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영, 이리리 두 작가님의 합작소설 <영원의 미로>.
겉은 여대생이지만 속은 전생하며 겪은 경험 때문에 팔십 먹은 노파 같다는 소리를 듣는 여주, 김은혜. 끝없이 계속되는 생, '영원의 미로' 속을 걷던 그녀는 김진호를 만났다. 모터쇼에서 한 번, 친구들과 한 번, 소개팅 대타로 한 번... 우연 끝에 그들은 교제하게 되지만, 교생실습을 나간 은혜 앞에는 어쩐지 꺼림칙한 남자, 준혁이 나타난다.
왜 그렇게 울었을까? 왜 그렇게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처럼 답답했더라? 무엇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전생을 찾아봤었지?
지금 그녀가 딛고 있는 현실은 김은혜로서의 현실, 이건데.
- 여보세요?
"듣고 있어요."
그녀는 김은혜다. - 2권/p.20
전생을 기억하지만, 그 전생의 누군가가 아닌 현실의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여주.
그리고, 그녀를 김은혜라는 현실로 고정시켜주는 남자, 진호.
"은혜 씨와 달리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생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내가 사랑했고, 그래서 생명을 바쳐서라도 구하려던 여자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 태어나 만나고, 알아보고, 또 그 전생까지 기억해낸 게 정말 우연일 수 있을까요?" - 2권/p.42
한편, 전생의 인연으로 그녀에게 집착하는 남자, 준혁.
전생의 인연, 그리고 현생의 인연. 전생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은 현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못박는 듯한 엔딩이었다. 전생을 다루지만, 전생에는 빠져들지 않는다고 할까... 책장을 넘기는 동안, 그 절묘함에 감탄했다.
신해영 작가님께서 집착남 준혁의 한을 풀어줄 '영원의 사슬'을 준비중이시라고 하니 그 이야기도 기대된다. 잘난 남주다운 반전은...사실 조금 응? 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해결책 같기도 하고... 결국 저런 수단에 대항할 수 있는 건 같은 수단 뿐인건가. 하고 아쉽기도 했다.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게 되어 기쁘다. 두 작가님 모두 아직 <영원의 미로> 이후 신작은 없으신 것 같은데, 이 두 분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다.
+ 전생 하면 떠오르는 정지원 작가님의 <인연>. 결말은 사뭇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서 <영원의 미로>와 <인연>을 함께 말하는 것은 전생이라는 소재가 같다는 점 뿐이다. 어쨌든 둘 다,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