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도록 1
윤지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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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윤지운 작가님의 신작 <눈부시도록>. 마리히엔 크로니클의 중단은 조금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윤지운 작가님의 판타지를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익숙한 현대물을 펼쳤다. "조용한 음악이 어울리는 그런 만화로 그려져 갔으면 하고 생각합니다"라고 책날개에는 적혀 있는 작가의 말. 창작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이 창작자라는 말마따나 이 만화를 읽은 뒤 감상은 정말 그런 만화다, 라는 것.  

 

주인공 성석린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성적이의를 신청하려다 기간이 지났다며 실패하고,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시현에게 알바 제의를 받게 된다. 학원가 스타강사라는 시현의 가게는 오너(시현)와 오너 동생(시열), 오너 동생의 교회 후배(희안), 오너 동생의 교회 후배의 대학 과동기(하륜), 오너 동생의 교회 후배의 대학 과동기의 고교 동창이자 고교 동기(유채), 거기에 석린이 더해져 꾸려져 나간다. 남자 알바와 여자 알바라면 각각 못 잡아먹어 안달인 하륜과 유채지만 일을 척척 해내는 석린은 알바를 잘 해 나간다. 

 

'퓨어드림'이라는 인디 밴드가 있었다. 석린이 시현의 심부름을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CD는 석린도 듣고 있었던 것이고, 이전의 희안들이기도 했다. 이제는 장래성이 없어서 그만뒀다고 하는 밴드. "좋은 음악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 그걸 살아가는 방법으로 삼는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니까." 꿈을 쫓을 수도 있고 그 꿈은 자신에게 맞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살아갈 방법으로 삼는다면 다른 문제란 것.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편해질 줄 알았다.' 는 석린이의 여동생은 외국에서 바이올린을 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생을 위해 삼천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마련하지만 석린의 입시를 위해서는 변변한 학원 하나 보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석린은 대학생이 되어 등록금 걱정을 한다. 여전히 꿈을 쫓는 동생의 살아갈 방법을, 언니는 대신 떠맡고 있다.  

이제 등장인물이 눈에 익어간다 싶은 1권의 마지막 즈음, 석린은 사이가 좋지 않은 고교 동창에게 실수로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시현과 시열의 도움으로 희안과 함께 가짜 데이트를 나가게 된다. 순정만화이니 역시 애정사가 궁금한 건 당연지사. 유채는 희안을 짝사랑하는 것 같은데, 과연 주인공 석린이 이 사건으로 어떻게 얽힐지 흥미진진하다. 

 

전체적으로 조근조근하게 이야기하면서 담담한 듯 보이는 말 속에 적당한 무게를 느끼게 하는 만화다. 완연히 반짝반짝하지도, 정반대로 새파랗게 차갑지도 않은... 유리창에서 스며오는 눈부신 햇살 같달까. 굳이 비슷한 현대물로 꼽자면 전작 디어 왈츠가 있겠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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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페이지 1
요시나가 유노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삼국지.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위, 촉, 오 삼국시대와 그 때를 살아간 인물들은 매력적이다. 때문에 그들을 소재로 한 게임, 만화, 영화 등 관련된 작품들이 많으니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아주 생경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람페이지 또한 삼국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만나 도원결의를 맺고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의용군을 모집하는 것이 삼국지의 시작이지만, 이 만화는 사뭇 다르다. 주인공은 장비로, 떠돌다 유비 의용군으로 '오해받는' 청년이다. 그리고 유비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중산정왕의 후손으로 황건적의 난에 의용군을 결성해 일어섰으며 관우의 의형이지만, 사실은 남장한 여자다(표지에 등장한 여성이다). 장비는 아이를 구하고 황건적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어째서인지 남두와 북두의 바둑에 얽혀 사모(蛇矛)를 꽂은 채 다시 살아난다. 

 

1권은 당연하지만 시작 정도다. 내내 '남화노선의 은혜를 입은 자' '북두의 적' 등 유비가 여자로서 전장에 나와 있는 것, 장비가 살아난 것이 어떤 판타지적 요소에 의한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장비는 창의 화신에 계속해서 정신을 빼앗기면 혼이 사라지고, 창이 부러지면 자신도 죽게 된다. 유비는 장비의 창에 있는 것과 비슷한 붉은 구슬로 '절대매료'라는 능력을 쓸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밝혀져 있다. 

