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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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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유와 상징의 기법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를 담아내는 시인들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미처 생각지 못하였던 현상의 이면을 통찰하고 있어 숙연해질 때가 있다. 비밀스러운 공간에 자리하는 감성을 백지에 아로새기는 창작의 과정은 압축된 시어들을 정제하여 리듬을 살리는 재능에서 빛을 발한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편협한 시선으로 우주를 보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편협함을 벗어나 진실을 전하는 일을 소명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탄식하고 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왜곡하는 현실에 맞서 진실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준엄한 과제로 떠오르는 요즘 한 편의 시에 곁들인 시작 내용의 재구성이 눈길을 끈다.

 

    광막한 우주에 태곳적 신비를 담고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려는 선각의 기개와 이상은 희생을 통해서라도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이육사의 광야는 초인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를 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할 틈도 없이 현재를 기계적으로 사는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갈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꽃을 피우기 전과 꽃을 피운 뒤 대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것처럼 결과에만 관심을 두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추한다.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김수영 시인은 노란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기억하고 시인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한 세상을 다른 세상으로 바꾸는 능력의 발현으로 보았다.

 

    중요했던 가치들이 하루아침에 하찮은 것들로 취급될 때에도 시인은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실천을 아끼지 않았다. 견지해야 할 가치를 새기면 산다는 일은 숭고한 미의식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실천적 노력의 일환이다. 고독한 지경에 놓인 섬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고리는 고립감을 해소하여 하나의 창구로 열어 숨통을 틔우고 실존적 상징물로 받아들임으로써 공동체적 요소로 받아들여 혼란스런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민족애로 울릉도를 보았다. 반독재 민주화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슴 속 울분을 토로하며 연대할 때 행동으로 옮길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진정한 삶이 없다고 회의할 때도 음울한 시대적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이 힘을 규합할 때 시에 리듬을 실은 노래는 새벽을 열어주는 빛으로 자리한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던 아이들이 나선 수학여행의 뱃길이 어린 자식들을 물속으로 떠나보낸 고통의 시간으로 가정의 기능까지 마비시켰다. 어른들을 믿고 구조를 기다렸던 아이들의 생명을 저버린 어른들의 잘못은 지탄의 대상이고 면죄부를 씌울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저자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통함을 담은 시로 비통함을 기억하고 한 나라의 무능함을 용서하지 말라는 무언의 행동으로 우리를 질책한다.

   ‘잠자리야 잠자리야 물 건너지 말아라

   물 건너다 맥 빠지면 물에 빠져 너 죽는다

   물에 빠져 너 죽으면 늙은 에미 어찌 사나

   이편 언덕이 있어야 저편 언덕이 있는 것처럼 잠자리 노래가 있어야 공무도하가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제인 번역의 긍정적인 의미를 드러냈다.

 

   상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병사들의 고충은 마음먹은 대로 행할 수 없고, 생각한 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 비극의 씨앗은 자리한다. 개개인의 존엄성을 생각하고 유기체의 권리를 생각하며 상대를 배려할 때 순연한 질서는 자리할 것이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인 길 떠나는 가족을 매개로 나라 없이 떠도는 집시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을 들어 지금 발 딛고 사는 나라가 기능을 오롯이 할 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별은 미의 창조라는 한용운의 시에 담긴 역설적인 표현의 의미는 결여의 상태에서 성스러움과 위대함의 감정이 절실하여짐에 비중을 두었다.

 

   자신의 존재가 잉여물이 아닐 수 있는 세계를 찾아 지난하게 살면서 시를 썼던 최승자 시인을 향한 저자의 애정은 물신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리 쉽지 않은데 기인한다.

   ‘새들도 자본 자본하며 울 날이 오리라

   는 최승자 시인의 예견은 피폐해진 영혼을 달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에 중심을 바로 잡고 살아가려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서고 만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평안도 정주를 사랑하고 그곳의 향취를 잊지 않으려는 백석 시인은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일상을 낙원으로 여기며 점점 잊혀가는 과거의 의미를 시로 복원하려 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시 쓰기라 규정하며 달성하기 위한 희망이기보다는 희망 자체로 남아 빛이 되는 믿음을 잉태하는 것이라 부연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는 말처럼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품고 사는 일에 가깝다는 말을 믿으며 순정한 태도로 절망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영혼의 힘을 시 속에서 발견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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