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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자비롭게 살아가기 - 자애와 연민에 관한 티베트 스승의 가르침
아남 툽텐 린포체 지음, 임희근 옮김 / 담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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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진 않습니다, 세상은 그저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사람들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을 바꿔야 합니다. _17p

 

모두가 세계평화를 염원하지만 사실은 폭력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서 나를 보호하고 타인을 품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늑대 두 마리 싸움을 예로 든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미움, , 공격성, 열등, 교만으로 가득 차 있는 늑대와 쾌활, 유머, 용기,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열린 가슴을 가진 늑대와의 싸움. 누가 이기냐는 손자의 질문에 당연히 후자가 이기는 거 아냐?’라고 확신하며 다음 문장으로 내려갔더니 할아버지가 대답한다.

네가 먹이를 더 주는 놈이 이기지.”

 

두려움과 탐욕의 늑대가 매일같이 승기를 드는 마음 속 전쟁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만트라를 소개했다. 마음()과 보호한다(트라)라는 뜻의 만트라는 마음을 해방시키는 말, 즉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주문이다. 매일 아침 소리 내어 외워도 좋고 마음속으로 읊어도 된다. 스스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자기암시하며 마음을 다지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갈등상황에서 주저 없이 착한 늑대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나쁜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말자, 나쁜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말자.”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생에서 불행을 맞닥뜨릴 때마다 외우는 주문. ‘지금이 최악이니까 이제 행복한 일이 생길거야, 이거 금방 지나가니까 조금만 참자.’ 현재의 고통을 줄여주는 이 마법 같은 주문을 인생에서 행복을 맞이할 때도 외워야 한다. 어쨌든 언젠가는 지나가는 고통처럼 좋은 일도 언젠가는 끝이 나기 마련이다. 행복한 그 순간만큼은 내 곁에 평생 이 기쁨이 머물러 있을 것이라 착각하지만 그것 또한 지나간다. 그러니 너무 지나치게 기쁨에 심취해 있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자만하며 성공을 누리는 것은 환희가 사라질 때 공허함만 더 커질 뿐이다. 살면서 수 없이 나에게 올 기쁨과 고통, 결국엔 지나감을 명심하고 짧고 굵게 즐기자.

 

 

<연민에 대하여>

 

살 맞대고 산 가족,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끼리도 성향이 달라서 꼭 내 맘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특히나 직장생활에서는 구성원들끼리 똘똘 뭉치기가 더 어렵다. 몇 년 전 내가 다니던 곳에서 사내 세대갈등을 해소하고 직급에 따른 차별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자리가 마련된 적이 있다. 돌아가며 한 명씩 차례로 의견을 말하는데 커다란 원을 이루고 앉아있던 사람들 중 한명이었던 나는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지금 모여 있는 이 사람들도 회사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누군가의 귀한 자식, 부모, 친구, 이웃인데 업무공간이 주는 특수성 때문에 각자의 이유로 괴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면 회사라는 단단한 원형이 균형을 잃는데 그냥 빈 공간이 생기면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메워주겠지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한 눈에 읽혔다. 그리고 위태로워 보이는 그들의 표정이 마치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것이 연민이라는 단어가 보일 때 떠오르는 나만의 잔상이다.

 

우리가 그 때 서로에게 조금만 더 애정을 가지고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냥 아는 동네 형, 언니였으면 부딪히지 않아도 됐을 많을 일들을 함께 겪으면서 왜 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있고 인생의 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 공유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인해 더 좁아진 이 세상에서 한 가지 더 공유해야 할 것은 바로 서로를 향해 활짝 열어놓는 가슴이다. 우리 안의 나쁜 늑대가 으르렁대는 것을 경계하면서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진짜 연민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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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캐스린 길레스피 지음, 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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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달걀껍데기에 보면 초록색으로 도장이 찍혀있는데 거기 마지막 숫자가 4면 안 좋은거래. 난 이제까지 마트가면 제일 싼 달걀만 샀는데 내가 산 건 다 4더라고. 너도 한번 봐봐.” 냉장고를 열었더니 당연하게도(나도 제일 싼 것만 샀으니까) 4가 찍혀있었고 그 숫자가 주는 의미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결론은 이렇다.

