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드 - 깊고 단단한 삶을 위한 방법
이솜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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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힘들고 불편한 어떤 것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입으로 나오는데 감사에 대한 것은 잠시나마 시간을 가지고 머리를 쥐어짜내야 겨우 비집고 나온다. 불만은 사소하기 그지없어서 사방에 널려있는 것 같은데 감사는 거창하고 대단한 경험에서 찾으려해서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충분히 부정적일 수 있는 상황을 기회로 변화시키는 감사의 일상화를 알려주었다.

    

 

어제 아기가 새벽에 깨고 잠듦을 반복해 잠을 설치다가 결국 4시 반에 마신 물 한 모금에 완전히 잠에서 깨버렸다. 다시 잠들려 노력하길 수차례. 날 깨워 놓고 세상모르고 다시 잠든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지금 잠들지 않으면 남은 하루가 피곤에 절어있을 텐데. 육아는 체력전이라는데 체력보충 할 시간을 이렇게 날려먹을 수도 있구나. 혹시라도 내가 보채는 너에게 짜증이라도 내면 어떡하지.’ 그러다 결국 폰으로 이른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약간의 몽롱함과 또렷해진 정신이 경계를 허물 때 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소리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남편의 출근길을 두 발로 서서 배웅해주었고 지금 리뷰를 쓰는 이 책을 조용히 읽었다. 그리고 감사를 배웠다. 새벽 수유에, 아기의 늦은 잠투정에 밀린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아침 일찍 나가는 남편에게 눈도 다 못 뜨고 이불 속에서 인사했던 내가 오늘은 오랜만에 현관에 두 발로 서서 손을 흔들었다. 감사하게도 내가 일찍 눈을 뜬 덕분에. 하루 중 겨우 짬나는 얼마동안 찔끔찔끔 급하게 책을 눈에 쓸어 담던 내가 맘 편히 의자에 앉아 내게 익숙한 속도로 책을 음미했다. 감사하게도 내가 일찍 눈을 뜬 덕분에. 불편한 일상을 감사로 받아들이니 무언가 달라보였다. 새벽에 잠에서 자꾸만 깨던 아기가 원망스럽지 않았다. ‘밤새 너도 크느라 힘들겠다, 우리 조금만 더 힘내보자. 오늘 하루도 건강히 잘 보내줘서 고마워

 

감사함이 또 다른 감사거리를 불러오는 것처럼 성공도 또 다른 성공을 만든다. 그리고 성공의 쾌감과 기억은 생각보다 힘이 세서 그 다음 도전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결여된 자신감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마치 돌멩이 같은 작은 눈덩이를 굴려 큰 눈사람 몸통이 되는 것처럼 작은 성공은 큰 성공을 위한 초석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가지고 덤비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내가 이전에 이룬 것의 난이도와 크기를 객관적으로 구분하고 순서를 나열해 볼 필요가 있다. 이쯤에서 나의 인생을 곱씹어보니 나는 원대한 꿈을 품은 적도 없고 그래서인지 엄청난 발전을 이룬 적도 없다. 그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흘러 온 참 모든 선택들이 다 고만고만했다싶은 삶이었다. 목표는 달성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틀어질 수 있지만 결정은 내 감정이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에 실패가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아직까지는 실패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결정의 결과가 어찌되었던 결정의 과정은 오로지 내 의지와 마음이 조금 더 무게를 실은 쪽으로 기울었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목표는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있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조그마한 자극에도 생동감 넘치는 손짓 발짓을 하는 아기를 바라본다. 부모가 되어 이쯤 살아보니 세상을 좀 아는 척 어른인 척 무던 하려는 내가 새삼 낯설다. 어느덧 활력은 컨디션이 지나치게 좋은 상태에서만 뿜어져 나오는 것이 되었다.

작가가 표현한 저승은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그 모습은 때로 거울에 비치는 내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활력 없는 일상이 얼마나 내 주체성을 잃게 하는지 반성한 것은 덤이다. 이 글을 마치는 지금 시간은 새벽 두 시 반.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해서 피곤함도 잊고 내 마음에 생동감이 잠시 일렁였으니 그걸로 오늘의 마지막 감사인사를 건네 본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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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싱킹 - 속도를 늦출수록 탁월해지는 생각의 힘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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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섣부른 판단과 성급한 결정으로 인한 좌절의 기억이라 해봤자 충동구매에 실패한 경험 정도이다. 돌이켜보면 사소한 일은 미리부터 걱정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빈번한데 전공, 직장, 결혼, 이사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사안은 시원하게 결정해 스스로가 굉장히 쿨 해보이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의도치 않게 선택적 슬로싱킹을 실천해왔던 것 같다.

