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뇌를 써라 - 뇌의 부정성조차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뜻밖의 지혜
강동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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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나쁜 뇌가 무엇인가가 가장 호기심이 컸었다. 인간이 가진 뇌를 좋고 나쁨이라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본 적이 나는 한 번도 없었는데 나쁜 뇌를 쓰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저자 소개를 보니 뇌 의학자였으니 뭔가 전문적이고 어렵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도 살짝 있었지만 그건 책 몇 페이지만 읽어도 성급한 걱정이었음이 드러난다. 여러 가지 재미있고 독특한 그림들을 가지고 쉽게 설명된 다양한 뇌와 인간의 특별한 실험이야기들이 은근히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인터넷 웹 사이트를 서핑하다보면 인간의 착각이나 시각적 관점에 따라서 다양하게 보여 지는 신기한 그림들을 테스트 하는 것들을 종종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이나 예들이 그런 종류의 것들과 비슷하다. 언뜻 보면 뇌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심리학 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인간의 신비한 행동패턴이나 특별한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 이런 현상은 인간의 뇌에 어떤 특별한 장애가 생겼을 때, 혹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어떤 특별한 뇌의 작용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나쁜 뇌라는 건, 쉽게 말해서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뇌의 영역들이다. 즉, 쉽게 어떤 선택이나 결과를 합리화 해버리는 뇌라든가 왜곡하는 뇌, 또는 망각해 버리는 뇌 등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능력 중에서 우리가 ‘나쁘다’고 인식하는 뇌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일반 사람들이 누군가의 천재적인 기억력을 부러워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망각하는 능력은 괴롭고 안 좋았던 기억들, 슬펐던 기억들을 잊게 해줌으로써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준다는 관점이다. 혹은 실패를 곱씹고 또 곱씹음으로써 괴롭게 살지 않도록 우리의 뇌는 어떤 상황을 ‘합리화’하도록 함으로써 불편했던 기억과 감정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언젠가 EBS에서 기억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해 준 기억이 있다. 그때 어떤 여자가 등장했는데 그녀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자신의 과거를 영화를 보듯이 날짜별로 모두 기억해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과거를 회생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문제는 슬프고 끔찍했던 기억마저 평생 생생한 채로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 질 프라이스]

아! 얼마나 힘들까? 때때로 인간은 술이라는 것을 통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으려고 인위적으로 노력하기까지 하는데 이 여자는 그런 기억들을 매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책에도 이 여성의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이렇게 저자는 뇌가 가진 나쁜 면, 아니 다르게 말해서 나쁜 것이라고 사람들에 의해 인식되어진 반대적 특성들을 잘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기억-망각, 몰입-중독, 집중-산만’ 과 같은 뇌의 양쪽 측면을 적절한 균형을 통해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인간의 뇌는 어느 한쪽만 부각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반대 급부적인 특성이 골고루 상황에 맞게 작용할 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흐는 미치지 않았다. 그는 측두엽 뇌전증이라는 병을 앓았을 뿐이다. 측두엽 기능의 변화가 그의 창조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는 분명한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하는 뇌로 그림을 그렸다. 고흐는 뇌전증과 하이퍼그라피아라는 한쪽과 계획과 치밀함이라는 다른 쪽 사이를 오갔던 사람이다. 그는 ‘그림’이라는 목적을 위해 측두엽과 전두엽의 긴장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점을 찾으며 줄타기를 했던 창조자였던 것이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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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의료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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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일종의 신개념 서비스인데 환자는 자신에게 맞는 의학기술을 찾아 다른 도시 혹은 다른 나라로 방문하고 치료를 받는 동안 새로운 곳의 관광, 휴양을 더하는 그야말로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프리미엄 관광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건 꽤 오랜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잠깐 일을 할 때였다. 그 때 해외마케팅 부서에서 마케팅 관련 번역 자료를 찾고 번역하는 일을 했는데 내 기억으로는 태국과 싱가포르등이 의료관광에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관광사례나 마케팅 기법을 번역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의료관광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느꼈었던 기억이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되살아났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가깝기만 하면 쿠바로 의료관광을 가도 좋겠다싶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야 남미의 못 사는 나라 중 한 나라, 혹은 아직도 공산국가인 무서운 나라이겠지만 의료기술이 이만큼이나 발달한 곳이라는 걸 아는 이는 별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중의 하나이고.

