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당부 - 소중한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제인 고드윈 지음, 안나 워커 그림, 신수진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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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근에 했던 서로 다른 두 가지 당부를 떠올린다.

"그 사람 만나면 이 말 꼭 전해줘"

"병원에 늦어도 두시까지는 꼭 도착해야해"

저 문장들을 강조하고 싶은 만큼 '꼭'에 힘을 실어주면 된다. 목소리의 크기(꼭!)도 횟수(꼭꼭)도 늘어뜨림(꼬오~옥)도 추가하는 거다.

약간의 차가움과 간절함이 오묘하게 섞인 저 문장이 내 목소리를 타고 상대방에게는 어떻게 들렸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의 귀퉁이도 당부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첫장을 펼쳤는데

에구머니나!

'침대 정돈하는 거 잊지 말기.'

흠..침대 정돈은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 중 하나로 소개됐던거 아니었던가..?

'양말은 발에 딱 맞게 신기.'

건조기 돌리면 줄어든다며 발 뒤꿈치 부분이 뒤꿈치에 아직 닿지 않는 양말을 그냥 아기에게 신겼던 내 모습이 떠올라 머쓱.

세상에나!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라고, 여기에 적힌 것은 아마 잊지말아야 할 것 중 1/10,000도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또 놀란다.

엄마의 마음으로 커가는 아기에게 전해주고픈 이야기를 찾고자 했는데 자꾸만 책에 내 모습을 덧대어 본다. 나도 이런 충분하고 따뜻한 당부를 자양분 삼아 커왔겠지.

그림 속 모두가 웃는다. 가식도 저의도 없어보이는 순수한 웃음 그 자체다. 마치 미소와 영혼이 한 몸인 것 처럼 자연스럽다. 아기의 웃음같다. 아무 계산없는.

가끔 아기의 재롱을 볼 때 터져나오는 내 웃음이 낯설때가 있다. 내 안에 이런 형태의 웃음도 존재했구나. 아기가 아니었으면 평생 숨어있었을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페이지마다 잊지 말아야 할 정겨운 기억들을 떠올리느라 내 입꼬리가 조금은 올라가있었던 것 같다. 작은 당부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행복한 그들처럼말이다. 이렇게 포근한 색감과 분위기, 그림의 표정을 나타낸 작가님도 참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그렇게 가슴에 깊이 스며든 그림들을 꼭꼭 눌러담고 다시 생각해본다.

나에게 당부란

때로는 잊으면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는 것, 딱딱한 명령조에 압박감도 한스푼 끼얹은 그런 말. 또 때로는 가벼이 넘기는 잔소리쯤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당부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세심함, 부드러움, 사랑, 공경, 자존감, 우정, 배려, 걱정 이 모든 것들의 총칭일 수 있음을. 사소해 보일 수는 있지만 작은 당부란 없다. 잔소리라 생각했던 그 짧은 문장 안에 포함된 어마무시하게 큰 마음이 이제서야 보인다.

휴 난 언제쯤 어른이 되려나.

#호주창작그림책 #모래알 #작은당부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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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 강아지 엽서북 - 손끝으로 완성하는 안티 스트레스 북 스티커 아트북 (싸이프레스)
싸이프레스 액티비티북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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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멀리하는 남편덕에 우리는 평생 책을 공통분모로 삼을 수는 없겠다 싶었는데 이 스티커북이 우리를 대동단결시켰다. 서른 넘은 우리가 스티커를 붙이면서 작게는 내일 뭘 먹을지, 크게는 가정의 재정상황을 의논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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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 강아지 엽서북 - 손끝으로 완성하는 안티 스트레스 북 스티커 아트북 (싸이프레스)
싸이프레스 액티비티북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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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책장에서 많은 책들이 메워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동안 남편은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연애할 때 자기가 사준 책이 사라져도 전혀 눈치 못 챌 정도.

원래 글자를 읽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근데 이 책은 읽을 글자라곤 숫자 뿐이라 그런지 나보다 자기가 더 열심이다.

우리는 며칠동안 자기 전 의식처럼 얼마간의 시간을 스티커북에 할애했다. 잠들기 전 각자의 시간을 가진다는 핑계로 놓지 못했던 휴대폰을 내려놓고 분주하고 꼼꼼하게 스티커를 찾아 붙였다. 그러면서 아기가 아침까지 깨지 않길 바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빠르게 바뀌는 화면을 스치는 손가락이 무던하고 냉정한 느낌이라면 스티커를 찾고, 잡고, 떼고, 붙이고, 삐뚤어진 선을 맞추려 손톱으로 밀어내는 손가락은 생동감 있고 바지런하다. 흥미없는 것들을 거르는 작업도 필요없고 그저 번호를 찾아 붙이는 단순한 작업의 반복이다.

