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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ㅣ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아직도 결말의 여운이 가지질 않는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사실 이런류의 추리소설을 읽는 까닭은 스토리의 극적인 반전들과 조각난 이야기를 이어붙이는 흥미로움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읽었던 7년의 밤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한 동안 이야기는 풀어지다가 결말부분에 이르러 긴장된 순간들과 현장의 생동감을 느끼는 듯 마무리되는 전개방식이 비슷하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사실 그냥 읽는다면, 조금 지루한 면이 있다.
서론이 너무 길다고나 할까?
2002년과 2007년을 왔다갔다하는 장의 제목들이 낯설기까지하다.
게다가 낯선 이름들, 덴마크 소설이라선지 칼 뫼르크, 아사드, 메테레 륑그르, 우페, 다니엘 할레 등등.
이 작품은 유시 아들레르 올센이라는 덴마크 작가의 작품이다.
북유럽에서는 꽤 알려진 작품인 듯 싶다.
2010년 글래스키 상과 2012년 배리 상을 수상하고,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글래스키는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이고, 배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이다.
그의 작품은 이미 전 세계 36개국에서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다.
미결사건 전담 수사반인 디파트먼트 Q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저자는 칼 뫼르크라는 수사관과 시리아 출신 조수 아사드를 연결지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을 이어가고 있다.
디파트먼트 Q 시리지는 이 작품이외에도 꿩 도살자, 병속에 담긴 메시지, 저널64로 이어지고 있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간단히 말하자면 일종의 납치 살인사건의 해결이다.
헐리우드에서 자주 거론되는 공포영화의 소재이기도 한 납치살인사건.
이번에는 메테레 륑그르나는 젊고 성공한 정치인을 타켓으로 삼았다.
그녀가 실종되었다.
무려 4년(?-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ㅠㅠ)이상을 납치된 채 살아가야 하는 운명.
덴마크는 참 길다. 보통은 그냥 납치후 바로바로 추적하고 살해위협에서 구출하는게 극적전개도 빠르고, 독자들의 흥미도 돋우는데 이건 뭐 한참이다. 세월아 내월아...
역시 추리는 형사들의 소임이다.
사건의 단서를 찾고, 그들의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사건의 재마춤이 바로 핵심이다.
독자는 그들을 따라 생각하고 단서들을 조합해 나가기 시작한다.
반전은 그들이 독자를 속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칼 뫼르크는 살인 사건 전담반에서 미결 사건 특별 수사반으로 밀려났다.
결국 5년전 실종된 여성 정치인 수사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메테레의 실종후 상황과 사건 추리상황이 서로 엇갈려 반복되면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물론 추리하는 형사 밑에는 항상 조수가 따라붙는다.
때론 영리하고 육체적으로 건강한 보디가드가 될 수 있고, 때론 어리숙하고 사고뭉치 코미디를 담당하는 조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 아사드라는 조수는 전자에 가깝다. 어쩌면 칼 보다도 훨씬 훌륭하다.
단서와 사건의 조합은 칼이 잘 하겠지만, 현장의 눈썰미와 액션에서는 결코 지지 않는 아사드.
일단 (요 밑에는 어쩌면 내 주관적이지만 나름 반전을 깨는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절음발이가 범인이다라는 요게 뭐라고 하던데...ㅠㅠ
스포일러가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책을 읽고 싶다면 요 밑에는 읽지 않았음 좋겠다.
줄거리는 여성정치인의 실종과 그를 파헤치는 형사가 큰 줄거리다.
여기에 소재가 있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교통사고로 생겨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이해할까?
상대방의 잘못이라는 이유없는 믿음이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불행을 덮어씌우며 생기는 사건들.
그리고 무려 5년이 가깝게 그녀를 고문하기 시작하는데,
칠흑같은 어둠속와 대낮같은 형광등을 켜는 고문들.
도무지 빠져나갈 길은 없고, 그저 먹는 통과 싸는 통으로 버텨야 하는 나날들.
죽고 싶지만 죽을 도구 조차 없는 현실.
1기압 1기압 1기압을 높여나갈 수록 몸 안의 질소는 쌓여가고 이제 산소만 닿는다면,
일순간 평기압으로 돌아간다면 사람은 어찌될까?
피 속의 모든 기포들이 팽창하고 살을 뚫는 뼈들과 폐를 찟는 고통, 눈이 튀어나오는 건 어쩌면 약과일지도 모르지. 이런 일들을 자행하는 이들은 그녀의 고통을 기다리면 4년을 버티고 있었다.
결국 사건은 해피엔딩(사실 빠져나와서 행복하겠지만ㅠㅠ)
가압기와 감압기라는 왠지 신선하지만 신선하지 않는 소재들.
우린 천안함으로 감압기를 들었다. 물론 7년의 밤이란 소설에서도 잠수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선지 왠지 기압에 대한 내용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액선의 마지막은 칼과 아사드, 그리고 범인의 총과 칼의 대결이 흥미롭다.
감정의 기복과 함께 사건의 마무리 역시 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색출인데 나름 재미있다.
이 책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서두에 언급한 낯선 이름들과 미장센이라고 불리는 너무 상세한 영화속 풍경까지 설명하는 듯한 문체들은 낯설기도 하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성미급한 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장면전환이 느리고,
액션이 부족한 듯 싶지만, 나름 흥미로운 장치를 꽤 많이 녹여낸 작품이다.
칼의 시니컬한 모습들과 아사드의 엉뚱함이 참 어울리는 작품이다. 영화로도 제작된다면 좋을 듯 싶다. 다만 헐리우드의 상업영화적 측면을 부각시켜 준다면 말이다.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좀 색다른 추리소설을 읽어 기분이 좋다.
다음 작품들 역시 빨리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