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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투자자의 회상 - 추세매매 대가 제시 리버모어 이야기 ㅣ 탑픽 고전 2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신가을 옮김 / 탑픽 / 2022년 5월
평점 :

《어느 투자자의 회상》은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라고 칭송받는 제시 리버모어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전설적인 주식 트레이더인 제시 리버모어(1877~1940)는 철저히 시장의 추세에 따라 주식을 매수하고 거래량을 늘리는 피리미딩 기법으로 유명한 추세 매매의 대가였다. 그는 대규모 공매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어 '월가의 큰 곰'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리빙스턴'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다. 저자는 리빙스턴을 통해 제시 리버모어의 인생과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소설적 형식을 택했다. 리빙스턴, 아니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여러번 성공했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기도 했으나, 성공한 만큼이나 많이 몰락했고 파산했다. 왕창 벌고 쫄딱 망하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여기서 대단한 점은 그러한 성공과 실패, 파산과 몰락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도 그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의 크기가 컸을수록 몰락의 깊이도 더 심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결코 버티지 못했을 것 같은 그런 거듭된 좌절 속에서도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또다른 성공을 만들어 냈다. 책을 읽으며 제시 리버모어에 대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어느 투자자의 회상》은 제시 리버모어의 구체적 투자 기법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의 투자 인생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그의 기법이 간혹 나올 뿐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의 생각과 투자 원칙, 투자 철학을 그의 구체적 인생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투자 과정에서 자주 벌이게 되는 실수와 주식 투자에 대한 지혜로운 원칙들을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초판이 19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기 짝이 없다.
'어중치기 호구'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 사는 걸 좋아한다. 이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를 기다려 고점 대비 얼마나 싸게 샀는지를 계산한다. 그러나 주가가 대폭 조정되면 한방에 수익을 빼앗긴다. 큰돈을 벌려면 그때그때 개별 등락이 아니라 대세를 잡아야 한다는 것, 즉 전체 시장의 추세를 판단해야 한다. 나는 머리로 돈을 벌지 않았다. 진득하게 기다렸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 (100~107쪽 발췌 요약)
매수하기에 너무 비싼 주가, 매도하기에 너무 싼 주가는 없다. 자동차 하나 살 때는 요모조모 따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재산의 절반을 걸 때는 별 생각이 없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뼛속 깊이 새겨진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본능과 싸워야 한다. 기대에 부풀 때 두려워해야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 희망을 가져야 한다. (184~203쪽 발췌 요약)
월가만큼 역사가 자주 반복되는 곳도 없다. 게임은 변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 역시 변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사람은 실수했을 때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고 버티지 않는다. 주가가 형편없이 추락할 때는 파는 게 자연스러운 대처다. 모르긴 해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떨어지는 것이므로 시장에서 탈출해야 한다. (277~300쪽 발췌 요약)
책은 시장 여건에 따라 매매할 것을 강조한다. 강세장이면 강세장답게, 약세장이면 약세장답게 매매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사람의 기질에 따라 강세 쪽에서 매매하는 게 맞을 수도, 약세 쪽에서 매매하는 게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단 대전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하지 말고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라는 것이다. 또 시종일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원칙을 세우고 신념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제시 리버모어가 큰 실패를 겪었던 것은 대부분 다른 이의 판단과 남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했을 때였다. 100만 달러 넘게 잃었어도 잃은 돈에는 분노하지 않았으나 스스로의 원칙과 판단에 근거하지 않았던 점을 그는 분노했고 자책했다. 저자가 지적하듯 실수네 집은 대가족이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비슷한 실수들을 또 하게 된다. 전설적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더욱 꾸준히 공부하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읽어보며 천천히 곱씹어 볼 내용이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