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두선생의 역사공장' 채널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이었다. 역사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다가 추천 영상으로 올라온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지리를 통해 역사를 소개하는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늘 지리적 지식에 부족함을 느끼던 나로서는 두선생의 콘텐츠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움이었다.


영상을 볼 때마다 두선생이 뭐하던 분이시길래 이렇게 멋드러지게 지리와 역사를 잘 버무려 내어놓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대학에서 교육학과를 졸업 후 기자 생활을 하셨다 한다. 유쾌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귀에 쏙쏙 박히는 그의 음성과 딕션은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유튜브에 축적된 그의 강의를 토대로 뼈대를 세우고 내용을 대폭 보강해 살을 붙임으로써 엮어낸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으며 혹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그의 영상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책은 지면의 한계상 지도와 텍스트가 불일치하는 페이지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을 책의 첫 머리에 배치한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다. 중동에서 시작한 문명이야말로 지중해와 유럽 문명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지리에 접근하는 그의 기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페르시아 제국에서 이슬람 제국, 셀주크 제국에서 오스만 제국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변화 과정은 물론, 20세기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쪼개져 혼란과 분쟁을 겪고 있는 현대 중동의 흐름까지를 요령있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중동에서 이란이 다른 아랍 국가와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터키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에 위치해 유럽과 아랍 중 어떤 것을 지향했느냐에 따라 터키의 정체성은 시기별로 달라졌던 것이었다.


책은 단순히 지리 이야기만을 담지 않았다. 지도를 통해 주요 지역과 국가, 도시의 자연지리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한 후에는, 각 지역과 국가가 갖는 특징과 차별성을 역사와 인문지리를 통해 해설한다.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자연지리적 정보를 간단히 요약 정리하며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기에 상당히 편했다. 저자의 친절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가장 큰 충격을 느꼈던 것은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메카도르 도법이 실제 크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실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프리카가 미국과 중국과 인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대륙이었다니! 심지어 마다가스카르는 영국보다 컸다. 다만 다른 챕터에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국가명과 영역을 표기해 놓은 지도가 별로 없어서, 본문을 따라가며 지도를 살펴보는 데 조금 불편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사람의 조상이 탄생한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가 왜 발전이 늦었는지는 그 지리적 환경이 큰 요인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해 생긴 문제는 지금도 아프리카를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트려 놓고 있어 가슴 아팠다.



유럽의 지리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남유럽이 '지리의 저주'를 받은데 비해 북서유럽은 '지리의 축복'을 받았다고 평가받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고, 중국과 비슷한 면적임에도 50여 개의 나라가 있는 다양성도 흥미로웠다. 큰 강이 대륙의 중심을 흐르는 중국과 달리 알프스 산맥이 유럽을 가르고, 길이가 짧고 유역이 좁은 종(縱,세로)으로 흐르는 강은 유럽의 정치와 문화를 분리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설명이 특히 눈에 들어 왔다. 땅 이름과 달리 그린란드는 얼음 땅, 아이슬란드는 따뜻한 가을 날씨라는 것도 재밌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미국과 중남미 지역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자연지리를 자연이 쌓은 '천연 요새'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동쪽은 대서양, 서쪽은 태평양, 북쪽은 차가운 얼음 지대, 남쪽은 사막의 모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미국 영토의 확장 과정은 그야말로 최고의 부동산 투자였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눈물의 길'이라고 하는 원주민들의 슬픈 강제 이주가 있었다.


남아메리카는 자연지리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내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강 유역은 식생은 풍부하나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개발이 되지 않았고, 강을 이용한 수운조차 힘든 조건이었다. 이는 해안 도시의 발달을 가져왔다. 안데스 산맥과 브라질 고원 등으로 둘러싸인 지형은 고지대에서의 문명을 꽃피웠다. '신대륙 발견' 이후 오랜 기간의 식민 시대는 유럽인과 원주민의 혼혈을 낳았고, 이후 라틴 아메리카가 여러 나라로 쪼개지는 배경이 되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지리와 역사, 자연 환경과 인간의 삶이 둘이 아니라 밀접히 연결된 하나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거나, 세계의 지리를 보다 속속들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지리가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