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숨은 세계사 여행 - 영화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김익상 지음 / 창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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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다는 책에 빠져 사는 내가 주말만 되면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있다. 바로 영화관련 프로그램이다. 방송 3사에서는 이 프로를 통해 신작영화를 소개하거나 몇 개의 영화를 비교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주는 이런 요소들이 참으로 재미있다. 특히, 어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의 숨은 의도등을 알게 되었을 땐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유혹마저 강하게 일어난다.

이렇듯 영화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오늘 읽은 [스크린에 숨은 세계사 여행]이라는 책은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워본다는 독특한 발상이 현실화 된 책이었다.

 

사실, 난 학창시절 역사공부가 너무 어렵기만 했다. 내가 알지도 못하고 희미한 교과서 속 사진으로 고대역사를 이해하려니 참으로 답답하고, 유적지나 인물들의 이름은 왜그리 헷갈리고 어렵기만 한 건지... 게다가 동양이건 서양이건 사로 죽이고 빼앗고, 싸우는 그런 피비린내 나는 시간들에 어떠한 관심도 생기지를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 했기에 아주 기본적인 지식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역사에 무지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 친하게 지냈던 남미친구가 한국이 왜 단일민족국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나보다 더 해박한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반박할 만한 강력한 역사적 지식이나 어떤 근거를 대지 못한 채 얼버무렸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처음 역사 공부에 소홀히 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영화를 통해 역사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면 정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잘못된 역사관이나 왜곡된 해석으로 제작된 영화를 받아들이면 안 되겠지만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열심히 보고 토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영화와 함께 관련 도서나 다큐멘터리를 참조한다면 더 좋을 것이고. 이 책에도 참고할 만한 책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책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불을 찾아서>를 통해 5,6백만년전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을 시작으로 <300>,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서양 제국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또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 리스트>라는 걸작을 소개하면서 제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의 비극을 안타깝게 설명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소재는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학습도구였음이 저자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이는 재미를 넘어서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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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산문집 (천줄읽기)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박지원 지음, 박수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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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학창시절 국어문제집에 그의 이름과 작품, 암기 포인트등을 열심히 적었던 기억이 난다. <양반전>은 몰락해가는 조선사회를 풍자하고 <허생전>은 실학사상이나 이용후생에 대한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라느니 하는 식의 것들을 아무런 이해나 의심 없이 외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작품에 드러나는 주제나 사상, 작가의 의도를 달달 외우라고 했으니 그걸 시키는 놈이나 따라하는 놈이나 참 매한가지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든다.

 

만약, 국어 시간이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이 조금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에 이르렀지만, 얼마 전 읽었던 박지원의 <연암 산문집>은 과거 고생스럽게 공부했던 고전문학의 맛을 새롭게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곱게만 자라고 아직 사회의 쓴맛, 단맛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학창시절에 이런 작품들을 읽고 잘못된 사회를 풍자하느니, 세태를 꼬집고 있느니 하는 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세월이 흘러 지나간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0여 년 전 읽었던 책과 10년이 흘러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운과 작가의 의도가 너무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세상을 향한 노여움이나 비판의 소리가 더욱 매섭게 들리기 때문이다. 작년에 다시 읽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정말 최고였음은 두 말할 필요 없고.

 

이번에 읽은 고전은 지식을 만드는 지식 ‘지만지’ 출판사에서 나온 <연암 산문집>으로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연암집>에서 총 52편의 글을 골라 해설해 놓은 책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박지원이라는 인물을 두루 알게 해주는 엑기스같은 작품으로 보여 진다. 특히 고전인데다 어려운 문장과 뜻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각 작품 끝에 실린 옮긴이의 해설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작품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도록 이끌어 준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총 4개의 소제목 - 사이에서 생각하기, 문장가의 마음, 생활의 발견, 현실과 사회 -을 두고 선별된 각각의 글들이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 있어 연암의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신선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수확은 짧은 몇 편의 글을 접하면서도 왜 연암이 최고의 글쟁이라고 칭송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글을 잘 쓰는 자는 병법을 아는 걸까? 비유하자면 글자는 군사고, 글의 뜻은 장수다.

제목은 적국이고, 고사(故事)를 끌어들이는 것은 싸움터의 보루다. 글자를 묶어 구절을 만들고 구절을 모아 문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다. 운(韻)에 맞춰 소리를 내고 문채로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울리고 깃발을 날리는 것과 같다. 조응(照應)은 봉화고, 비유는 유격병이다. 억양반복(抑揚反覆)은 맞붙어 싸워 모조리 죽이는 것이고, 글의 첫머리에 제목의 의미를 밝히는 파제(破題)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은 성벽에 먼저 올라 적을 사로잡는 것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은 군대를 정도해 개선하는 것이다....<중략>

 

그러므로 글을 쓰는 자는 그 걱정이 항상 스스로 길을 잃고 요령(要領)을 얻지 못한 데 있다. 무릇 길을 잃어버리면 한 글자도 써 내려가기가 어려워 붓방아만 찧게 되고,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면 겹겹으로 두르고 쌓아도 오히려 허술함이 있을까 걱정된다...<중략>

 

진실로 말이 간단하더라도 요령을 잡게 되면 이소가 눈 오는 밤에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채성을 함락한 것과 같고, 한마디 말로 핵심을 뽑아낸다면 조귀 장수가 단 세 차례 북을 울려 관문을 빼앗은 것과 같다. 글을 쓰는 방법은 이와 같아야 지극하다 할 것이다.

