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태자> 시리즈의 1~3권을 읽은 것은 2011년 6월.
<마지막 황태자>의 대미를 찍은 4권을 읽은 것은 2013년 3월이었다.
<마지막 황태자> 시리즈는 마지막 황태자 이은을 중심으로 우리가 막연한 이미지만 품고 있던, 혹은 잘 몰랐던 조선 마지막 황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의 조각들을 찾아내어 촘촘히 꿰어가는 작가의 해석은, 그늘을 드리운 옛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독자였던 내가 막연히 품고 있던 의아함을 풀어주기도 했고, 본래 지니고 있던 생각과 정반대이기도 했다. 역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지 혹은 터무니없는 가설에 지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읽어보니, 어느 정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기는 했다.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모처럼 한 권의 책을 읽고 흐뭇해하며 책이 지시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것은, 우연히 본 텔레비전에서 좋다고 방송한 식품을 우격다짐으로 먹고 질병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은 태도다. 그리고 책의 저자도 대학의 교수이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고 한다.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또는 인문학이든, 전문지식이나 상식이란 것은 어떤 객관적 진리 그 자체가 아니다. 아무리 전문 분야의 정설이라 하더라도 깊이 들어가면 거기엔 학설의 대립이나 의견의 충돌이 존재한다. 지식이란 진실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요 측면이다. 저자를 믿고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의견을 참고하여 스스로 판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 p.26
그래서 읽게 되었다... 고 하기에는 시간차가 꽤 나지만.
비슷한 테마의, <나는 대한민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 마사코입니다>를 읽었다.
(실제로 읽은 책과는 표지가 다르지만 저자명 등을 봐서는 같은 책인 듯)
이 일로 해서 나도 일본의 잔학성을 드디어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인심이 흉흉하여도 이것이 일본인들이 하는 정치라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나의 입장에 대해 애매하게 평가하지만 나는 한·일간에 있었던 이러한 일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일본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영원히 갚지 못할 빚이다. - p.129
일본에서 태어난 나시모토미야 마사코는 조선 왕세자 이은과 결혼하였다. 그들이 결혼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여러 관계가 얽혀 있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전쟁, 국제정세, 한일관계…… 그 중심에서 남편과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마사코의 마음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마사코의 눈으로 바라본 이은의 삶, 비극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 세월.
이미 관련 서적이랄 수 있는 <마지막 황태자> 시리즈를 읽었기에 아주 새로운 부분은 없었지만, 제목처럼 이방자 여사라는 한 사람의 시각으로 그려졌기에 자전적 느낌이다. 이은과 이방자, 순종 이후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까지. 나라가 해방된 뒤에도 조선 왕실의 후손들은 해방될 수 없었음을, 씁쓸한 생각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