들을 둔 나는 몸을 던져 죽고 싶은 심정이구나’라는 독백으로.

 

이렇듯 두 남자의 대화는 솔직하고 유쾌하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려는 아들에게 대만의 아버지가 선물한 것은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함께 여행하는 것이었다. 해외여행이라고 해서 유럽이나 선진국을 기대했던 아들은 왜 하필 중국이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중국을 알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런 대답을 끝으로 두 남자는 중국의 헤이허를 시작으로 홍콩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시들을 돌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각자의 역사관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유적지에 가면 중국의 오랜 과거는 물론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거리를 지나면 보게 되는 풍경들을 통해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설득력 있게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문화와 경제, 정치, 사상에 이르기까지 중국 여행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진짜 중국이야기들은 중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독자들까지도 어느 순간 중국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보따리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대만사람으로서 중국에 대해 비교적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들었었다. 역사적으로 그들의 잘못된 자국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대만보다 낙후 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한다.

 

제국의 판도는 수시로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이치가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이 조선을 자기 영토로 편입시키는 건 하늘의 뜻에 순응한 것이고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건 온 세상이 공분해야 할 일이다.’ ‘중국이 둥베이를 빼앗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일본이 둥베이를 가지는 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논리를 당연하다고 여긴다. 중국인들은 모두 제국주의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제국주의자이다. <본문 P. 126>

 

이렇든 부자(父子)의 대화는 거침이 없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게 하고 아들이 몰랐던 중국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거친 세상으로 나갈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父情)은 부록처럼 딸려와 더욱 특별함을 선사한다.

 

배낭 밖으로 꺼내져 전해진 중국 이야기가 나에게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재미도 있었다. 어제 저녁 온라인 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다. 우리나라 대학생 2명중 1명이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읽으면서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기사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스펙만을 강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역사부터 가르쳐야함이 시급하구나라는 생각도 한 편으로 든다. 그런 의미로 누군가가 자녀와 함께 우리국토를 여행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대한민국 이야기라는 책이 나온다면 좋겠다라는 소망이 넌지시 생겨버린 이 책, 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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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 내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둔 진짜 이유
리처드 브로디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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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위안하며 살고 있는 요즘이었다.

내 마음 꼴리는 대로 살다가 직업을 여러 번 바꿔야 했고, 집안에서는 아직 철이 덜든 자식이었고 지인들은 나의 자유분방한 삶이 부럽다고 했다(적어도 겉으로는...)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럭저럭 남들 사는 대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안전한(?)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평범한 직딩의 하루를 나름 열심히 소화해내고 있다. 아직 못 이룬 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건 더 천천히 준비하고 계획하는 걸로.

또 나름 지금 하는 일에서는 예전과는 달리 보람도 느끼고 소명감도 느끼기에 아직까지는 크게 불만도 없다. 현재로서는 내 일에 있어서 좀 더 전문성을 키우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정도랄까?

 

이런 마음으로 요즘을 살아가는 내게 한 권의 책이 시비를 건다. 책 제목인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라는 문장이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정도면 뭐 만족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럭저럭 괜찮지 않아?라고 적당히 타협하는 날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는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브로디라는 사람의 이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인이었다. 그것도 대박으로.

하버드를 중퇴했지만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MS Word의 최초 버전을 개발했단다. 우와~ 그 유명한 빌게이츠의 기술 조언자까지.

그런 그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음을 느끼고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살고 싶은 대로 살기로 마음먹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그의 행적이 어떤 식으로 그에게 영향을 끼쳤는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왜 그렇게 행복한지를 말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사실, 한 번도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란 걸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렇게 누군가의 선망이 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한 순간에 뒤바꾸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는 그가 억대 연봉을 받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뛰쳐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다. 그저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오히려 우울해지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았다는 느낌을 전달했을 뿐.

 

그렇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리고 순간순간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는 게 어떤 기분인지는 살짝 알 것 같기도 했다. 언젠가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방송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라며 자기는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의 저자는 돈도 많고 일에 있어서 성공도 했지만 그건 잘하는 것일 뿐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고 그의 가슴이 뛰게 하는 일은 아니었던 거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나 역시도 무척이나 공감하는 중이니까.

 

절대 실패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험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실패란 안전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해볼 용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멋진 삶을 살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실패해야 한다. 그냥 겨우겨우 살아남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 속에서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을 유도해야 한다. 내 삶에 꼭 필요한 정말 중요한 교훈이라면 잘못된 것이 없다.

나는 그저 어떤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실패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도 있다.

나는 그저 산만했고, 회피했고, 무의식적인 패턴 때문에 실패했을 뿐이다.<본문 p.127>

 

그는 그래서 지금 행복하단다. 현재 자신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한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찌보면 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계발서책들이 다 그렇듯 유독 저자들만 잘 나가는 것 같은 비애감을 더 느끼게 하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착각하지 말 것은 나 혼자 행복하자고 당장 사표를 쓰란 말은 아니라는 거다.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으니. 책 중반쯤 부터는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들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그럭저럭 사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미루는 습관들, 그럴 듯한 변명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방법들을 나름대로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나에게는 가장 유용하게 다가왔다.

 

어찌되었든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나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꿈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조금은 불행하게 살든, 아니면 현실은 좀 괴로워도 꿈을 쫒아 살든 결국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사실. 그건 절대 불변의 진리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진 거 아닌가? 그럭저럭 살아도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결코 불행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저자와 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각자가 느끼는 대로 산다면 그게 최선일 테니까.

 

아무튼 책을 다 읽은 나의 소감은 ‘그럭저럭 살지 않는 삶도 멋있겠지만, 그럭저럭 최선을 다해 사는 삶도 괜찮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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