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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ㅣ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평점 :
일상의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미답의 공간으로 수평 이동하는 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내밀한 행위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바람에 끌려 빈 시간이면 여행기를 즐겨 읽으며 가야 할 곳을 찾아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당위성을 부여한다.
노마드 풍에
끌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그동안 옥죄어 둔 규범과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자신을 풀어놓고 대자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은 용기를 내야 하는 모험적인 일이다.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몽골 소설가 갈잔 치낙의 소설 ‘귀향’을 보고 몽골 서북부의 소수민족
투바의 추장이라는 사실에 끌려 저자는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알타이로 떠나게 되었다.
기존의
여행기가 주는 멋진 경관이나 관광 명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현실 속의 나로부터 도피하는 여행은 울란바토르 공항에 발을 내디디면서
시작되었다.
사방이 스텝 초원으로만 둘러싸인
건조한 땅,
황무지에
가까운 사막에 도착해서야 몽골 특유의 냄새로 저자는 여행을 실감하였다.
여행자들
22명은 몽골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이며 카자흐스탄 국경과 인접한,
시베리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알타이로 향하였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는 공항에다 물 한 방울이 귀한 곳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지 않았을 텐데도 여행자들은 불평하기보다는 척박한 환경에 감내하며 유르테
안에서의 생활에 젖어갔다.
유르테와
유르테에 거주하는 인간들을 보호해주는 여신으로 숭배 받는 불을 꺼뜨리는 행위를 금기시하며 불을 소중히 다뤘다.
잘 마른 야크
똥을 연료로 삼아 보온에 힘쓰는 유테르의 생활은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지만 원시 본연으로 돌아가 미소 짓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물질적인 축적이 행복의 척도는 아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알타이의 거칠고 투박한 자연이
고스란히 펼쳐져 위험을 수반하기도 하는 자연 환경이지만 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공간에서 절대 고독의 경지에서 자연에 눈길을
주는 여행자의 시선을 의식한다.
말을 타고
원승을 나갈 경우 예민한 말을 자극하지 않는 게 필요하고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게 하는 요령을 터득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는 일 등은 유목민들의 생활에 동화되는 일련의 활동이다.
태어난 지
5년이 경과해서야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며 유목 사회의 일원으로 영입되었음을 입증하고 아이에게 말 타기를 배워주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안내하는 풍습은 의미를
지닌다.
여행 중에
현지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인연 중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 가슴에 들어와 추억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저자가 만난
첼리스트 마리아는 조용하면서도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며 언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다양한 세상과 만나는 일에 열성적이었다.
갈잔의 알타이
여행에는 알타이-투바를 위한 지원금과 갈잔 치낙
재단의 몽골 조림사업 기부금이 포함되어 있기에 경비가 비싼 편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한 일에 열정적인 마리아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상 소식과
단절된 공간에서 날 가는 줄도 모른 채 자신이 추구하면 살던 일도 잊고 무위의 상태로 돌아가 알타이의 천연에 빠져들었던 시간은 그동안 쥐고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음으로써 시작되었다.
향나무 계곡
사이를 비상하는 맹금류를 보면서 자유를 만끽하였고 책 한 줄도 안 읽고 시간을 보내는데도 불안하지 않았으며 느리게 움직이며 야크 똥을 모았을
뿐이었던 여행은 현지인 누르하치가 저자에게 건넨 치즈 한 봉지에서 감동을 더한다.
오지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영양 섭취가
부실한데다 체력은 고갈되어서인지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
북인도 여행 중 몸살감기를 된통 앓으며 해뜨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엄동설한을 견뎠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자 역시
호흡 곤란으로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일행이 권했던 동종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느린 호흡법으로 가쁜 숨을 달래야
했다.
양고기 스튜
대신에 맨밥에 소금을 뿌려 먹음으로써 기운을 돋우며 서서히 생체 리듬을 회복하여 갔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외에는 거의 갖지 않은 유목민들의 검소한 생활은 구멍 뚫린 옷을 입어도 괘념치 않은 의복 착용은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일
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페라 보기를
즐기는 마리아는 무대 맨 앞 입석표를 구하기 위해 서너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 자신이 관람하고 싶은 공연을 보면서 예술적 취향을 분명히
하였다.
마리아를
만나러 빈으로 간 저자는 알타이 여행을 추억하며 유테르에서 함께 머물렀던 시간으로 회귀하여 유목민처럼 거처를 옮기며 피폐해진 영혼에 쉼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