마지막 숫자 1~4는 닭 사육환경을 구분하는 번호인데 1이 자유방목이라 가장 좋고, 4A4용지 반만한 케이지에 갇혀 날갯짓 한 번 못하고 모이만 먹고 알을 낳는 걸 반복한다. 흙 목욕을 안 시키니 털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밤낮으로 불을 켜서 산란율을 높이거나 강제 털갈이를 하는 등 스트레스를 주니 결국 그 닭이 낳은 알에는 숫자 4가 찍혀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너무나도 늦게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조금 더 공부해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진짜 리뷰>

 

인간의 행복을 위해 짓밟혀지는 어떤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어떤 내용일지 표지만 봐도 감이 오기에 책을 펼치기 전에 다짐 한 것이 있다. 난 그래도 라떼, 치킨, 삼겹살, 육회를 포기할 수 없다고. 누구에게 말한 건 아니다. 그냥 나 혼자. (참 이기적인 인간이다. 결국 진실이 무엇이건 포기는 안하겠다는 거니까)

 

나는 엄마 젖 대신 우유를 먹고 자랐고 지금도 라떼를 거의 매일 마실 정도로 우유와 가깝다. 새하얀 액체를 보면서 빨간 핏덩이, 고기, 도축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푸른 초원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젖소의 모습을 떠올릴 뿐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제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

 

사실 닭, 돼지, 소가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섭취에 그 목적을 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닭, 돼지, 소를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이런 생각이 뿌리박히게 된 계기도 물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하교하는 길 교문 앞에서 파는 노란 병아리를 단돈 500원에 사들고 와서 마당에서 키운 적이 있다.(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동전 하나로 맞바꿀 수 있는 생명이라) 창문과 출입문을 뚫어 놓은 박스 한 귀퉁이에 모이도 뿌려놓고 물통도 만들어줬다. 나와 같은 날 친구 집으로 간 다른 병아리들(색색별로 염색까지 되어있었다)과는 다르게 우리 집 병아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이내 닭벼슬을 가진 어엿한 닭의 모습을 했다. 이른 아침이면 정말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꼬끼오 울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닭은 옆집 할머니가 혼자 지내기 적적하다며 엄마가 홀랑 줘버려 없었고 그 날 저녁은 닭볶음탕이었다. 며칠 뒤 바로 옆집인데 왜 아침에 닭 우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리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내게 엄마는 이미 내 뱃속에 있다는 말로 닭의 근황을 전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다.

 

알고 보니 내가 경험한 이 과정은 이중사고이고 어릴 때부터 어떤 동물은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며 특정 종의 동물을 먹는 것은 용인 가능하다는 믿음이 학습되는 거라고 한다. 그래야 잔인하고 폭력적인 도축과정들을 합리화 할 수 있으니까.

 

식용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모든 소들은 꼬리와 뿔 등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본능과 가능성이 거의 제거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들이 받는 고통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것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소들의 상품성에 문제가 생기고 그것이 곧 경제적 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게 먹어도 체중을 늘리기 용이하도록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곡물을 섭취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라 끔찍한 인공수정 과정을 거쳐 새끼를 품어볼 수 없는 여러 번의 출산을 한다. 우유와 각종 파생 식품들을 생산해내면서 쇠약해지면 도축되어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고기의 모습이 되고, 식용이 불가한 부산물들은 렌더링 공장(사체를 가공하는 곳)으로 보내져서 가죽, 비누, 골분 사료 등의 소비재 생산에 이용된다. 오로지 인간의 윤택한 삶을 위해 길러지며 사는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지만 생명이 끊긴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못한다.

