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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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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처럼 비가 촐촐히 내리고 간간이 바람이 불어 스산함이 밀려들 때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고 싶은 열망이 강해진다. 한 달 남짓 네팔로 단체 배낭여행을 함께 떠났던 카페에서는 다음 여행 일정을 올리며 마음 내어 인도로 가보자고 손짓한다. 올해는 영혼과 마음의 도시 델리로 들어가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와 힌두교 인들의 성소로 알려진 바라나시, 사르나트, 코치, 마이소르 등을 돌아 첸나이에서 귀국하는 한 달 일정으로 예정돼 있어 가슴이 요동을 쳤다.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갈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강렬해지는 만큼 보충수업만 빠질 수 있다면 용기를 내어 떠날 수 있을 텐데 가고 싶은 생각에 마음만 앞선다.

 

   ‘심장이 느긋하게 뛰는 사람만이 앉아서 쉴 수 있으리라. 그러나 방랑자는 번번이 기대가 빗나가도 여행의 수고와 고난을 견뎌낸다. 방랑의 온갖 고통스러움이 고향의 계곡에서 평화를 찾는 것보다 더 편안할지니.’

   헤세가 인도 여행의 서문에 작성한 구절을 보니 규율에 매여 살기보다는 전근대적인 여행 방식으로 세계를 떠도는 방랑자로 살고 싶은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독서와 그림을 좋아했던 헤세는 서구적인 취향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커 보였다. 정주하여 은둔자로 살아가기 힘든 이들은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병행하면서도 너머 세상을 동경하며 살아갈 때가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헤세는 1901년 처음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을 돌아보고 독일의 뉘른베르크를 거쳐 스위스의 작은 마을 테신에서 노후를 보냈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 놓이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에게 여행은 무의미하여 보일 테지만 현지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 사회 문화적 상황을 이해하며 여행자로서 인간 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여행은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정신적인 교류를 행할 때 체득하는 일상으로 의미를 가질 수가 있다. 헤세 역시 정신적인 소통 속에 가치 있는 체험이 가능함을 알아차리고 관계 형성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갔다. 물량적인 생활을 중시하며 속물적인 근성을 버리지 못한 채 일상을 잇는 생활에서 탈피해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닌 확고한 체험이 가능한 여행을 선호했다. 낯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낯선 현상에 담긴 이면을 꿰뚫기 위한 시선을 모으는 일을 시작으로 체험한 일들을 실천하는 생활로 이을 수 있어야 한다고 헤세는 말하였다.

 

   아시아 여행은 원시림에서 풍기는 강렬한 생명력과 호흡하는 종교 속에 깃든 구도자적인 삶의 자세는 저자의 작품 속에서 재해석되어 창조되었다. 삶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사유하는 가운데 이동하며 계속되었다. 스무 살 청춘과 이별한다는 심정으로 안락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환멸감으로 회한이 들 때면 나만의 방에서 정적을 벗하며 은둔을 즐겼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내적 자아의 부름대로 보덴 호에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할 때마다 조그만 수첩에 메모하면서 체험 욕심이 컸던 자신과 맞닥뜨리며 그 욕구를 충족시켜갔다.

 

   삶에 지친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며 단 며칠이라도 시름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말레이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수상 가옥 도시 팔렘방의 이색적인 풍경은 만조와 간조 때가 상이하여 대별되는 양상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보였지만 현지인들은 이 역시 자연적 질서로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었다. 스리랑카 중부의 도시 캔디에 위치한 사원과 아름다운 삼림을 찾고 싶은 열망이 큰 이유는 오래된 석굴 불교 사원을 참배할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수정으로 조각된 불상의 매혹적인 모습에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헤세는 무엇보다 현지에서 만나는 인간들의 부딪침에 의미를 두고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인간적인 소통에 적극성을 띨 때 여행은 비로소 체험하는 여행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말은 잘 안 통하여도 몸짓으로 덧칠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인류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여행의 묘미를 재발견하며 유목민적 성량을 잠재우지 못한 채 유럽과 아시아를 떠돌며 살았던 작가의 여행 궤적은 또 다른 꿈을 불러일으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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