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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플라워 - 내 방에 작은 정원
김혜진 지음 / 살림Life / 2010년 4월
평점 :
오래전에 꽃집을 운영하셨던 적이 있으신 울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꽃을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길가에 있는 꽃집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눈으로라도 실컷 즐기시거나 철 바뀔때마다 꽃시장에서 다양한 꽃들을 구입해 집으로 공수해 오신다.
처음에는 그저 신문에 돌돌 말려져 온 꽃들이 엄마의 손을 거쳐 집안 곳곳 방마다 새로운 분위기와 향기로 놓여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난 엄마의 손이 마술사의 손 같다고 느꼈었다.
그런 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꽃을 좋아한다. 꽃을 받는 것도 선물하는 일도 매우 많았는데 요새 들어 꽃은 실용성이 없다고 싫어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참 안타깝기도 하다.
오늘 내가 관심 있게 읽은 이 책 [쁘띠 플라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단지 꽃이 좋아서 꽃에 푹 빠져 있다가 플라워 디자인를 공부한 플로리스트가 되어 손쉽게 꽃을 가꾸고 꾸미는 노하우를 맘껏 알려주고 있다. 게다가 하나 하나의 책 속에 소개된 꽃에 대한 작가만의 에세이들이 함께 녹아들어 꽃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도 즐기는 독특한 경험도 하게 된다. 책으로만 살짝씩 보아도 꽃망울을 머금고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의 향연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이다. 꽃 그 자체로도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저자인 플로리스트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꽃의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화원으로 나가 여러 다발의 꽃을 담뿍 안고 돌아오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특히 책 속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장식 중 나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부분은 투명한 비닐백 하나와 한 줄기 꽃으로도 근사하게 꾸미는 방법을 설명한 부분이었다. 우리집에 흔히 돌아다니는 투명 비닐백 하나를 멋지게 장식해 옷걸이나 문걸이에 걸어둠으로써 집안이 환해지는 멋진 비법을 소개받은 것 같아 당장 실천해 보았다.
다행히 며칠 전 사다놓은 장미꽃과 백합이 몇 송이 있어 책에서 말한 대로 비닐백에 꽃을 대각선으로 꽂고 물을 부은 후 아파트 문고리에 걸었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도 폭발적이었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누군가가 반갑게 맞아 줄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말도 하고 보는 순간 미소가 절로 지어지더라는 이야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이웃들이 이 간단한 꽃 장식을 마음에 들어하셨다.
이처럼 저자는 화려하고 비싼 재료들로 꽃을 장식할 수 있다고 뻐기지 않았다. 얇은 비닐백 하나로도 혹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 하는 방법만으로도 멋지게 꽃을 장식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관심만 있다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로 가득차 있다.
이번 주말에는 모처럼 꽃을 보러 양재 꽃시장에 들러봐야겠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놈들을 고르고 집으로 데려와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 시켜줄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이건 이 봄을 맞는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소박한 사치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