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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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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 참사가 일어난 지 11개월째다.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으며 비통해하던 때와는 달리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원회 작가기록단이 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가족의 아픔에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내렸다. 배 타고 가기 싫다던 제주도 수학여행의 추억을 쌓아야 한다고 아이를 보냈던 부모의 회한은 더 커보였다. 여행을 좋아하여 훌쩍 떠나기를 즐기는 만큼 여행의 목적은 여행지를 찾았다가 있던 자리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까지 포함된다. 34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와야 할 아이들을 기다리던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시간은 극명하게 달라졌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존엄한 생명을 멈추고 말았다. 밥상머리에 앉아 함께 하였던 식구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고 비탄에 젖어 있을 새도 없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낼 골든타임을 놓치고 핑계만 늘어놓은 책임자들의 직무 유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구명조끼를 입고 선체에 있다가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급류에 휩쓸려 가버린 아이들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구조를 위한 실천적인 대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상의 단란한 행복이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가도 돌연한 일들로 나락으로 떨어져 쉽게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이들은 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를 다독거리며 지냈던 아들, 친구 같은 동행인으로 자리했던 딸, 철이 일찍 들어 무엇이든 알아서 해내던 아들, 온유함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속을 썩이지 않은 딸,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길을 탐색하여 가던 아들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부모의 육성은 자식을 향한 애끓는 그리움으로 통렬한 아픔을 더했다. 억울하게 죽어 간 아이들이 남긴 미증유의 숙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와 책임 아래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정신을 가다듬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진실을 전하여야 하는 언론이 거짓된 보도로 사람들을 농락하는 현실에서 왜곡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중들 앞에서 진실을 알리는 일은 진상 규명을 위한 출발점이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에 안도하며 아이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진도 체육관으로 향하던 길에서 희생 학생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은 자식과 살아서 만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으로 뒤섞여 가족들은 갈피를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비규환 같은 진도 체육관에서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가족들은 지쳐갔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마음에 걸려 다시 팽목항을 찾는 일이 이어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들은 아이들의 유품으로 나온 휴대폰 영상 자료를 통해 세월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데 힘을 모아야 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서로를 챙기며 의연하게 행동했던 건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낫다는 어머니는 그토록 구조를 바랐던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진상규명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식은 죽었는데 살자고 밥을 먹기도 힘든데다 외출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유가족들의 아픔은 당한 사람들만이 감당하고 지낼 수 있는 무게이기에 당하지 않은 이들이 괜찮으냐고 묻는 말도 조심스러울 듯하다.

 

   제대로 즐기면서 놀지도 못한 아이들이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 편히 숨을 쉴 수도 없는 부모들을 보면서 한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다 세월호 대책위원회 홈페이지에 들렀다. 억울한 죽음으로 일상의 균형이 깨져버린 가족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여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였다. 아직까지도 실종자로 남은 아홉 희생자들을 가족 품에 돌려주고 성역 없는 수사와는 요원해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청원하는 서명을 했고 정기 후원 약속으로 소중한 목숨이 이익 앞에 쓰러져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바란다.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멀어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규정을 위반하여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도리어 금권 결탁으로 권력의 비호는 받는 부조리한 상황은 근절되어야 한다.

 

   주말 내내 눈물바람으로 읽어 내려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 일부를 접하며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언제 어디서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아이를 가슴에 묻고 힘들게 간 아이를 생각하면 편안히 지낼 수 없다는 호성 엄마는 무엇이든 해내는 만능으로 변신하였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가늠할 수가 있다. 매뉴얼이 없는 해수부와 해양경찰들에게 매뉴얼을 제공해야 했다는 지성 아버지 이야기에서는 허상만이 움직이는 조직이 국민들 세금을 축내고 있는 현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사고 당일 해경 함정은 구조를 위한 수색은 전혀 없었고 먼저 빠져 나온 선원들만 구해내었다니 304명의 죽음을 재촉하였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듯하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시민들이 연대하여 권력을 비호하는 세력의 철옹성 같은 벽을 허무는 일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한 줌의 재로 화성 효원 공원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영혼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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