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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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한국에 문화유산 답사의 붐을 일으킨 책이 있었다.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이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처음에 흑백 도판으로 나왔던 책은 2011년에 이르러 컬러 도판으로 새로 옷을 갈아입었다.


2022년 MZ 세대 버전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니 바로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이다. 감히 평하건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Lite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유홍준 선생에게는 살짝 미안한 감이 있지만, 비록 전문성과 깊이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만큼은 저자도 그에 못지 않다. 무엇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유산에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 - 선사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는 재기발랄한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밝고 경쾌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곡리 박물관의 정문 앞 바닥에 그려진 그라피티 앞에서 찍은 사진과, 어느 강돌 하나를 들고는 주먹도끼가 아닐까 날리는 멘트에서는 조금의 '척'도 없어서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단양금굴을 소개하는 첫 페이지는 더 하다. "학자이거나 탐험가 기질이 없으면 굳이 단양의 무수한 유명 관광지를 두고 꼭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책은 곳곳에서 역덕의 열정이 느껴진다. 직접 만들어 떠난 충주 이틀 코스는 빈틈 없이 꽉 채워져 있다. 하나라도 더 보고 소개하고 싶은 뜨거운 열망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경우를 감안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체험하기 좋은 장소와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불상과 탑의 작명법 등 알아두면 더 좋은 역사 상식도 솔찮게 나온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 깊은 내공이 된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능검) 대비도 가능하다. 여행지에 대한 단순한 가이드와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한능검 따라잡기' 코너를 만들어 출제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다. 한국사 전문 강사도 아닌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자의 입장에서 핵심을 딱딱 잘 짚어준다. 그만큼 자주, 지인들조차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한능검에 응시해서다. 그 진한 경험과 내공이 글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를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 가고 싶은 곳도 많이 생겼다. 연천의 호로고루성에 북한이 선물로 보낸 광개토대왕비 모형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고, 이곳이 인스타 성지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단양 금굴, 중원 창동리 마애불, 완주 화암사 우화루는 기회만 된다면 꼭 가고 싶게 된 곳들이다. 특히 '나만 알고 싶은 보물 같은 절' 화암사는 안도현 시인의 사랑이 짙게 묻어 나오는 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다녀온 경주. 아~! 나는 이 책의 4부 신라 편을 읽고 경주를 다녀왔어야 했다. 굳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경주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왕릉은 늘 대릉원만 갔던 것이었다. 정작 역사에서 중요한 행적을 남긴, 그것도 무덤의 주인공이 확실시되는 내물왕, 법흥왕, 진흥왕, 선덕여왕, 원성왕 등의 왕릉에 대해서는 왜 갈 생각조차 못했던 걸까. 너무 아쉽다. 그래서 경주를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한국사 로드》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보통의 답사기가 지역별로 되어 있다면 이 책은 시대별로, 왕조별로 되어 있다. 우리 역사를 좋아해 한능검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능검에 나오는 우리 문화유산을 돌아보다가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 좋아서' 만든 '한국사여행 스터디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능검 출제 순으로, 우리 역사의 시대 순으로 책을 엮었다. 앞으로 출간될 2권과 3권도 기대가 크다.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으로 전국을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돌아다녔을 저자의 열정에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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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의 심리 - 박병창의 돈을 부르는
박병창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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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140을 돌파해 3200을 넘보던 코스피 지수는 2300대로 주저앉았다. 떨어져도 2600은 버티겠지 했는데 속절없이 무너졌다. 역시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것이 아니었던가. 10만 전자가 된다던 삼성전자는 7만 전자만 해도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라며 땡큐라고 하더니 지금은 5만 전자로 추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주식 시장의 폭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매크로의 변화 요인이 크다. 이렇게 시장이 어려울 때 공부하는 것이 진짜 공부다. 시장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 공부하며 기다리다가 또다른 상승장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만 할 것이다.


박병창의 돈을 부르는 매매의 심리》는 참 시의적절하다. 이렇게 시장이 어려운 때에 자신의 투자를 되돌아보고 이를 복기하며 반성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저자의 전작 《매매의 기술》이 차트를 기반으로 주식 매매의 테크니컬한 부분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 책 《매매의 심리》는 그렇게 투자 기법을 익혔으면서도 실전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데 실패하는 심리적 측면에 촛점을 맞추었다.


