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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평점 :
흉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른 청년의 충동적인 범죄로 이승을 뜬
이웃의 소식을 듣고 조문을 다녀오는 길, 흉흉한 소식은 안심하고 살
수 없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옆방에 세 들어 사는 만취
청년에게 밤이 깊었으니 조용히 하고 자자는 말에 발끈한 그는 부엌에 있는 칼로 60대 이웃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다고 검찰은 밝혔지만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청년의 잔혹한 범죄는 한 가정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흔한 사건· 사고 소식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하여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달아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롤링
스톤’ 지의 수석편집장을 지낸
대중음악평론가인 마이클 길모어는 그의 형 게리 길모어가 사형수로 총살형에 처하게 된 경위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여 담담하게
기술하였다. 저자는 자기 집안에 짙게
드리워진 파멸의 궤적을 찾아 조상들의 삶까지 고찰하며 쉽게 드러내지 못할 가족의 비극적인 삶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비인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르몬교도 부모 밑에서 자란 어머니 베시 길모어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부모의 가혹한 폭력을 감내하며 억압적인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키우며 지냈다.
이미 여섯 번이나 결혼을 해 낳은 자식들을 버리고 그 사실을 숨긴 채
프랭크 길모어는 베시와 결혼했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프랭크의
매력에 빠진 어머니는 성급하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룸으로써 끔찍한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참척의 슬픔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여섯 번이나 결혼하고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까지 돌보지 않으며 광고사기 수익금에 의존하던 곳곳을 떠돌며 지냈던 아버지는 연이어 태어난 자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가부장적인 권위를 행사하였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시를
좋아하고 그림에 재능이 있던 소년 게리는 부모의 학대, 제도적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로 변해 갔다.
22년 동안 감옥을 들락거리며
반사회적인 삶을 살아 온 게리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며 패륜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짐승 같은 폭력을 행사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를 저지르며 비열하고 폭력적인 괴물로 변해갔다.
‘그래. 지금까지 난 당하면서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파괴자가
되겠어.’
둘째로 태어난 게리 길모어는 부모에게 사랑 받기를 갈구하였으나 부모는
자식의 바람과는 달리 방어기제를 잃은 폭력에 시달리며 자기 파멸로 가족과 관습에 분노를 표출하였다.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그는 사형을 자처하여 심장으로 날아든 총탄에 고단한 인생을 마감하였다. 저자는 미국 내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그는 유명한 사형수로 낙인이 찍힌 둘째 형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그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혈연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며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 운명의 코드를 확인해 갔다.
지난 세월 비난과 경멸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베시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바랐지만 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지옥으로 변했다. 가학성을 띤 괴물로 바뀐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을 자행하며 자애로운 모습과는 멀어져갔다. 끊임없는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로 성장한 둘째 형 게리에 비해 특혜를 받았던 막내아들 마이클은 마음의 채무를 안고 위태롭게 지내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컸을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만 잘못을
저질러도 벨트로 채찍질을 일삼던 아버지의 횡포 아래 악몽을 꾸던 게리의 불균형은 악화 일로를 걷게 하였다.
미국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사형수의 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저자의 바람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큰형, 막내 동생은 형의 구명을
위해 나섰지만 사형을 언도받은 그는 그들이 자기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 제도를 이겨낼 방법을
생각했다. 게리에게 흐르는 나쁜 피를
추적하며 접신술사로 일한 페이 할머니가 들려 준 가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저승의 영혼들이 빚는 변주곡으로 유령처럼 식구들을 따라
다녔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 게리는
끔찍한 혼이 그의 몸으로 들어가 비정한 괴물로 변한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신화의 지배 속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종국에 게리 길모어는 유타
주에서 총살형에 처해 져 피의 속죄라는 모르몬 교회 식의 엄격한 대가를 치렀다.
‘그래도 아버지란 존재는 늘
남아 있겠지.’
심장에 총을 맞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비정한 아버지의 폭력성은
심인성 질환을 부추기는 트라우마로 자리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형 게리가 처형된 뒤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보낸 어머니와 아들은 가슴 한복판에 짙게 드리워진 고통 아래 멀쩡하게 지낼 수 없었다. 죄악의 피가 흐르는
듯, 수치스러운 유산을 숙명처럼
안고 지내야 했던 마이클 길모어는 비틀즈의 노래에 심취하며 황폐함과 처연함을 달래 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가감 없이 드러낸 한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는 어린 시절부터 배태되어 개인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나 학대 · 애정
결핍· 언어적인 힐난이나 질책 등은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로 머물게 하였고, 뜻대로 안 되는 벽을 향해
분노하는 불안정한 화를 돋우어 격렬한 폭력에 휩싸이게 했다. 치욕스러운 가문의 역사를
가감 없이 드러내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한 토대는 사랑에 기인함을 깨달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족의 파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지만
폭력으로 돌려받은 그는 가족과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 숨을 고르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따스한 눈빛과
사랑의 한마디가 주는 힘은 큰 파장으로 힘듦을 견디고 살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