 

- 본문 <글쓰기의 요령 중> -

 

글을 쓰는 것을 치열한 전투행위와 같다고 비유한 그의 생각이 참으로 탁월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노련함이 있다 싶다.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요즘의 나는 아무래도 이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훌륭한 미사여구를 사용한 글이라 한들 명확한 주제가 없으면 유능한 지휘관이 없는 군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어떤 이의 글을 읽다보면 참 좋은 명문장과 아름다운 문체가 시선을 끌고 있음에도 다 읽고 나면 도대체 주제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어떤 경우는 내 앎의 깊이가 얕다보니 그럴 수 있지만, 또 다른 경우는 연암이 지적한 것처럼 주제의식이 불분명하여 좋지 않은 글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문장과 뛰어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 해도 ‘이치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글쓰기의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싶다.

 

이렇듯 이 책에 소개된 각각의 글들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연암만의 관점,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깨달음, 사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등이 연암 박지원이라는 역사속의 인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한 지식인의 자세와 삶에 대한 통찰을 배우기에도 충분했다. 한 마디로 옆에 두고 다시 읽어도 좋을 멋진 책이다.

 

아, 이러니 내가 어찌 고전읽기를 그만 둘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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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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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는 존경하고픈 사람이 여럿 생겼다. 하긴, 예전에는 내 삶을 사는 것도 버거워서 남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누군가 잘살면 잘 살아서 싫었고 못살면 못 살아서 싫었다.

그냥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나 역시 피해 받지 않으면서 최대한 군중 속에 묻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꼼수의 극치를 달리는 이 정권의 행태를 하나 둘 접하면서 나 혼자 잘 산다고 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치에 ‘정’자라고는 관심도 없고 문외한인데다 무지하기까지 한 평범한 나 조차도 매일 매일 정치가 무엇이며 정의가 무엇인지를 곱씹고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민초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핀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안철수’였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던가? 그냥 옛말 인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얼굴에서 인생이 보이고 삶이 보이고, 인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옛말을 가져다대도 하나 꿀릴 것 없는 온화한 인상을 보여주는 그는 올 한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그의 행보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지나온 길이 너무도 비현실적(?) 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길이 다른 누구보다도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나의 관심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과 강연, 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어졌고 오늘 읽은 이 책 역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으로 일종의 강연록이다.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기획한 ‘관악초청강연’에서 직접 강연하고 질문에 답하는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실제로 강연장에 와 있는 느낌처럼 생생하게 그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 같았다. 언젠가 무릎팍도사에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는 그였는데 그때 방송에서 잘린 이야기들이라고 언급한 부분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해주었을지 기대가 된다.

 

27세의 젊은 나이로 최연소 의대 학과장이 되었을 만큼 뛰어난 의사였던 그가 돌연 컴퓨터 바이러스에 눈을 돌리고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해 경영에 뛰어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 열이면 열이 무모하고 어리석다고 말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면 안철수는 누가 뭐래도 멋진 경영인이다. 아니, 그와 같은 경영인이 100명만 있어도 우리 사회는 100명의 멘토를 더 갖게 될 것이라 믿고 싶을 만큼 그가 경영자로서 걸어온 삶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영이 무엇인지 또 경영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선택의 순간들과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만의 ‘인생원칙’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순간에서 그는 3가지 원칙을 생각한다고 한다.

“과거를 잊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자”는 것이다.

나의 경우 아마도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가장 신경이 쓰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때가 많았을 것인데, 앞으로는 그의 원칙을 내 삶에서도 좀 모방해 보아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참으로 솔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솔직함은 남에게도 그렇고 특히 안철수 자신에게 더욱 그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남보다 더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책은 이런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그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삶에 고뇌하는 사람들의 질문과 답을 싣고 있다. 한 마디로 책 속에 강연을 그대로 옮겨 심은 것과 같다.

아무래도 이 책은 책 장 맨 앞에 꽂아놓고 살아가면서 한 번씩 꺼내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맙다, 참으로.

 

『제가 말하는 기업가는 기업을 일으킬 ‘기(起)’ 자로 씁니다. 즉 한자 그대로 새로운 업을 창출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기업가(起業家)입니다. 현상 유지에 힘쓰는 기업가가 아니라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를 가리킵니다.』

 

참, 내용만 따지자면 별 다섯을 주어도 괜찮지만 분량에 비해 책값이 너무 비싸서 별 하나를 빼기로 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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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옆에 직업 옆에 직업 - 생생 직업현장 들여다보기 교실 밖 지식 체험학교
파트리시아 올 지음, 권지현 옮김, 세바스티엥 무랭 외 그림, 김나라 감수 / 미세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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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직업관련 책을 만났다.