 

작가는 이렇게 생명이 으스러지는 과정을 쓰레기에 비유했다. 우리가 내다 놓는 쓰레기봉투는 누군가가 치워주기 때문에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내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버린 그 쓰레기들이 진짜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일까?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동물의 생존권을 우리의 이익에 맞게 주무른다. 그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보다는 작업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상품적 가치와 경제적 이윤에 대부분의 초점을 맞춘다. 작가가 경매장에서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소와 눈이 마주치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을 때, 나는 영화 워낭소리에서 할아버지의 반평생을 함께한 소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결국 나도 그 소가 평균 수명을 훌쩍 넘기고도 할아버지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를 가슴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식생활과는 별개의 문제로 선을 그어버린 셈이다. 그리고 영화관에서만큼이나 짧고 얕게 동물원에서 동물의 감정과 특성을 이해하는 척 해본다. “저기 갇혀서 얼마나 답답할까, 넓은데서 뛰놀아야 하는데하는 생각, 아주 잠깐 일 뿐이다.

 

이 책을 보고 내 식생활에서 잡생각이 더 많아져 불편함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몰랐으면 했던, 억지로 외면하고 있던 걸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에 생기는 찝찝함이랄까. 감정도 제멋대로다. 화남, 슬픔, 부끄러움이 적절히 섞인 것 같다. 그 와중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대안이 나오겠지하며 또 모른척하려고 시동 거는 내가 조금은 한심해지려고 한다. 대신 앞으로 내가 마주할 살아있었던 어떤 것들에 대해 조리 전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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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어떤 광고에 반응할까? - 제9판
스콧 C. 퍼비스 지음, 김병희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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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 발길을 멈추는 광고는 아직까지 없었지만 가끔 인터넷에서 내 손길을 멈추게 하는 광고는 있다. 그렇게 내 눈길을 잡아끄는 광고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나는 그것들을 감탄으로부터 가려낸다. ‘아-’ 하는 짧은 탄식 안에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와 ‘나도 한번 쯤 생각했던 건데’하는 소용없는 아쉬움도 함께 섞여있다. 보통 이런 탄식을 자아내는 광고는 TV광고 보다는 인쇄광고인 경우가 많다. 화려한 영상미, 눈을 바쁘게 하는 편집기술, 멋진 모델, 감정을 조절하는 배경음악, 이 모든 걸 포함하는 스토리 그리고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는 것. 어쩌면 15초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쇄광고는 한번 보고 ‘아 그렇구나.’가 단번에 나와야한다. 15초가 아니라 1.5초, 한 컷 속에 소비자를 끌어들여야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쇄광고는 본질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속임수를 넣다가는 진짜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브레스 라이트 코 반창고 인쇄광고가 본질을 강조한 대표적인 인쇄광고이다. 코 울혈을 풀어주는 기존의 약과 반창고라는 새로운 해결책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한다고 했다. 누가 보아도 간단명료하게 반창고가 더 사용법이 간단해보일 수밖에 없다. 또 아래 글에는 반창고를 사용함으로서 아이와 부모가 더 편히 쉴 수 있다는 편의도 알려준다. A or B라고 제시하는 것, 명확하게 기존의 제품과 신제품의 차이점이 확실히 드러날 때 써야 하며 그 차이점은 광고주 입장에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봤을 때 단번에 알아차릴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어떤 것이 그들에게 깊이 관련되는지 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 여성용품을 광고하기 위해 광고기획자인 주인공이 여성이 되어 보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용품을 직접 써보면서 여자들을 이해하는 것. 컴퓨터 앞에만 앉아 글로만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들이 되어보고 그들을 나에게 접목해보는 것. 이게 중요한 이유는 ‘공감’ 때문이다. 아무리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에게 어필하려는 광고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생산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이 한 장 안에 TV광고가 표현하는 효과만큼의 기능을 뽐내기 위해서는 카피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한 그림과 한 줄의 문장이 소비자의 욕구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콜케이트 초강력 치약 광고는 아이스크림에서 비명을 뜻하는 스크림을 떼 내고 no를 붙임으로써 ‘아!’하는 고통이 없다는 것을 단번에 나타냈다.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확실한 메시지 전달이다. 이 광고가 TV광고로 만들어져도 아마 아이스크림에서부터 시작된 발상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인쇄광고에서 나와 같이 흥미로운 느낌과 그로 인해 제품에 대한 호의를 느낀 사람이라면 TV광고에서도 비슷한 스토리의 감성을 전달받길 원할 것이다. 비록 광고가 전달되는 매체는 달라지더라도 제품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점은 표현방법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제품에 대한 이미지에 확신을 가지게 하려면 말이다. 다시 말해 PR 캠페인론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이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보면 지루함을 느껴 오히려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도 있으므로 같은 메시지를 주되 전달방법은 다양하게, 이왕이면 시리즈 별로 하는 것이 좋다.  

