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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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한국에 문화유산 답사의 붐을 일으킨 책이 있었다.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이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처음에 흑백 도판으로 나왔던 책은 2011년에 이르러 컬러 도판으로 새로 옷을 갈아입었다.


2022년 MZ 세대 버전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니 바로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이다. 감히 평하건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Lite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유홍준 선생에게는 살짝 미안한 감이 있지만, 비록 전문성과 깊이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만큼은 저자도 그에 못지 않다. 무엇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유산에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 - 선사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는 재기발랄한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밝고 경쾌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곡리 박물관의 정문 앞 바닥에 그려진 그라피티 앞에서 찍은 사진과, 어느 강돌 하나를 들고는 주먹도끼가 아닐까 날리는 멘트에서는 조금의 '척'도 없어서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단양금굴을 소개하는 첫 페이지는 더 하다. "학자이거나 탐험가 기질이 없으면 굳이 단양의 무수한 유명 관광지를 두고 꼭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책은 곳곳에서 역덕의 열정이 느껴진다. 직접 만들어 떠난 충주 이틀 코스는 빈틈 없이 꽉 채워져 있다. 하나라도 더 보고 소개하고 싶은 뜨거운 열망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경우를 감안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체험하기 좋은 장소와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불상과 탑의 작명법 등 알아두면 더 좋은 역사 상식도 솔찮게 나온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 깊은 내공이 된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능검) 대비도 가능하다. 여행지에 대한 단순한 가이드와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한능검 따라잡기' 코너를 만들어 출제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다. 한국사 전문 강사도 아닌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자의 입장에서 핵심을 딱딱 잘 짚어준다. 그만큼 자주, 지인들조차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한능검에 응시해서다. 그 진한 경험과 내공이 글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를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 가고 싶은 곳도 많이 생겼다. 연천의 호로고루성에 북한이 선물로 보낸 광개토대왕비 모형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고, 이곳이 인스타 성지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단양 금굴, 중원 창동리 마애불, 완주 화암사 우화루는 기회만 된다면 꼭 가고 싶게 된 곳들이다. 특히 '나만 알고 싶은 보물 같은 절' 화암사는 안도현 시인의 사랑이 짙게 묻어 나오는 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다녀온 경주. 아~! 나는 이 책의 4부 신라 편을 읽고 경주를 다녀왔어야 했다. 굳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경주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왕릉은 늘 대릉원만 갔던 것이었다. 정작 역사에서 중요한 행적을 남긴, 그것도 무덤의 주인공이 확실시되는 내물왕, 법흥왕, 진흥왕, 선덕여왕, 원성왕 등의 왕릉에 대해서는 왜 갈 생각조차 못했던 걸까. 너무 아쉽다. 그래서 경주를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한국사 로드》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보통의 답사기가 지역별로 되어 있다면 이 책은 시대별로, 왕조별로 되어 있다. 우리 역사를 좋아해 한능검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능검에 나오는 우리 문화유산을 돌아보다가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 좋아서' 만든 '한국사여행 스터디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능검 출제 순으로, 우리 역사의 시대 순으로 책을 엮었다. 앞으로 출간될 2권과 3권도 기대가 크다.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으로 전국을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돌아다녔을 저자의 열정에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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