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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평점 :
사실 누군가를 오롯이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말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살면서 여러 번 경험했더랬다. 그래, 네 맘 다 알아...라고 진심을 다해 얘기해도 돌아오는 대답이 “도대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요?”여서 서운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 책의 저자 안은영은 그래도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다 공감하고 있다고.
뼛속까지 속속들이 들추어내며 조근조근 썰을 풀 수 있다는 건 그녀 역시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이자, 선배이자, 언니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나는 그녀의 전작을 읽지 못했기에 책을 읽기 전 작가의 프로필을 읽어 보았다. 슬쩍 보아도 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자 골드미스이지 싶었다. 왠지 자기만의 멋진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 당당하게 꿈을 펼치며 살아가는 여성인 듯해서 이런 부류의 사람이 평범한 우리에게 얼마나 공감을 하며 알아준다는 건지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었다.
그래, 뭐라고 하는지 읽어나보자.
이렇게 조금은 색안경을 끼고 책을 펼쳤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느낀 건 사람 사는 게 진짜 다 똑같다는 것이다.
오늘 점심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국인과 멋진 담소를 나누며 우아한 식사를 한 사람이건, 허기진 배를 잡고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찬 우유와 빵을 우악스럽게 씹어 넘겼든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유유자적하며 바다위를 헤엄치는 것처럼 보이는 백조가 실은 물속에서는 쉴새 없이 발길질을 한다는 사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시인 정호승도 이렇게 말했다.
“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이라고.
나이가 많든 적든, 인생의 경험이 많든 적든 우리는 모두 똑같이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악전고투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언니니까, 인생의 선배니까 저 보다는 낫겠지, 의젓하게 헤쳐 나가겠지 같은 부담스런 기대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언니들도 여전히 내일이 두렵고 오늘이 외로운 천상 여자이고 인간이란다.
책 속에 이런 말이 있다.
- ‘남들처럼’ 이라는 잣대처럼 무서운 게 없더라. ‘나도 누구처럼 목표를 이루겠다’는 롤
모델을 마음에 품고 의지를 다졌다면 네 심장이 계속 달릴 수 있는지, 네 다리는 아직
튼튼한지, 너를 감싸고 있는 공기가 아직 견딜 만한지 체크해봐. 남들처럼 전력 질주
하다가 막판에 갈팡질팡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기 싫다면, 뻔하게 나이 들고 싶지 않다면
일을 줄이고 네 삶을 살아. ‘남다른 삶’은 튀는 삶이 아니라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하는
삶을 뜻하는 거니까. - 본문. p. 92
이렇게 작가 안은영은 솔직한 자기고백과 함께 한 사람으로, 여자로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를 솔직담백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고백은 다른 누군가보다 더 정감있게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너무 위태롭고 어렵다는 후배의 문자에 이렇게 멋지게 답해줄 수 있는 언니가 되는 것마저도 부러울 지경인 이 책.
누군가의 소박한 위로가 필요할 때 한 번 씩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