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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상당수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연예인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고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기도 한다.
특히 예쁜 여자 연예인이 착용하는 옷, 가방, 악세사리는 걸어 다니는 광고라고 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공효진’이라는 한 명의 대한민국 여배우가 있다. 분명 그녀는 연예인이다.
대중들에게 예쁘게만 보이고 싶고 보는 시선 때문에라도 멋지게 꾸미고픈 여배우가 모피코트 하나를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이유는 그 제품이 단지 여우의 털이라는 것만으로.
이뿐만이 아니다. 집에서는 예쁜 화초를 키우고 강아지와 함께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한다. 환경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철저히 분리배출 할 뿐 아니라 돈 좀 번다고 쓸데없이 비싸고 큰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렇게 소박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그녀가 지구와 지구인들에게 좀 슬프지만 결코 절망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공효진의 공책』이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시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에서 이 책을 발견 했을때만 해도, 저자의 이름이 공효진이라는 걸 볼 때만 해도 이 책이 우리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흔한 다른 연예인들의 책처럼 패션이나 다이어트,미용에 관한 책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어느 지인께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공효진이 누구인지도 몰랐는데(연세가 좀 있으시다^^) 이 책을 읽고는 참 괜찮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이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나? 배우에 대해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 출연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가 쓴 책 내용에 감동했다고 하는 말들이. 나는 저자처럼 열혈 환경보호자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도 열심히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참 많았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한 번 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거창하게 환경운동가의 흉내를 내지는 않더라도 평범하게 지구를 보호하는 방법들을 눈여겨보는 그런 수준의 사람일 뿐이다.
그러다가도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서 알면서도 하지 말아야 하는 지구파괴 행위를 하기도 하는 속물이기도 하다. 그럴 땐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또 한번 자극을 받고 반성하게 되니 참으로 고맙다.
더욱 놀라운 건 저자의 이름값으로 마케팅하려는 뻔한 출판사들의 출간 제의를 그동안 거절해오다가 이번 책은 저자 스스로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발간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 하나만으로도 행동하는 청춘은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에 그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그녀라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쉬웠을까?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녀는 많은 옷들을 협찬 받고 대중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연예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예쁜 옷이라고 덥석 입지 않는다. 그것이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벗겨 이용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런 지구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자며 환경문제를 고민했던 그녀가 몇 마리의 여우가 희생된 여우털을 입고 브라운관에 선다면 사람들은 그녀의 진정성을 의심할 뿐 아니라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비난의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녀는 책을 쓰기가 많이 고민스러웠을테다.
하지만 이런 고민마저도 책 속에 자연스럽게 토로하는 그녀가 난 더 신뢰가 갔다. 그녀 역시 많은 순간 갈등하고 그 욕망에 져버리기도 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너무도 사고 싶은 예쁜 퍼코트를 고민하다가 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가 그렇게도 사고 싶어했던 퍼코트가 반값도 안하는데 사다줄까?라는 은밀한 유혹을 하는 전화 한통을.
그녀는 그만 오케이하고 받았지만 결국 쉽게 입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이성과 의지가 욕망을 압도하게 되었다고 실토하는 이 여배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그녀는 책 속에서 지구를 사랑하는 자신만의 방법과 마음, 또 여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욕망을 짓누르고 조금은 불편해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을 예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청구서에 붙은 비닐도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것부터 한 번 사용한 지퍼백을 재활용하는 이야기까지 이는 실제로 평소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그녀야말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도 지적했지만 밤에도 환하게 켜져 있는 전기조명을 볼 때면 그 전력소모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
하나하나의 작은 생각과 배려, 행동들이 모여서 얼마나 큰 일을 해내는지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목소리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너무도 강렬하다.
나 하나가 책을 낸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거야. 좀더 큰 목소리와 큰 힘이 필요하지. 사실 나는 그러니까 책을 내는 이유가, 좋은 영향을 주려는 것보다, 안 좋은 영향을 좀 줄이고자 하는 거야. (p.208)
좀 더 큰 힘과 목소리가 하나 되어 지구가 건강해지는 그 날까지 그녀와 나 모두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