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육아
린제이 파워스 지음, 방경오 옮김 / 한문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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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실에는 뱃속 세상에서 나온 지 오늘 딱 90일 된 아기가 낮잠을 자고 있다. 온전히 나의 보살핌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저 작은 아기로 인해 그동안 내가 느낀 감정의 개수는 정말 셀 수도 없다. 생명의 경이로움과 기쁨은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거친 후에야 슬며시 모습을 드러냄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참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나처럼 당당한 육아라는 저 큰 글자보다 눈치, 비교, 걱정, 두려움,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띄었다면 내 리뷰가 위안이 되길 바란다.

    

 

사실 눈치는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보였다. 만삭일 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맞은편 집 이웃에게 미리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하지만 얼마 전 만난 이웃은 내가 아기를 낳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우려와 달리 우리 아기는 엄청 순둥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 온라인 이웃들과 임신주수별 증상을 공유할 때부터 비교와 걱정이 시작됐던 것 같다. 태어나서 임신이라는 경험이 처음인 나는 작은 변화에도 폭풍검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생후 한 달 접종을 갔을 때는 또래보다 몸무게가 반밖에 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내 모유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몸무게가 평균치로 접어들었다. 모유 먹는 아기는 몸무게가 천천히 느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 이처럼 눈치, 비교, 걱정, 두려움, 죄책감은 대부분의 임산부와 엄마에게 굉장히 일상적인 감정이다. 작가는 오로지 아이를 위한 희생적인 자세로 이런 감정들에 한없이 휘둘리는 육아가 아닌 엄마가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육아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 중 육아의 딜레마인 훈육과 영상매체 활용법도 포함되어있다.

훈육은 올바르게 혼내는 방법이기도, 잘한 행동을 칭찬함으로써 긍정적인 품성과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기도하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자신의 행동이 주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따라서 나쁜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이 있을 때, 상황판단 능력이 발달하여 통제력을 얻게 되고 문제해결을 위한 능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와 아이가 실전에 대비하듯 잘못을 저지르는 특정한 상황이 닥치기 전 떼쓰기 놀이(149p)’를 통해 미리 훈육을 연습하는 방법은 굉장히 신선했다. 아이가 떼를 쓰는 것,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작가의 말을 기억한다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덜 힘들 훈육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아직 훈육을 시도해보지 않은 초보엄마는 생각해본다.)

 

가끔 아기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죄를 지은 것 마냥 후다닥 엎어 버린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몰래 문자를 보내다가 선생님한테 발각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섬찟함이다. 아이가 영상매체를 접하기 시작하면 영영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이 내재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전자기기에 노출되는 게 두렵고 싫은 부모의 마음은 내가 휴지 하나도 앱으로 주문하는 현실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할 수 있다. _175p우리는 전자기기 없이 살 수 없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발전될 것이다. 어차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전자기기를 양육파트너로 의지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신 가끔은 off를 확실히 지킨다는 서로의 약속을 전제하고 말이다. 양질의 컨텐츠를 함께 보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영상을 통한 간접경험을 시켜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의 순기능을 완전히 배제할 이유는 없다.

 

    

 

조리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직은 어색한 모성애를 담아 어설프게 모유수유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저 작은 생명체가 혹여나 나의 무지로 잘못될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500% 나의 책임이라는 중압감이 나를 짓눌렀고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나는 낯선 환경에 알아서 적응하라고 내던져진 어린 아이였고 그런 내게는 내가 보듬어야할 나보다 훨씬 작은 아기가 있었다. 세상에서 나를 공식적인 어른이라고 공인한 것 같았다.

 

이 책은 부모인 내가 내 양육 방식이나 주관에 스스로 더 당당해지길 원한다. 남이랑 비교하고 눈치 보느라 내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바보 같은 엄마가 되지 말자. 정답 없는 논술 답안지를 써내려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지만 내 답안지를 채점해줄 누군가도 없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와 남편이 행복하고 그 기분이 아이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육아를 해야겠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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