재미있는 것들이 손 안에서 꿈틀거릴 때는 무슨 말을 해도 곧장 흡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편안한 손놀림에 살짝 느슨해진 마음이 더해지자 상대편이 운을 떼는 순간까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책을 멀리하는 남편덕에 우리는 평생 책을 공통분모로 삼을 수는 없겠다 싶었는데 이 스티커북이 우리를 대동단결시켰다. 서른 넘은 우리가 스티커를 붙이면서 작게는 내일 뭘 먹을지, 크게는 가정의 재정상황을 의논하게 되다니.

덧붙여

자기는 멋짐이 폭발하는 작품을 원하는데 이 책은 너무 귀여운 강아지 뿐이라며 다음에는 다른 스티커북을 사보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래 두개 세개 사자.

손바닥만한 사이즈라 휴대하기 쉽지만 어디에 들고 나가서 해 본적은 없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한 번에 완성해보고 싶다. 아가야 미안.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티커북 #스티커아트북강아지엽서북 #싸이프레스 #어른힐링 #강아지스티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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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이명애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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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같은 현실 덕분에 내 일상을 제대로 꺼볼 수 있게 됐다. 무더운 휴가기간이 끝나면 그 때부터는 롱패딩이 아닌 조금 가벼워진 옷을 꺼내 입는 것은 어떨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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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이명애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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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꿈을 꾸고 있다. 이쯤 되면 깰 때가 된 것 같은데. 언제 울릴지 모를 모닝콜을 기다리는 것 같다. 가끔 나쁜 꿈을 꿀 때 빨리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눈을 떠서 익숙한 천장과 네모난 전등이 보이길. 근데 지금은 이 꿈같은 현실에서 빨리 깨어나 몇 년 전 사진 속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길 꿈꾼다.

 

 

일 년 중 한여름 밤의 꿈같은 며칠을 우리는 집에서 보내게 됐다. 숙소를 예약하느라 골머리 앓을 일도, 휴양지에서 뭘 입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서 홀가분하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짙게 남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포니테일 스타일 여자의 모습을 했지만 사실은 고단한 일상에 찌들리고 온갖 무거운 것들에 짓눌려 사는 우리다. 우리를 대신해 기꺼이 책에 등장한 이에게 검은 롱패딩을 입힘으로써 우리가 이고지고 사는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그녀가 내뱉는 한숨의 크기가 점점 커질수록 쉼은 간절해진다.

 

설렘의 종착지인 기차역에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은 아직 겨울 차림이다. 두꺼운 옷에 싸여 보이지 않았던 차갑게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휴가지에 도착하자 발 아래로 조금씩 녹아내린다. 일행이 없는 주인공은 우연히 만난 검은 고양이 덕에 비로소 온전히 편안한 휴식을 만끽하면서 피부색과 웃음을 되찾는다. 그녀의 피부도 원래는 파란색이 아니라 살구색이었겠지. 그녀의 시선도 바닥이 아닌 하늘을 향하고 싶었겠지.

 

현실에서 차마 떼 놓고 오지 못한 근심과 스트레스들은 휴가지에서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나와 함께 복귀하는 검은 롱패딩과 같다. 벗을 수 있지만 꾸역꾸역 내 몸과 같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 더 익숙하다. 어쩔 땐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답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나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휴대폰을 사용한지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전원을 끈 적이 손에 꼽는다. 그래서 보통 휴가를 재충전이라 표현하는 것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난 늘 켜져 있는 휴대폰에 충전기를 꽂았으니까. 좀 쉬고 싶다고 바닥을 드러내며 경고를 보내면 잔인하게 콘센트를 찾아 헤맸다. 과연 내 휴대폰은 그렇게 억지로 다시 힘을 내고 싶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꿈같은 현실 덕분에 내 일상을 제대로 꺼볼 수 있게 됐다. 무더운 휴가기간이 끝나면 그 때부터는 롱패딩이 아닌 조금 가벼워진 옷을 꺼내 입는 것은 어떨지 고민해봐야겠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 #모래알 #휴가 #이명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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