같은 주가인데 누군가는 비싸다고 팔고, 누군가는 이를 싸다고 산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돈의 흐름을 만들고 가격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렇기에 주식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투자자들의 심리라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명료하게 짚어주는 점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책을 읽다가 나중에 다시 살펴보려고 메모해 둔 부분이 많다. 저자는 주식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원칙은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갖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주식은 늘 전체 자산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강조한다. 개별 주식의 수익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똘똘한 주식 하나가 전체 자산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할 때는 분산 투자도 큰 의미가 없다. 반면 시장 반등시에는 차별화된 상승이 이루어지기에 어설픈 분산 투자보다는 유연한 비중 조절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지금의 시장에 딱 맞는 조언인데, 저자는 글로벌 자금이 선호하고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주도주에 집중하라고 제안한다.


'빨간색 드레스 이야기'는 손절과 집중에 대한 매우 적절한 예화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진열해 놓고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은 뼈를 때린다. 주식은 결정이 옳았던 몇 번의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움직이면 그 판단은 틀린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이런 부분은 필사해 놓고 자주 되새기고 싶다.


저자 박병창은 늘 '시황 → 주도 산업 → 주도주 → 차트, 수급 → 매매 타이밍'의 순서를 강조한다. 시황 판단의 근간은 금리와 환율이고, 주도 산업 분석의 기본은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다. 요즘 같이 연일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폭등하는 시기에 투자는 결코 쉽지 않다. 경기 지표가 아닌 돈의 수급에 주목하며 재상승을 기다리고, 역발상 투자를 하되 시장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


우리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전문가도 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여 수익을 내는 것이다. 언제나 답은 시장과 주가에 있다. 주가 움직임에 반하여 보유할 이유를 억지로 찾지 마라. 심리에 의해 시장의 수급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장기 투자니 가치 투자니 하며 주가 하락을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은 관리 소홀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의심해 볼 것.


박병창의 돈을 부르는 매매의 심리》는 주식 시장에 대한 혜안과 통찰이 가득 담긴 글이다. 투자, 자금 관리, 시황 판단, 가치 분석, 차트 분석, 시장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 매매의 심리를 정리한 이 책을 읽다보면 시장이 두려울 때, 마음이 흔들릴 때, 투자의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차분한 마음과 냉정한 시각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읽고 보았던 그 어떤 영상과 글들보다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추천 도장에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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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투자자의 회상 - 추세매매 대가 제시 리버모어 이야기 탑픽 고전 2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신가을 옮김 / 탑픽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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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투자자의 회상》은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라고 칭송받는 제시 리버모어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전설적인 주식 트레이더인 제시 리버모어(1877~1940)는 철저히 시장의 추세에 따라 주식을 매수하고 거래량을 늘리는 피리미딩 기법으로 유명한 추세 매매의 대가였다. 그는 대규모 공매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어 '월가의 큰 곰'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리빙스턴'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다. 저자는 리빙스턴을 통해 제시 리버모어의 인생과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소설적 형식을 택했다. 리빙스턴, 아니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여러번 성공했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기도 했으나, 성공한 만큼이나 많이 몰락했고 파산했다. 왕창 벌고 쫄딱 망하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여기서 대단한 점은 그러한 성공과 실패, 파산과 몰락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도 그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의 크기가 컸을수록 몰락의 깊이도 더 심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결코 버티지 못했을 것 같은 그런 거듭된 좌절 속에서도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또다른 성공을 만들어 냈다. 책을 읽으며 제시 리버모어에 대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어느 투자자의 회상》은 제시 리버모어의 구체적 투자 기법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의 투자 인생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그의 기법이 간혹 나올 뿐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의 생각과 투자 원칙, 투자 철학을 그의 구체적 인생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투자 과정에서 자주 벌이게 되는 실수와 주식 투자에 대한 지혜로운 원칙들을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초판이 19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기 짝이 없다.