 

하지만 쿠바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백신과 의약품을 개발하고 수출을 통해 거대한 외화획득이 가능한 나라이고 이들의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특히 수막염 B형 백신은 세계 유일의 백신으로 평가받았을 정도이다. 선진국보다 훨씬 싼 값에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다니 돈 없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책 속에 나온 다른 예를 한 번 들어보자면,

1990년 어느 스페인 여성이 자동차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모든 의사들이 치료를 포기했지만 쿠바의 국제 신경회복 센터에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고 불과 2개월만에 걷고 말을 하였다하여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어디 이뿐인가?

쿠바에서는 현재 ‘기적의 계획’이라 불리는 안과치료 프로젝트가 시행중이다. 볼리비아, 브라질, 자메이카인 등 15개국 이상의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한 환자들이 특별기를 타고 아바나로 날아와 수술 후 눈이 보이게 되어 돌아간다. 심지어 별 다섯 개짜리 관광호텔까지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박비,식사비는 물론 입국 경비도 무료이다. 이 시기에는 돈이 있어도 이 호텔들을 이용할 수 없고 심지어는 있던 사람들도 퇴거명령을 받는다. 왜냐구? 이 가난한 환자들에게 먼저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까지 17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의 수혜자가 되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들의 의료체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이고 그 기초도 무척이나 탄탄하다. 마을에서 환자와 함께 사는 패밀리 닥터 제도는 물론 외지, 빈곤하고 더러운 시골 촌 구석에서부터 실행되어지는 의료봉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그 위대한 탄생에 빛을 발한다.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의 경제봉쇄로 엄청난 위기에 닥쳐왔을 때 조차도 그들은 의료와 복지부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아까지 않았다. 군사비를 삭감했을지언정. 이러한 노력이 바로 지금의 세계적인 쿠바 헬스 케어 시스템을 완성한 데 힘을 보탰고 이 제도를 이해하고 잘 따라준 많은 의사들의 희생정신도 결코 작지 않다. 혼자서만 잘 사는 엘리트적 욕망을 누르고 다 함께 잘사는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했던 그들의 소망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들은 미국의 방훼로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의약품과 기술을 보유하는데 그것마저도 돈벌이에 급급한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았다.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고 로열티를 받아 더 많은 최첨단 기술과 연구에 사용하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판매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 이유는 제 3세계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렇게 정한 것은 제 3세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건 미래를 염려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p.102

 

해마다 300만 명의 아이들이 폐렴구군으로 목숨을 잃지만 미국산 백신은 4번의 투여량에 250달러나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쿠바는 값싸고 효과 좋은 백신개발에 몰두하는 것이다.

자, 어떤가? 이런 곳이 바로 쿠바라는 나라란다.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이 나라가 이렇게 누군가의 프로젝트대로 수행되어 질 수 있었던 건 아직 공산국가이고 통제받는 국민이라는 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나고 자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의료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이 쿠바의 헬스케어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데 그 이유는 옛날에는 혁명의 이름으로, 독재의 그늘에서 사회가 발전될 수 있었다면 지금 쿠바의 젊은이들은 너무 많이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까놓고 얘기해서 해외관광객을 하룻밤 상대해 받는 접대비가 그들 한달치 월급을 넘기고 돈이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를리 없는데 그들이 언제까지고 국가의 통제를 받으며 자신들의 욕망을 잠재울 수 있겠냐는 말이다. 하물며 고급기술을 가진 의사들이 선진국들의 장밋빛 러브콜을 거부하기란 실로 어렵지 않겠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자국은 물론 해외에서 봉사하며 수행해온 놀라운 업적들은 책을 읽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제 3국에 행하는 아낌없는 의료 원조는 물론 의사란 비즈니스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는 의사들. 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무상으로 교육시키는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의 정신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삐까뻔쩍한 첨단시설을 배경으로 담당의사랑 1분도 채 대면하기 어려운 대형병원이 아닌, 다 녹이 슬어 삐걱대는 의자에 앉아 진료를 받더라도 내 손을 잡고 내 아픔을 진지하게 듣고 처방해주는 그런 인간적인 의사에게 치료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란 생각이 오늘따라 더 간절해진다.