    

 

슬로싱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얼마나 오래 투자하느냐다. 멍 때리기가 힐링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요즘 사람들에게 엿가락 늘어뜨리듯 긴 시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는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경기에 출전하거나 연습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상대방과 겨루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 이것 또한 슬로싱킹의 일환이다. 밥 먹을 때도, 길을 걸으면서도, 자기 전에도, 꿈속에서도 경기는 계속된다.

 

이렇게 내가 풀어야하는 문제나 상황을 수차례 가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이 길어지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디테일이 추가되기도 하고 관심 분야의 정보를 얻을 기회도 더 넓어진다. 예를 들어 내가 꽃에 대한 글을 적고자 계획하고 있을 때 온 신경이 꽃에 집중되는 것과 같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꽃집,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학생의 꽃무늬 휴대폰 케이스, 광고 속 모델의 꽃무늬 치마, 우연히 들른 악세사리 가게에 퍼져있는 은은한 꽃향기, 아파트 단지에 피어있는 작은 꽃의 꽃말, 식용 꽃 판매처 등 이 모든 것이 궁금해질 수 있다. 훨씬 생동감 있게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슬로싱킹은 역동적인 에너지보다 지구력을 요한다. 오직 결승선을 향해 100미터를 단숨에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산책코스를 거니는 느낌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천천히 스며들 시간이 충분하다. 내가 큰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인생의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내 취향에 맞춰 어느 정도 틀을 잡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그 시기가 다가왔을 때 선택지를 과감히 줄일 수 있었다. 오히려 호흡이 짧은 순간의 선택을 위한 집중력은 부족한 듯하다. 몰입의 힘을 조절하는 연습을 반복해 일상의 성취감과 능률을 높여보기로 해본다.

    

 

슬로싱킹의 핵심은 늘 염두에 두는 것이다. 급하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매달리는 몇 분 보다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던져두는 이틀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해도 나의 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그 자체로 굉장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가 끝나면 뇌를 완전히 비우길 바라고 그것이 휴식이라 믿는다. 비활성화 되어있는 생각거리가 머리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지나친 의무감과 피로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원활한 뇌 운동을 위해 기름칠을 해 두는 것쯤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타닥타닥 소리를 들으며 일렁이는 불을 바라보는 소위 불멍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내 시야 밖 시간을 멈추는 신비한 경험이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 몰입하는 슬로싱킹은 불멍과는 또 다른 희열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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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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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처음을 마주한다. 첫 생일, 첫 등교, 첫사랑, 첫 직장. 태어나서 마주하는 모든 첫 경험에 설레어하고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그것을 성대하게 기념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대부분의 것들도 모두 처음을 간직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떤 것들의 최초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 부모님의 첫 만남을 궁금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것들의 처음을 기록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콜라전쟁’(266p)을 보다 떠오른 광고가 있었다. 코카콜라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코카콜라 캔에 펩시를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콜라업계의 양대 산맥 중 어디를 오르느냐는 개인의 취향(나는 펩시파다)이지만 그 지면광고는 비유하자면 삼성가전 영업사원의 집이 LG가전으로 가득한 것을 본 느낌이었다.

코카콜라의 주성분이 코카 잎과 콜라나무 껍질이라 코카콜라가 되었다는 것, 코카콜라병 디자인은 코코아 콩 꼬투리 그림에 착안한 것이 공모전에서 채택되었다는 것, 펩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코카콜라의 매출을 뛰어넘은 것은 마이클 잭슨이 광고모델이었을 때였다는 것, 게토레이(펩시)와 파워에이드(코카콜라)는 각 회사를 대표하는 비탄산음료라는 것은 앞으로 콜라를 먹을 때 한번쯤은 떠오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포테이토칩의 최초는 프렌치프라이의 변형이었다. 조지 크럼이라는 요리사가 만들어 낸 두꺼운 프렌치프라이를 못마땅해 하며 재 주문을 거듭한 손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 포크로 찍을 수 없을 만큼 얇고 바싹하게 튀긴 것이 그 시작이었다. 현대인의 간편식인 샌드위치는 18세기의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터규의 귀찮음 때문에 생겨났다. 도박사였던 그는 밥 먹는 시간조차 도박판을 떠나는 것이 아까워 빵 사이에 고기와 치즈를 끼운 채로 한손으로 들고 계속 도박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요깃거리 하나하나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고 생각하니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인간세상처럼 그것들의 세상도 참 재미날 것 같다.

