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만 잘해도 성적이 오른다 - 머리가 좋아지는 정리정돈
다츠미 나기사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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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를 잘해도 성적이 오른다는 책을 펴니 학창시절 머릿속 정리가 잘 되어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떠오른다. 수업 시간 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이며 그 내용이 새어 나가기 전 메모를 하면서 저장고에 켜켜이 쌓는 친구의 모습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궁핍하여 참고서 살 돈도 없어 친구들에게 빌붙어 공부하던 시절 정해진 시간 내에 그 내용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책을 돌여줘야할 때가 더 많았다. 특별한 정리 기술이 있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시절이 아련한 향수로 다가온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감정 정리를 잘못해 아이들을 닦달하며 분노를 고스란히 전할 때도 많았다.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린 날이면 육신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 옴쭉달싹하기도 싫은 날이 종종 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오면 맞닥뜨리는 광경은 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흩어져 아수라장이 되어 있을 때가 많다. 초등학생 5학년인 아들은 주변 정리를 잘하지 못해 늘 원성을 사면서도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는 습관은 들지 않아 부모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한다. 그날따라 더 어질러진 거실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라 그동안 벼르고 있던 말에 지청구를 섞어 힘든 점을 말하였다. 엄마를 도와 달라는 하소연에 신차를 담은 말이라 곱씹을수록 엄마인 자신이 한스럽기만 했다.  

 나역시 정리를 하는데 재간이 없고 관심이 없는 편이라 계절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며 한 계절이 지속되는 나라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기가 계속 되는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할 것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정기 고사를 앞두고 공부를하려고 책상 앞에서 앉아서는 정작 몰입하여 공부한 시간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널브러진 교과서, 학용품 등으로 책 펼 공간을 찾지 못했던 터라 책상 위 물건부터 주섬주섬 챙기느라 시간을 보낸 적을 떠올리면 정리를 잘 안 하는 아들만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이면 함께 들르는 군민 도서관 서가를 보면서 분류표대로 정리되어 독자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놓은 점을 들어 사소한 일부터 차근차근히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 때 마침  최근에 빌려 온 책에서는 손쉽게 정리하는 방법을 도식화하여 그 효과까지 들어 차근차근히 실천해 나가는 일에 도움을 줬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이미 간파한  뒤라 아들과 몇 가지 약속을 하였다.  

 첫째, 책가방 속 학용품을 챙긴 뒤 그것을 제자리에 두기   

 둘째, 가위, 풀, 자, 연필 등을 쓰고 통에 제대로 꽂기

 셋째, 읽고 난 책을 책꽂이에 바로 꽂기

 넷째, 현관 앞에 신발 가지런히 정리하기  

 다섯 째, 하루 일을 돌아본 뒤 꼬박꼬박 반성하며 메모하기 

퇴근한 뒤 신발을 가지런히 벗지 않으면 아들은 금세 달려와 어른이 먼저 약속을 어기면 어쩌냐면서 항변하더니 이제는 제법 몸에 배었는지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미리 해야할 일을 적은 뒤 그 내용을 요약하며 같은 정리하는 습관을 강조했더니 학습에도 효율성을 더했다. 비슷한 항목끼리 묶어서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을 분류해 그 내용을 머릿속에 갈무리해 두는 훈련을 쌓아갔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2학기 정기 고사에서 학력우수상을 받아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 전에는 공부를 할 때 엄마가 꼭 붙어 앉아 함께 공부하며 내용을 점검하였는데 이제는 스스로 교과서 내용을 정리한 뒤 문제집까지 풀어 실력을 분석하니 한결 수월해졌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 믿음과 다행스러움이 게속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자기 정리를 잘하는 아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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