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처음을 마주한다. 첫 생일, 첫 등교, 첫사랑, 첫 직장. 태어나서 마주하는 모든 첫 경험에 설레어하고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그것을 성대하게 기념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대부분의 것들도 모두 처음을 간직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떤 것들의 최초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 부모님의 첫 만남을 궁금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것들의 처음을 기록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콜라전쟁’(266p)을 보다 떠오른 광고가 있었다. 코카콜라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코카콜라 캔에 펩시를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콜라업계의 양대 산맥 중 어디를 오르느냐는 개인의 취향(나는 펩시파다)이지만 그 지면광고는 비유하자면 삼성가전 영업사원의 집이 LG가전으로 가득한 것을 본 느낌이었다.

코카콜라의 주성분이 코카 잎과 콜라나무 껍질이라 코카콜라가 되었다는 것, 코카콜라병 디자인은 코코아 콩 꼬투리 그림에 착안한 것이 공모전에서 채택되었다는 것, 펩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코카콜라의 매출을 뛰어넘은 것은 마이클 잭슨이 광고모델이었을 때였다는 것, 게토레이(펩시)와 파워에이드(코카콜라)는 각 회사를 대표하는 비탄산음료라는 것은 앞으로 콜라를 먹을 때 한번쯤은 떠오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포테이토칩의 최초는 프렌치프라이의 변형이었다. 조지 크럼이라는 요리사가 만들어 낸 두꺼운 프렌치프라이를 못마땅해 하며 재 주문을 거듭한 손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 포크로 찍을 수 없을 만큼 얇고 바싹하게 튀긴 것이 그 시작이었다. 현대인의 간편식인 샌드위치는 18세기의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터규의 귀찮음 때문에 생겨났다. 도박사였던 그는 밥 먹는 시간조차 도박판을 떠나는 것이 아까워 빵 사이에 고기와 치즈를 끼운 채로 한손으로 들고 계속 도박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요깃거리 하나하나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고 생각하니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인간세상처럼 그것들의 세상도 참 재미날 것 같다.

    

 

최초에 대한 궁금증은 어원에서 풀리는 경우가 많다. 자주 쓰는 단어가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말의 변형이거나 그것이 낯선 문화권에서 비롯된 역사의 한 부분인 사례도 더러 있다. 이 책은 친구 따라 오디션 장에 갔다가 친구 대신 자신이 캐스팅 되었다는 연예인의 입문기를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의 탄생비화를 엿보는 흥미로움은 물론 시대의 필요와 기술의 발전이 합을 맞추어 오늘날까지 전진해 온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떤 것의 시작점이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한 것이든 연구에 매진한 결과든 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확인 불가능한 추정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최초는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시대의 반영이자 미래의 상상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멋쟁이의 필수품이었던 생선 등뼈(128p)를 보고 앙상하게 남은 갈치 가시가 할머니의 참빗과 비슷하다고 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라 놀랐던 것처럼.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