    

 

최초에 대한 궁금증은 어원에서 풀리는 경우가 많다. 자주 쓰는 단어가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말의 변형이거나 그것이 낯선 문화권에서 비롯된 역사의 한 부분인 사례도 더러 있다. 이 책은 친구 따라 오디션 장에 갔다가 친구 대신 자신이 캐스팅 되었다는 연예인의 입문기를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의 탄생비화를 엿보는 흥미로움은 물론 시대의 필요와 기술의 발전이 합을 맞추어 오늘날까지 전진해 온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떤 것의 시작점이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한 것이든 연구에 매진한 결과든 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확인 불가능한 추정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최초는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시대의 반영이자 미래의 상상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멋쟁이의 필수품이었던 생선 등뼈(128p)를 보고 앙상하게 남은 갈치 가시가 할머니의 참빗과 비슷하다고 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라 놀랐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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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육아
린제이 파워스 지음, 방경오 옮김 / 한문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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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실에는 뱃속 세상에서 나온 지 오늘 딱 90일 된 아기가 낮잠을 자고 있다. 온전히 나의 보살핌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저 작은 아기로 인해 그동안 내가 느낀 감정의 개수는 정말 셀 수도 없다. 생명의 경이로움과 기쁨은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거친 후에야 슬며시 모습을 드러냄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참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나처럼 당당한 육아라는 저 큰 글자보다 눈치, 비교, 걱정, 두려움,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띄었다면 내 리뷰가 위안이 되길 바란다.

    

 

사실 눈치는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보였다. 만삭일 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맞은편 집 이웃에게 미리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하지만 얼마 전 만난 이웃은 내가 아기를 낳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우려와 달리 우리 아기는 엄청 순둥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 온라인 이웃들과 임신주수별 증상을 공유할 때부터 비교와 걱정이 시작됐던 것 같다. 태어나서 임신이라는 경험이 처음인 나는 작은 변화에도 폭풍검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생후 한 달 접종을 갔을 때는 또래보다 몸무게가 반밖에 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내 모유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몸무게가 평균치로 접어들었다. 모유 먹는 아기는 몸무게가 천천히 느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 이처럼 눈치, 비교, 걱정, 두려움, 죄책감은 대부분의 임산부와 엄마에게 굉장히 일상적인 감정이다. 작가는 오로지 아이를 위한 희생적인 자세로 이런 감정들에 한없이 휘둘리는 육아가 아닌 엄마가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육아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 중 육아의 딜레마인 훈육과 영상매체 활용법도 포함되어있다.

훈육은 올바르게 혼내는 방법이기도, 잘한 행동을 칭찬함으로써 긍정적인 품성과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기도하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자신의 행동이 주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따라서 나쁜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이 있을 때, 상황판단 능력이 발달하여 통제력을 얻게 되고 문제해결을 위한 능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와 아이가 실전에 대비하듯 잘못을 저지르는 특정한 상황이 닥치기 전 떼쓰기 놀이(149p)’를 통해 미리 훈육을 연습하는 방법은 굉장히 신선했다. 아이가 떼를 쓰는 것,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작가의 말을 기억한다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덜 힘들 훈육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아직 훈육을 시도해보지 않은 초보엄마는 생각해본다.)

 

가끔 아기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죄를 지은 것 마냥 후다닥 엎어 버린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몰래 문자를 보내다가 선생님한테 발각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섬찟함이다. 아이가 영상매체를 접하기 시작하면 영영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이 내재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전자기기에 노출되는 게 두렵고 싫은 부모의 마음은 내가 휴지 하나도 앱으로 주문하는 현실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할 수 있다. _175p우리는 전자기기 없이 살 수 없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발전될 것이다. 어차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전자기기를 양육파트너로 의지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신 가끔은 off를 확실히 지킨다는 서로의 약속을 전제하고 말이다. 양질의 컨텐츠를 함께 보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영상을 통한 간접경험을 시켜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의 순기능을 완전히 배제할 이유는 없다.