'어중치기 호구'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 사는 걸 좋아한다. 이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를 기다려 고점 대비 얼마나 싸게 샀는지를 계산한다. 그러나 주가가 대폭 조정되면 한방에 수익을 빼앗긴다. 큰돈을 벌려면 그때그때 개별 등락이 아니라 대세를 잡아야 한다는 것, 즉 전체 시장의 추세를 판단해야 한다. 나는 머리로 돈을 벌지 않았다. 진득하게 기다렸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 (100~107쪽 발췌 요약)


매수하기에 너무 비싼 주가, 매도하기에 너무 싼 주가는 없다. 자동차 하나 살 때는 요모조모 따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재산의 절반을 걸 때는 별 생각이 없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뼛속 깊이 새겨진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본능과 싸워야 한다. 기대에 부풀 때 두려워해야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 희망을 가져야 한다. (184~203쪽 발췌 요약)


월가만큼 역사가 자주 반복되는 곳도 없다. 게임은 변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 역시 변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사람은 실수했을 때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고 버티지 않는다. 주가가 형편없이 추락할 때는 파는 게 자연스러운 대처다. 모르긴 해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떨어지는 것이므로 시장에서 탈출해야 한다. (277~300쪽 발췌 요약)


책은 시장 여건에 따라 매매할 것을 강조한다. 강세장이면 강세장답게, 약세장이면 약세장답게 매매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사람의 기질에 따라 강세 쪽에서 매매하는 게 맞을 수도, 약세 쪽에서 매매하는 게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단 대전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하지 말고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라는 것이다. 또 시종일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원칙을 세우고 신념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제시 리버모어가 큰 실패를 겪었던 것은 대부분 다른 이의 판단과 남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했을 때였다. 100만 달러 넘게 잃었어도 잃은 돈에는 분노하지 않았으나 스스로의 원칙과 판단에 근거하지 않았던 점을 그는 분노했고 자책했다. 저자가 지적하듯 실수네 집은 대가족이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비슷한 실수들을 또 하게 된다. 전설적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더욱 꾸준히 공부하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읽어보며 천천히 곱씹어 볼 내용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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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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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두선생의 역사공장' 채널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이었다. 역사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다가 추천 영상으로 올라온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지리를 통해 역사를 소개하는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늘 지리적 지식에 부족함을 느끼던 나로서는 두선생의 콘텐츠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움이었다.


영상을 볼 때마다 두선생이 뭐하던 분이시길래 이렇게 멋드러지게 지리와 역사를 잘 버무려 내어놓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대학에서 교육학과를 졸업 후 기자 생활을 하셨다 한다. 유쾌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귀에 쏙쏙 박히는 그의 음성과 딕션은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유튜브에 축적된 그의 강의를 토대로 뼈대를 세우고 내용을 대폭 보강해 살을 붙임으로써 엮어낸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으며 혹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그의 영상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책은 지면의 한계상 지도와 텍스트가 불일치하는 페이지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을 책의 첫 머리에 배치한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다. 중동에서 시작한 문명이야말로 지중해와 유럽 문명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지리에 접근하는 그의 기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페르시아 제국에서 이슬람 제국, 셀주크 제국에서 오스만 제국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변화 과정은 물론, 20세기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쪼개져 혼란과 분쟁을 겪고 있는 현대 중동의 흐름까지를 요령있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중동에서 이란이 다른 아랍 국가와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터키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에 위치해 유럽과 아랍 중 어떤 것을 지향했느냐에 따라 터키의 정체성은 시기별로 달라졌던 것이었다.


책은 단순히 지리 이야기만을 담지 않았다. 지도를 통해 주요 지역과 국가, 도시의 자연지리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한 후에는, 각 지역과 국가가 갖는 특징과 차별성을 역사와 인문지리를 통해 해설한다.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자연지리적 정보를 간단히 요약 정리하며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기에 상당히 편했다. 저자의 친절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가장 큰 충격을 느꼈던 것은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메카도르 도법이 실제 크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실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프리카가 미국과 중국과 인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대륙이었다니! 심지어 마다가스카르는 영국보다 컸다. 다만 다른 챕터에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국가명과 영역을 표기해 놓은 지도가 별로 없어서, 본문을 따라가며 지도를 살펴보는 데 조금 불편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사람의 조상이 탄생한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가 왜 발전이 늦었는지는 그 지리적 환경이 큰 요인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해 생긴 문제는 지금도 아프리카를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트려 놓고 있어 가슴 아팠다.



유럽의 지리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남유럽이 '지리의 저주'를 받은데 비해 북서유럽은 '지리의 축복'을 받았다고 평가받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고, 중국과 비슷한 면적임에도 50여 개의 나라가 있는 다양성도 흥미로웠다. 큰 강이 대륙의 중심을 흐르는 중국과 달리 알프스 산맥이 유럽을 가르고, 길이가 짧고 유역이 좁은 종(縱,세로)으로 흐르는 강은 유럽의 정치와 문화를 분리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설명이 특히 눈에 들어 왔다. 땅 이름과 달리 그린란드는 얼음 땅, 아이슬란드는 따뜻한 가을 날씨라는 것도 재밌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미국과 중남미 지역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자연지리를 자연이 쌓은 '천연 요새'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동쪽은 대서양, 서쪽은 태평양, 북쪽은 차가운 얼음 지대, 남쪽은 사막의 모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미국 영토의 확장 과정은 그야말로 최고의 부동산 투자였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눈물의 길'이라고 하는 원주민들의 슬픈 강제 이주가 있었다.