 

유비는 장각을 말살한다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달려가고 있다. 장각을 죽인 다음 뭘 할 거냐고 장비가 묻자, 그렇게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니 자살이라도 한다고 해두지, 라고 말할 정도로. 장각이 유비의 목을 노리고 / 유비가 장각을 말살하려고 서로에게 집착을 보이는 것을 보면, 남화노선의 존재나 유비의 힘도 그렇고, 삼국지에서는 도입부일 뿐인 황건적의 난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처럼 보인다. 

 

유비가 거론되면 당연히 나와야 할 캐릭터, 조조. 군략가로서 이름 높은 그는 십상시에게 명을 받아 영천으로 향하며 등장한다. 낙양에서는 그가 죽기를 바라며 보낸 것이지만, 용을 들판에 풀어놓은 것이라는 대사도 그렇고, 1권에서는 얼굴만 비쳤을 뿐이지만 2권에서 어떤 활약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유비 역시 영천으로 향하므로 조조와 만나게 될 듯. 그리고 1권 마지막, 조운이 등장한다. 원래 유비의 아군인 그지만 황건군을 반란군이라고 부르며 경멸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행동하면서까지 유비의 목을 노린다. 

 

삼국지 패러렐이라 읽어보았지만 그렇게까지 취향은 아니었다. 노출이나 잔인한 표현 같은 것이 너무 뚜렷하다고 할까. 그렇게 취향에서 살짝 빗겨난 것치고, 남화노선이나 북두의 창, 장각과 유비의 관계 등 스토리는 괜찮아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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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는 내게 참 무거운 이름이었다. 2009 노벨문학상 수상자라서? 알게 된 건 분명 그 덕분이지만, 그보다 헤르타 뮐러의 글이, 삶이, 참 무거워 보였다.
이름만 알았던 그녀를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은 하나의 소책자 때문이다. 약력, 인터뷰, 글의 일부를 읽으면서 참 많이도 멈춰섰다. '너무나 사무친 이야기에 책을 덮고, 아름다운 문체 때문에 다시 책장을 편다'라는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숨그네를 몇 번 장바구니에 담으려다 내놓고 보관함에 넣고 말곤 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지금, 그녀를 알고 이렇게나 시간이 지난 지금, 숨그네를 읽고 싶어졌다. 가을 하늘이 아직 푸르고, 해가 맑을 때, 조금씩.




 
초판 발행 뒤 15년만에 발행되는 한시 미학 산책 완결개정판! 이주의 추천 이 책, 이라고 알라딘에서 날아온 메일을 펼치고 첫눈에 '꽂혔다'. 게다가 작가는 정민 선생님. 다른 책들도 즐겁게 읽은 분이라 더욱 기대로 두근거린다. 사계절 한시집 <꽃들의 웃음판>은 이미 이전부터 소장중이고, 한시 관련한 책을 좀 더 읽고싶던 차에 나와주어서, 게다가 개정판이라고 하니 기쁠 따름이다.
독서의 계절, 책이라고 하면 꼭 문학이나 산문류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 사실 이 이벤트를 보고 시집 한 권 꼭 끼워서 신청하려고 했는데 마침 한시 미학 산책이 나와 주어서, 이번 가을의 독서 사이사이에 한시도 함께 하고파서 담아본다.





가장 훌륭한 소설을 엄선하여 열두 권, 열 권, 아니 여섯 권을 고르라고 한다면 『에피 브리스트』를 빠뜨릴 수 없다. _토마스 만
두 권을 이미 일찌감치 정해버린지라, 마지막 한 권으로 어떤 걸 고를까 고민했다. 여섯 권을 고르는 데 에피 브리스트를 빠뜨릴 수 없다고 했으니, 세 권째로는 어떨까?
문학동네 이벤트이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모으기 시작한 터라, 역시 세계문학전집에서 마지막 한 권을 골랐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장 먼저 이끌린 건 소개글이고, 고전인데 생경한 책이라는 것도 한 몫했다. 역시 독서는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에피 브리스트를 마지막 세 권째로 결정했다.
전집을 양장으로 모으고 있어서, 숨그네에 이어 에피 브리스트 역시 양장으로. 반양장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양장이 좋다:)


문학동네에서 참 멋진 이벤트를 해주셔서 고르면서 즐거웠다.^^ 책값이 은근히 부담되다 보니, 적잖은 책이 내 품에 선물처럼 들어온다는 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에 산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읽고 막 '더블린 사람들'을 읽기 시작하던 차라, 요즘 고전 읽기에 물이 올랐다. 당장 책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요즘 화제인 2010 노벨문학상 수상자 바르가스 요사의 책도 읽고 싶고, 탐내고 있는 그리스 고전 시리즈라든지, 보관함에 담겨서 언제 빛을 볼까 하는 책들 역시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한이란 게 있으니까. 처음에는 문학동네 이벤트이고 전집도 더 읽고 싶어서 관련 시리즈로 다 고를까 했는데, 맛깔난 신간으로 '한시 미학 산책'이 난입했다. 이벤트 당첨이 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즐겁게 난입. 간단하게 세 권이 결정되었다.