 

    

 

조리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직은 어색한 모성애를 담아 어설프게 모유수유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저 작은 생명체가 혹여나 나의 무지로 잘못될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500% 나의 책임이라는 중압감이 나를 짓눌렀고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나는 낯선 환경에 알아서 적응하라고 내던져진 어린 아이였고 그런 내게는 내가 보듬어야할 나보다 훨씬 작은 아기가 있었다. 세상에서 나를 공식적인 어른이라고 공인한 것 같았다.

 

이 책은 부모인 내가 내 양육 방식이나 주관에 스스로 더 당당해지길 원한다. 남이랑 비교하고 눈치 보느라 내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바보 같은 엄마가 되지 말자. 정답 없는 논술 답안지를 써내려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지만 내 답안지를 채점해줄 누군가도 없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와 남편이 행복하고 그 기분이 아이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육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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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당뇨 밥상 - 영양학 전문가의 맞춤 당뇨식
마켓온오프 지음 / 리스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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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나와는 평생 엮이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 있다. 주식, 얼리어답터, 만취 같은 것들 말이다. 당뇨도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가족 중 누구도 당뇨인이 아니었고 내 몸이 누가 봐도 걱정스러울만한 비만도 아니었으니 내게 당뇨는 그저 운이 나쁘면 걸리는 것쯤이었다. 그런 내게 당뇨라는 단어가 불쑥 찾아왔다. 시약을 먹고 기준 수치를 넘겨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당뇨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 꽤 가까워졌다.

 

혈당검사키트가 발송된 날부터 꼬박꼬박 수기로 식단과 혈당, 몸무게, 운동시간을 적어갔고 출산까지 딱 한권의 노트가 완성됐다. 매일 다음 끼니를 고민하고 매끼 2시간 뒤 혈당기 앞에서 긴장했으며 그 날의 컨디션과 메뉴선정, 식후 운동의 콜라보를 성사시켜나가는 날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한 것이 바로 당뇨카페에서 남들은 뭘 해먹고 사나 염탐하는 것이었다. 그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메뉴검색해가며 고민할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최고의 당뇨 밥상은 당뇨와 관련된 궁금증과 답을 핵심만 짚어 소개하는 1부와 한 상 차림, 한 그릇, 샐러드&음료, 브런치, 도시락으로 나누어진 밥상 레시피로 대안을 제시하는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어쩌다 혈당이 잘 나오는 메뉴를 발견하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연속해서 여러 끼를 반복해서 먹거나, 식후 혈당이 잘 나오면 간식을 먹으려고 오히려 식사를 부실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이 현대인을 위한 건강한 집 밥 레시피여도 무방할 정도로 당뇨식단에 대한 편견을 깬 다양하고 신선한 조합의 요리가 한가득 이다.

    

 

출산을 한 지금도 가끔 식후 혈당을 체크해본다. 임신 중에는 아기를 핑계로 식단을 신경썼다면 지금은 오로지 나의 건강을 위해서다.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던 사람 중 일부는 진짜 당뇨로 발전될 가능성이 일반인 보다는 높다는 글을 본 터라 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사실 임신성 당뇨로 인해 얻은 긍정에너지가 더 많다. 그저 손가락 몇 번이면 현관 앞에 완성된 음식이 와있었는데 수십 번 검색과 고민을 곁들여 직접 장을 보러가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수고스러움을 기울여야 소중한 한 끼가 탄생됨을, 그런 건강한 끼니를 위한 노력이 소중한 나를 만든다는 것을 깊이 체감했기 때문이다.

 

당장 위험하지 않다고 순간의 즐거움만을 좇는 식습관은 옳지 않다. 물론 바깥음식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까다롭게 따져가며 먹는 것이 쉽지 않지만 되도록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메뉴는 선택지에서 배제하고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의 조화를 갖추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더 오래 행복하기 위한 평생의 숙제이다. 요린이 맞춤형 최고의 당뇨 밥상이 당뇨예방, 스트레스 덜 받는 당뇨인의 식습관 형성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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