 

La mejor medicina es la que previene. (최고의 의료는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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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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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상당수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연예인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고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기도 한다. 

특히 예쁜 여자 연예인이 착용하는 옷, 가방, 악세사리는 걸어 다니는 광고라고 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공효진’이라는 한 명의 대한민국 여배우가 있다. 분명 그녀는 연예인이다.
대중들에게 예쁘게만 보이고 싶고 보는 시선 때문에라도 멋지게 꾸미고픈 여배우가 모피코트 하나를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이유는 그 제품이 단지 여우의 털이라는 것만으로.
이뿐만이 아니다. 집에서는 예쁜 화초를 키우고 강아지와 함께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한다. 환경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철저히 분리배출 할 뿐 아니라 돈 좀 번다고 쓸데없이 비싸고 큰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렇게 소박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그녀가 지구와 지구인들에게 좀 슬프지만 결코 절망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공효진의 공책』이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시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에서 이 책을 발견 했을때만 해도, 저자의 이름이 공효진이라는 걸 볼 때만 해도 이 책이 우리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흔한 다른 연예인들의 책처럼 패션이나 다이어트,미용에 관한 책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어느 지인께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공효진이 누구인지도 몰랐는데(연세가 좀 있으시다^^) 이 책을 읽고는 참 괜찮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이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나? 배우에 대해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 출연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가 쓴 책 내용에 감동했다고 하는 말들이. 나는 저자처럼 열혈 환경보호자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도 열심히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참 많았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한 번 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거창하게 환경운동가의 흉내를 내지는 않더라도 평범하게 지구를 보호하는 방법들을 눈여겨보는 그런 수준의 사람일 뿐이다.
그러다가도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서 알면서도 하지 말아야 하는 지구파괴 행위를 하기도 하는 속물이기도 하다. 그럴 땐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또 한번 자극을 받고 반성하게 되니 참으로 고맙다.

더욱 놀라운 건 저자의 이름값으로 마케팅하려는 뻔한 출판사들의 출간 제의를 그동안 거절해오다가 이번 책은 저자 스스로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발간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 하나만으로도 행동하는 청춘은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에 그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그녀라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쉬웠을까?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녀는 많은 옷들을 협찬 받고 대중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연예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예쁜 옷이라고 덥석 입지 않는다. 그것이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벗겨 이용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런 지구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자며 환경문제를 고민했던 그녀가 몇 마리의 여우가 희생된 여우털을 입고 브라운관에 선다면 사람들은 그녀의 진정성을 의심할 뿐 아니라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비난의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녀는 책을 쓰기가 많이 고민스러웠을테다.

하지만 이런 고민마저도 책 속에 자연스럽게 토로하는 그녀가 난 더 신뢰가 갔다. 그녀 역시 많은 순간 갈등하고 그 욕망에 져버리기도 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너무도 사고 싶은 예쁜 퍼코트를 고민하다가 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가 그렇게도 사고 싶어했던 퍼코트가 반값도 안하는데 사다줄까?라는 은밀한 유혹을 하는 전화 한통을.
그녀는 그만 오케이하고 받았지만 결국 쉽게 입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이성과 의지가 욕망을 압도하게 되었다고 실토하는 이 여배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그녀는 책 속에서 지구를 사랑하는 자신만의 방법과 마음, 또 여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욕망을 짓누르고 조금은 불편해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을 예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청구서에 붙은 비닐도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것부터 한 번 사용한 지퍼백을 재활용하는 이야기까지 이는 실제로 평소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그녀야말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도 지적했지만 밤에도 환하게 켜져 있는 전기조명을 볼 때면 그 전력소모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
하나하나의 작은 생각과 배려, 행동들이 모여서 얼마나 큰 일을 해내는지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목소리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너무도 강렬하다. 