 

15초 동안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단 한 장에서 15초간의 여운으로 남길 수 있게 하는 법.  그것이 바로 소비자들과의 공감이며,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배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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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 - 100전 99승
톰 앨스틸 지음, 김병희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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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운 책 전체를 가득 흡수하고 있는 현실적인 광고계의 모습은 조금이나마 광고회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나의 가슴에 축축이 내려앉았다. 이 책은 단순히 광고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할 과정이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많은 광고사진과 ‘광고전쟁 이야기’를 통해 실감나는 광고시장을 느끼게 해주고 이 책을 접하기 전 머릿속에 있었던 어떤 착각들을 (예를 들면 ‘카피라이터가 글만 잘 쓰면 되지’ 와 같은 생각들)한 순간에 씻어 내리는 경험 또한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런 느낌들이 만들어 낸 결과로 광고 제작과정이 각자의 역할 분담이 아니라 협력이며, 그 말은 곧 내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마음과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되고자 하는 광고. 인식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이러한 광고를 사람들에게 좀 더 밀착시키기 위한 광고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분명 상상이상이었다.

 
카피라이터로서의 인생: 가능할 수도 있다. 책을 덮은 지 꽤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문장이다.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없으면 영화 속에 비춰지는 허황된 모습에 유혹받지 말라는 강한 경고인걸까. 물론 모든 것은 스스로 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저렇게 표현한 것이 틀림없다. 저자는 이 짧은 한 문장을 쓰기위해 얼만 큼 고민을 했을까? 앞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진로상담을 해온다면 나의 대답은 저 짧지만 깊은 한 문장이 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2007년 화제를 모았던 이동통신 SHOW의 범국민적 캠페인 광고를 잊을 수 없다. 캠페인의 1차적 목적인 브랜드를 지원하고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형성 뿐만 아니라 국민의식개선에도 힘쓰기 때문에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고 마음속에 깊이 무언가가 남을 수 있는 광고가 있다면 이 광고를 보고 상술이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광고는 예술, 학문, 상술 그 어떤 요소에도 다 포함된다. 다만 각자의 기준대로 광고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적인 가치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여기서 판단의 원인을 제공하고 실마리 또한 던져주는 것은 광고인들의 몫이다. 덧붙여 굳이 광고를 여러 요소로 분류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지만 ‘광고란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시켜 최종적으로 구매에 이르게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광고인의 필수 요소인 창의성. 내가 가끔 어떤 것을 보고 느낀 궁금한 것들을 친구들에게 말하면 왜 그런 생각을 하냐, 그런 게 도대체 왜 궁금하냐는 식으로 말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대부분이다. 생각의 끈을 끊어버린 그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넌 왜 그런 게 궁금하지 않냐, 한 번도 그런 것이 궁금했던 적이 없었느냐고. 틀에 박힌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늘 보던 대로의 세상만을 기억하면서 재해석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 정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휴대폰을 한 번 열어 보는 정도의 시간만큼이나 짧은데 말이다.

 

 1승 정도는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지 않아 100전99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면 상당히 실망이지만 이 책을 접하는 독자 중 한 명이라도 나머지 1승을 채우려는 야욕에 불타오르게 한다면 효과적인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 시각에서라면 마치 수능 필승 전략 족집게 문제집을 받은 기분으로 광고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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