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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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는 존경하고픈 사람이 여럿 생겼다. 하긴, 예전에는 내 삶을 사는 것도 버거워서 남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누군가 잘살면 잘 살아서 싫었고 못살면 못 살아서 싫었다.

그냥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나 역시 피해 받지 않으면서 최대한 군중 속에 묻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꼼수의 극치를 달리는 이 정권의 행태를 하나 둘 접하면서 나 혼자 잘 산다고 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치에 ‘정’자라고는 관심도 없고 문외한인데다 무지하기까지 한 평범한 나 조차도 매일 매일 정치가 무엇이며 정의가 무엇인지를 곱씹고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민초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핀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안철수’였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던가? 그냥 옛말 인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얼굴에서 인생이 보이고 삶이 보이고, 인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옛말을 가져다대도 하나 꿀릴 것 없는 온화한 인상을 보여주는 그는 올 한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그의 행보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지나온 길이 너무도 비현실적(?) 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길이 다른 누구보다도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나의 관심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과 강연, 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어졌고 오늘 읽은 이 책 역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으로 일종의 강연록이다.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기획한 ‘관악초청강연’에서 직접 강연하고 질문에 답하는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실제로 강연장에 와 있는 느낌처럼 생생하게 그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 같았다. 언젠가 무릎팍도사에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는 그였는데 그때 방송에서 잘린 이야기들이라고 언급한 부분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해주었을지 기대가 된다.

 

27세의 젊은 나이로 최연소 의대 학과장이 되었을 만큼 뛰어난 의사였던 그가 돌연 컴퓨터 바이러스에 눈을 돌리고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해 경영에 뛰어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 열이면 열이 무모하고 어리석다고 말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면 안철수는 누가 뭐래도 멋진 경영인이다. 아니, 그와 같은 경영인이 100명만 있어도 우리 사회는 100명의 멘토를 더 갖게 될 것이라 믿고 싶을 만큼 그가 경영자로서 걸어온 삶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영이 무엇인지 또 경영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선택의 순간들과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만의 ‘인생원칙’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순간에서 그는 3가지 원칙을 생각한다고 한다.

“과거를 잊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자”는 것이다.

나의 경우 아마도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가장 신경이 쓰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때가 많았을 것인데, 앞으로는 그의 원칙을 내 삶에서도 좀 모방해 보아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참으로 솔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솔직함은 남에게도 그렇고 특히 안철수 자신에게 더욱 그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남보다 더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책은 이런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그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삶에 고뇌하는 사람들의 질문과 답을 싣고 있다. 한 마디로 책 속에 강연을 그대로 옮겨 심은 것과 같다.

아무래도 이 책은 책 장 맨 앞에 꽂아놓고 살아가면서 한 번씩 꺼내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맙다, 참으로.

 

『제가 말하는 기업가는 기업을 일으킬 ‘기(起)’ 자로 씁니다. 즉 한자 그대로 새로운 업을 창출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기업가(起業家)입니다. 현상 유지에 힘쓰는 기업가가 아니라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를 가리킵니다.』

 

참, 내용만 따지자면 별 다섯을 주어도 괜찮지만 분량에 비해 책값이 너무 비싸서 별 하나를 빼기로 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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