 

나 하나가 책을 낸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거야. 좀더 큰 목소리와 큰 힘이 필요하지. 사실 나는 그러니까 책을 내는 이유가, 좋은 영향을 주려는 것보다, 안 좋은 영향을 좀 줄이고자 하는 거야. (p.208)

좀 더 큰 힘과 목소리가 하나 되어 지구가 건강해지는 그 날까지 그녀와 나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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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 소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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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눈이 즐겁다는 여름이 돌아왔다.  

덕분에 보여주기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한 남녀의 고통스런 다이어트도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뭐 여성들이야 1년 내내 다이어트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옛날 문헌이나 고대문명의 유적지를 찾아보면 배도 볼록 나오고 살집이 두둑한 여인이 다산과 부를 상징한다고 했건만 시대가 바뀌니 당연히 미의 기준도 변하는게 맞나보다.
그나마 과거 우리는 복스럽게 생긴 여인을 맏며느리감이라고 치켜세운 것도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강남 며느리처럼 보이려면 윤기 좌르르 흐르는 화장기 적당한 피부에 살짝 마른듯한 몸집, 그 위에 단아한 옷을 입어야 얼추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다이어트는 여성들에게 더 혹독하기만해서 뚱뚱한 여성은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인양 취급받은 지도 오래되었다.
왜 우리는 이토록 비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가? 언제까지 비틀어진 시각으로 인간의 몸을 속박하고 집착할 것인가에 대한 인류학적 해석이 재미있게 소개된 책이 나와 읽었는데 [Fat, 팻 -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우선 이 책에서 언급한 fat은 단지 비만하다만을 의미하지 않고 지역적, 문화적, 문맥상으로 ‘지방’ ‘살’ ‘기름진’ 등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비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나 어떤 실용적인 정보를 기대한 독자라면 다른 책을 찾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 교수인 저자들이 fat에 얽힌 문화적이고 독특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고 나름대로의 견해를 덧붙였을 뿐이다. 따라서 날씬함만을 강조하는 현대인들에게 이건 나쁜게 아니겠냐는 비판같은 것도 없고 그저 이런 관점도 있고 저런 문화도 있다는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것으로 나는 이해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니제르에서 저자는 거리낌없이 말하기로 유명한 여자에게 뚱뚱함의 매력이라는 주제를 어렵게 꺼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질문한 이의 순진함에 짜증을 내며 쏘아붙였다.
“이봐요. 저기 푹신한 요 위에서 자고 싶어요, 아니면 이 딱딱한 땅바닥에서 자고 싶어요?” (p.39)

이 부분에서 나는 풋!하고 가볍게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어쩜 이리도 유쾌한 비유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가 찾아갔던 니제르는 여자들이 뚱뚱해지고 싶어서 마음껏 먹는 환상의(?) 나라였고, 거대한 힙과 뚱뚱한 몸은 성적매력이 물씬 풍기는 몸매로서 모든 이들의 선망이 대상이 된다. 게다가 살찌는 비법들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데 이것을 많이 말해서도 안된단다. 어떻게 살을 찌웠는지 자주 이야기하면 다른 이들의 시기심을 불러일으켜 그 아이는 살이 빠지거나 아프게 된다는 속설 때문에.
이쯤되고 보니 인간이 정해놓은 어떤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제한적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가 그곳이 전부인양 믿고 오류를 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만 니제르의 경우는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마른 몸을 이상적으로 선호하다보니 각 나라마다 fat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정말 풍부하다. 미국으로 넘어가 보자.
영어에서 ‘뚱뚱한 fat'은 ’모아놓은 재산 the fat of the land', '두둑한 지갑 fat wallet', '수입이 좋은 일 fat job' 등의 표현을 써 ‘부유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그만큼 부와 비만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뚱뚱해질 정도로 과소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경제력과 부를 가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갱스터 래퍼들은 잘 사는 것과 잘 먹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엄청난 거구의 랩퍼들이 자주 발견된다. 