표지와 책 내부에 삽입된 삽화들을 보니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바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마치 짐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커다란 그림 안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직업이 다르다는 것~~

 

아이와 어른 모두 즐겨 읽을 수 있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책 [직업옆에 직업옆에 직업]이다. 빨간 표지와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인상적인 책.

책에는 총 230가지의 직업이 소개된다.

눈을 감고 이 세상에 있는 직업의 종류를 말하라고 누군가 나에게 시키면 솔직히 수십여개정도 간신히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30여가지라니...정말 다양하고 많기는 하구나 싶은게 아이들의 미래 설계에 많은 도움을 줄 좋은 책임이 분명했다.

 

흔히들 직업이야기를 하면 좀 딱딱하고 전문적인 분위기라고 예상하기 쉽고, 어떤 특정 직업을 설명하는 글을 대하더라도 그 배경이나 관련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예전에 Tv 주인공의 직업이 너무 독특해서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물론, 드라마 상의 주인공을 묘사하다보니 좀 더 멋있게 부풀려진 면도 없잖아 있었겠지만 직접 찾아본 소개글은 너무도 형편없어서 실망한 적이 있었다. 교육기관이나 자세한 설명없이 교과서처럼 짧게만 요약된 글을 읽으니 가지고 있었던 흥미조차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재미가 있다. 물론 아동도서이다 보니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어른들이 읽고 상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사실이 즐겁기만 하다. 아이와 함께 손으로 꼭꼭 집어가며 이 사람의 직업은 이건데 이런 일을 하는구나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도 오고가고, 나도 몰랐던 직업을 이 책에서 공부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생생한 직업현장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던 점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24시간을 짧은 여러컷의 만화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한눈에 보아도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머릿속에서도 쏙쏙 정리가 잘 되는 것 같았다. 이 외에도 좀 어려운 분야의 직업편에서는 직업용어를 설명한다든지,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혹은 그 분야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사람의 소개를 비롯해 정말로 여기저기 볼거리들이 가득가득한 책이었다.

 

언젠가 조카가 나에게 선장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언뜻 생각난 답은 배를 조종하고 지휘하는 책임자라는 식으로 간결하게 얼버무리면서 이야기했는데 아이는 더 자세한 대답이 듣고 싶었던 눈치였다. 하지만, 나 역시 그 분야는 문외한인지라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어도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난감하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이 책을 보면서 혹시나 싶어 찾아본 선장편에서는 역시나 좀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노마라는 유조선 선장의 하루일과가 그림으로 잘 표현되고 있었다.

 

이 책, 아이와 함께 꿈을 키워나가고 상상하기에 딱 좋은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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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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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때가 있을 것이다. 평소에 어떤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삶과 죽음, 생성되고 소멸되어지는 생명현상에 문득 눈을 돌리게 되고 인간본연의 모습을 잠깐씩 탐구해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철저히 인문, 사회학적으로 편향된 지식을 축적하고 사고를 해오다 보니 이런 질문과 물음에 대해 철학적, 문학적 사고는 가능해도 자연과학적 사고는 어렵기만 하다. 자연과학은 무조건 어렵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도 나의 인문학적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뇌, 생각의 출현]이라는 책을 읽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고나 할까? 물론 이 책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쉽고 어렵다의 이분법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이 책 자체가 사유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고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사실을 밝히면서도 철학적인 접근도 배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으로 분류되기 보다는 이 둘을 합쳐 통합적인 지식과 배경을 통해 하나의 이론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이론이란 인간이 인간으로 더 잘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뇌의 작용과 ‘생각한다’는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 이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물리학, 양자역학,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방대하고 깊은 지식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생각은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며, 상상속의 움직임이 바로 우리의 사고작용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즉, 세포의 집합적인 활동으로 의식이 생성되고 이것이 또한 뇌의 활동이 되고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무수한 자연현상들이 대칭과 대칭의 붕괴의 과정을 통해 업그레이드 되었듯이 인간의 생각 역시 이 과정을 통해 확장되고 깊어질 수 있다고도 언급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수행되면서 창조적인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는 말이다.

 

이렇게 저자는 뇌를 통한 인간의 ‘사고 활동’을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객관화시키고 있다. 즉, 우리가 스스로 대칭을 파괴하고 또 다시 그 대칭을 찾아가는 일이 모두 의식의 출현이요, 이러한 근간위에서 인간은 창조적인 주체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독창적이면서 통합적인 지식의 발현으로 탄생한 이 책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창조적인 인간의 발전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인간상임이 분명할 것이다.

신비하고 놀라운 생각의 출현과정을 알고 싶고, 생각의 대칭을 깨어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보물 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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