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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 내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둔 진짜 이유
리처드 브로디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위안하며 살고 있는 요즘이었다.
내 마음 꼴리는 대로 살다가 직업을 여러 번 바꿔야 했고, 집안에서는 아직 철이 덜든 자식이었고 지인들은 나의 자유분방한 삶이 부럽다고 했다(적어도 겉으로는...)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럭저럭 남들 사는 대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안전한(?)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평범한 직딩의 하루를 나름 열심히 소화해내고 있다. 아직 못 이룬 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건 더 천천히 준비하고 계획하는 걸로.
또 나름 지금 하는 일에서는 예전과는 달리 보람도 느끼고 소명감도 느끼기에 아직까지는 크게 불만도 없다. 현재로서는 내 일에 있어서 좀 더 전문성을 키우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정도랄까?
이런 마음으로 요즘을 살아가는 내게 한 권의 책이 시비를 건다. 책 제목인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라는 문장이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정도면 뭐 만족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럭저럭 괜찮지 않아?라고 적당히 타협하는 날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는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브로디라는 사람의 이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인이었다. 그것도 대박으로.
하버드를 중퇴했지만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MS Word의 최초 버전을 개발했단다. 우와~ 그 유명한 빌게이츠의 기술 조언자까지.
그런 그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음을 느끼고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살고 싶은 대로 살기로 마음먹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그의 행적이 어떤 식으로 그에게 영향을 끼쳤는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왜 그렇게 행복한지를 말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사실, 한 번도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란 걸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렇게 누군가의 선망이 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한 순간에 뒤바꾸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는 그가 억대 연봉을 받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뛰쳐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다. 그저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오히려 우울해지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았다는 느낌을 전달했을 뿐.
그렇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리고 순간순간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는 게 어떤 기분인지는 살짝 알 것 같기도 했다. 언젠가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방송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라며 자기는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의 저자는 돈도 많고 일에 있어서 성공도 했지만 그건 잘하는 것일 뿐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고 그의 가슴이 뛰게 하는 일은 아니었던 거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나 역시도 무척이나 공감하는 중이니까.
절대 실패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험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실패란 안전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해볼 용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멋진 삶을 살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실패해야 한다. 그냥 겨우겨우 살아남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 속에서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을 유도해야 한다. 내 삶에 꼭 필요한 정말 중요한 교훈이라면 잘못된 것이 없다.
나는 그저 어떤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실패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도 있다.
나는 그저 산만했고, 회피했고, 무의식적인 패턴 때문에 실패했을 뿐이다.<본문 p.127>
그는 그래서 지금 행복하단다. 현재 자신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한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찌보면 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계발서책들이 다 그렇듯 유독 저자들만 잘 나가는 것 같은 비애감을 더 느끼게 하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착각하지 말 것은 나 혼자 행복하자고 당장 사표를 쓰란 말은 아니라는 거다.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으니. 책 중반쯤 부터는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들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그럭저럭 사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미루는 습관들, 그럴 듯한 변명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방법들을 나름대로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나에게는 가장 유용하게 다가왔다.
어찌되었든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나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꿈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조금은 불행하게 살든, 아니면 현실은 좀 괴로워도 꿈을 쫒아 살든 결국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사실. 그건 절대 불변의 진리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진 거 아닌가? 그럭저럭 살아도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결코 불행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저자와 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각자가 느끼는 대로 산다면 그게 최선일 테니까.
아무튼 책을 다 읽은 나의 소감은 ‘그럭저럭 살지 않는 삶도 멋있겠지만, 그럭저럭 최선을 다해 사는 삶도 괜찮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