[Illustrator: Gurdev Baljeet]


1인당 성형외과 의사의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브라질은 또 어떤가. 한 달에 150달러도 벌지 못하는 인구가 전체의 60%가 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이 나라에서 한 해에 행해지는 성형수술이 35만건이라면 상상이 가는가. 게다가 이들에게는 아름답기 위한 수술부터 살을 빼기위한 의료행위까지 성형은 숨기고 비밀스럽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며 과시하는데 이는 직설화법으로 하자면 자기가 성형수술을 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수술이 그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한 가지야. 그건 바로 사회적 지위지.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그만한 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성형수술을 받는다고 말하는 건 멋진 일이지. 그래서 클라우디아나 클라우디아 가족들이 수술 이야기를 그렇게 공개적으로 하는 거야. 그건 클라우디아 가족이 돈이 많다는 걸 보여주거든.” (p.208)

어느 문화에서는 성적매력을 위해 살을 찌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가 하면 또 다른 문화권에서는 경제력과 부를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살을 빼고 성형을 한다. 그런가하면 백인 여성의 뚱보 포르노는 통용이 되어도 풍만한 흑인 여성의 포르노는 유통되지 않는 인종차별이 이런 부분까지도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저자들은 fat에 관한 각각의 다양한 문화적 현상과 맥락들,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추어지고 누락된 ‘스토리’들을 재구성해나가면서 우리에게 비만과 뚱보에 대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 이 여주인공의 열혈팬들에겐 조심스레 사과하는 바이다!]

자, 이쯤되면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니제르로 날아갈 살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지금의 대세에 맞춰 평생 S라인을 염원하며 극성스럽게 살 것인가 그건 순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이 책에서만큼은 단지 뚱뚱하다고 해서 죄가 된다고 보지는 않으니까.
다만 나에게 있어 세상이 내세운 잣대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인식의 차원이라는 것으로 사고가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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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1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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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서너번은 절에 가는 우리 집 식구들. 불심이 깊으신 엄마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절에 가시지만 바쁜 우리들은 그저 마음만으로 부처님을 모신다. 대부분의 절들은 깊은 산 속이나 공기 족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어도 한 번씩 다녀오면 몸과 마음의 피로가 단번에 풀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절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절밥을 얻어먹기 위함이 한 가지 더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도 절에만 가면 입맛이 돌고 그렇게 맛날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알듯이 절에서 나오는 밥은 진수성찬도 아니고 고급재료를 이용한 비싼 음식도 아니도. 그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밥과 나물 한 두가지, 김치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난 그 밥이 왜 그리도 맛이 있는지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는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우리같은 신도들은 수양하시며 소식하는 스님들이 아니기에 밥을 더 달라하면 공양주께서는 얼른 더 먹으라고 하시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에 한 그릇으로만 만족하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이 책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을 읽고 보니 절에서 얻어먹는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몸도 치유해주는 명약이었던 셈이다.

사찰음식의 대가이신 이 책의 저자 선재스님은 책을 통해 사찰음식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몸을 치유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 메시지에는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지구환경에 앞장서야하는 당위성은 물론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과 선한 불교사상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담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그러면서도 사찰음식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시는데 어떻게 우리몸에서 나쁜 질병을 몰아내는지, 또 이 재료로 만든 음식이 어떻게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지가 함께 설명된 사찰음식 부분은 스님이 음식 하나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또 작은 산나물 하나에도 고이 깃든 생명존중의 사랑을 담고 있는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스님 역시 간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1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는 고백에서 나는 깜짝 놀랐는데 그런 스님이 병원의 약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수양과 사찰음식을 통해 병을 완화시켰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스님 자신은 이렇게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시며 자신과 같은 많은 환자들을 위해 혹은 나쁜 음식에 길들여진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수많은 대중들을 위해 사찰음식을 전파하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계신 것이었다. 스님에게는 자연, 바람, 물, 하다못해 작은 먼지 하나까지도 다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데 이는 모든 것들을 귀이 여긴다는 사상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다.

“한 방울의 물도 부처님이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만 진정한 요리사다.”

이것이 바로 사찰음식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신비스런 힘을 전달해준다. 사실 현대인들의 병은 육체보다는 마음의 병이 더 클 텐데 사찰음식으로 먼저 마음을 치유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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