남아메리카는 자연지리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내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강 유역은 식생은 풍부하나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개발이 되지 않았고, 강을 이용한 수운조차 힘든 조건이었다. 이는 해안 도시의 발달을 가져왔다. 안데스 산맥과 브라질 고원 등으로 둘러싸인 지형은 고지대에서의 문명을 꽃피웠다. '신대륙 발견' 이후 오랜 기간의 식민 시대는 유럽인과 원주민의 혼혈을 낳았고, 이후 라틴 아메리카가 여러 나라로 쪼개지는 배경이 되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지리와 역사, 자연 환경과 인간의 삶이 둘이 아니라 밀접히 연결된 하나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거나, 세계의 지리를 보다 속속들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지리가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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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 151개 질문과 개념으로 초등 한국사 완전 정복! 개념연결 초등 사전
배성호.문순창 지음, 김영화 그림 / 비아에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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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는 건 늘 반갑고 기쁜 일이다. 특히나 우리 역사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나로서는 잘 꾸며진 한국사책을 발견할 때 더욱 기쁨이 배가된다. 이 책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은 단연코 2022년 올해 만나는 최고의 한국사책이 될 것이다. 책은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는데, 타겟 독자층인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삼국 시대 신라 진흥왕에 대한 이야기는 위의 질문과 그림으로 시작한다. 151개의 질문은 흥미로우면서도 교육과정 상의 핵심 개념을 잘 담아내고 있다. 92쪽의 대표 질문은 "신라 사람들은 정말 뼈로 사람을 차별했나요?" 라고 묻고 있다. 곁들여진 만화는 "뼈에도 품격이 있다는 뜻인가?" 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신라의 골품제(骨品制)와 신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도입부인데 이 얼마나 재치있고 흥미로운가!


30초 해결사는 대표 질문에 대한 짤막한 핵심 답변이고, 이어지는 더 알아보기는 초등학생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좀더 심화된 내용이다. 개념연결은 관련 사실과 연결된 인물과 사건, 또는 비교 대상들을 엮어놓았다. 역사에 흥미가 별로 없어 아직 우리 역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잡지 못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읽기에도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실은 우리집 첫째가 그런 사정이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중학 역사는 2학년 때 역사1(세계사)를, 3학년 때 역사2(한국사)를 배운다.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별책부록으로 포함된 한국사 연표는 책상 옆에 붙여놓고 참고하기에 적당하거니와, 대표 질문마다 관련 사건 몇 개의 연표를 함께 실어 이해를 도왔다. 교과서상 어느 단원에 해당하는지도 차례를 비롯해 오른쪽 본문 페이지의 상단에 밝혀 놓았다. 하나의 질문(개념)은 두 페이지에서 완결된다. 재미있는 만화와 함께 부담없이 읽으면 넉넉히 잡아도 3분이면 끝이다. 참으로 적당한 분량이다. 학창 시절 우리는 그 얼마나 많은 사실과 인물과 사건 속에서 헤매였던가! 저자의 센스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책은 현대(8.15 광복)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때는 그에 어울리는 대표 이미지와 주요 연표를 실었고, 중간에 가끔씩 들어있는 '만약에 역사'와 '역사 토론'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력 확장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묘청이 서경 천도와 금 정벌을 실행했더라면?", "정몽주와 정도전, 여러분의 선택은?"과 같은 질문은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단골로 나오는 질문과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은 우리 역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꾸며진 멋진 역사책이다. 엄선된 151개의 질문과 개념은 한 권으로 우리 역사의 전체적인 얼개를 파악하고 한국사의 상식을 쌓는 데 무리가 없다. 적당한 분량의 설명은 부담 없이 읽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늘부로 초등학생들이 볼 만한 주변에 소개하고 싶은 1 순위의 한국사 추천 도서는 이 책이 되었다. 역사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도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적극 추천~!



카페 '컬처블룸'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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