10,800(숨그네) + 28,800(한시 미학 산책) + 11,700(에피 브리스트) = 51,300

이벤트 신청해봅니다. 부디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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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 이정애 컬렉션 2
이정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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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컬렉션 두 번째.

접촉혐오증의 미소년 나녹 맥클레인은 나무 위에서 떨어진 소녀에게 갑작스럽게 키스한다. 지금까지 너무 잘생긴 나머지 넘치도록 사랑받아왔고, 사랑 자체를 혐오하는 기색까지 보이는 나녹의 이상행동에 주변은 온통 떠들썩해진다. 함께 화제의 중심으로 말려든 소녀 모딘 그웬은 아프리카에서 성장해왔으며 조금 특이한 성격으로, 나녹에게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두 사람 사이에 등장한 훈육위원장 야스민 르로이는 나녹이 관심을 보이는 모딘을 몹시 못마땅해하며 나녹을 탑에 가두고 모딘을 죽이려고까지 한다. 나녹과 모딘은 각각 이상한 꿈을 꾸고……

학원물이지만 실은 SF물...이라고 할까. 위기에 접어들면서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참 애매한 게... 컬렉션 1권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얼핏 NL로 보였지만 사실은 BL(여자인줄 알았던 캐릭터가 남자로 변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이다; 지구가 아닌 비슈이라 별. 반란노예 다니치로 사렉, 신 슈이 스카야, 역시 신인 할트. 전생에서도 이생에서도 삼각관계가 벌어지는데(엄연히는 전생/이생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지만) 결과는…

조금 설정이 복잡하다. 비슈이라의 신이라든지, 반란 노예들이라든지...; 전생 관련해서 조금만 더 자세히 나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스토리는 재미있다. 마지막의 UFO가 좀 뜬금없긴 하지만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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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지나의 다리 이정애 컬렉션 1
이정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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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컬렉션 1권.

이름이며 열왕대전기라는 작품명은 들어봤지만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다. <키 큰 지나의 다리>는 1998년 발매되었고, 그 외 단편집이 여럿 있으며, 절필 선언을 하셨기 때문에 띠지에 언급된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 <열왕대전기> 등 장편은 미완작으로 절판 상태다. 이슈 컬렉션으로 복간되어 나오는 작품들은 단편집인 모양. 그 첫번째인 1권 <키 큰 지나의 다리>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성홍열', '사랑하기 좋은 날'등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키 큰 지나의 다리'. 다리가 셋이고 머리가 둘인 채 태어난 샴쌍둥이 가운데 하나인 지나는 다섯 살에 수술로 다리 하나와 함께 자라던 형을 잃고 혼자 남게 되었다. 다리 하나를 잃은 채 불량배로 자라나 두목이 된 지나. 그는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의 맹목적 이기의 에너지를 잃게 되리라 여겨 화를 낸다. 그의 곁에 있는 한은 여동생을 잃고 그에 대한 한맺힌 증오로 사랑한다고 되풀이해 말한다. 그들을 바라보며 한을 사랑하고 홀로 남게 되는 르포라이터 에블린. 전체적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다. 다소 우울하지만 이정애의 작품은 (아직 두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구나, 라고 느꼈다. 다양하지만 좀 공통되는 분위기랄까. '성홍열'은 마법사의 꿈을 꾸는 소년, '사랑하기 좋은 날'은 수련 캠프를 온 검도부 소년과 그곳에서 출몰하는 옛 시대의 유령 아닌 유령의 이야기다.

원래 이 분 작품을 아는 독자라면 추억에 젖어 읽을 수 있겠지만 나는 아쉽게도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그림체에 조금 갸웃해가며 읽었다. 하지만 역시 그 명성은 이유가 있었달까. 만족스러웠다. 덧붙여 여성향의 BL 코드가 상당히 짙게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런 쪽을 싫어하시는 분이면 읽기 불편하실 듯;) 십 년은 된 작품인데, 그 십 년 전에 이런 만화를 그리셨었다니. 절필 선언을 하셨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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