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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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성대로 움직이며 밋밋하게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일은 두려움을 부른다. 작은 학교라 수업 부담은 규모가 큰 학교에 비해 적지만 소수의 교원들이 감당해야 할 행정업무들이 산적해 있다. 신학기 업무를 시작하면서 내부결재를 얻어 시행해야 할 일들은 많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의아스러워하면서 지내는 시간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그동안 행정업무보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비중을 두고 지내와서인지 업무를 보는 일에 서툴렀다는 게 금세 표가 났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가늠이 안 서 지난문서함을 뒤지며 때 맞춰 처리해야 할 일을 놓친 것은 없는지 회의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며 현실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한없이 기다리는 두 남자가 이해조차 힘든 말들을 서로에게 쏟아내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그린 <<고도를 기다리며>> 속 주인공처럼 무엇을 갈구하며 이 순간을 보내고 있는지 반문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오기를 바라고 다음에는 마음 속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라며 무의미한 기다림을 반복하며 살아갈 뿐이다. 일상에 지쳐 갈수록 영원할 것처럼 여겼던 고향의 언덕을 그리워하며 고향을 찾지만 그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절감한다. 익숙한 언어를 쓰지 않는 대신 이탈리아어를 선택해 초등학생처럼 글쓰기를 배우는 라히리의 결정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든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개별성을 띤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잇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지배해온 인류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지게 한다. 맹수에게 쫓기던 나약한 동물에 지나지 않았던 인간들이 전능한 신으로 자리하며 축적된 빅 데이터를 조직화한 일에서 파생된 속박은 두려움을 수반한다. 최고의 힘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 채 힘을 행사하여 위험한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음을 간파하고 문명 세계의 구축만이 능사인지 물음을 던지고 답할 수 있을 때 인류의 미래는 예측 가능할 것이다. 더 발달된 기계 학습 기술 때문에 범용적 인공지능이 가능해진다면 기계는 왜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질문하며 자율성과 독립심을 인식하는 초지능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집안의 희망이자 미래였던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신>>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일반화된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차별하고 학살·폭행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인간의 가학성을 드러낸다. 비현실적인 허구의 세계가 그려내는 충격은 무용지물로 변해버린 자신을 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싸이게 한다. 기존의 사회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돈은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을 넘어 문명과 사회를 지탱하여 준 불편한 유동적 자산이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죽음과 기호의 문명으로 대변되는 <<중세>>에서 보여주는 비참한 상황은 21세기에 끝나지 않은 야만적 시대에 짓눌린 개인의 자유는 행복한 삶과 비껴나 음울함이 더한다.

   ‘왜 그런 걸까?’

   질문을 던지고 통찰력 있게 답하려는 실천적인 노력보다는 남들이 내린 주어진 답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동적인 태도를 돌아본다. 지금껏 자신을 지배해왔던 신념과 고정관념·편견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관찰하는 일부터 시작할 때 질문의 효용성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우연히,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인 네 살배기 히틀러를 구해준 청년의 침착함은 수천만 명을 무참하게 살상한 역사적 비극을 초래했다. 만약에 청년이 용기가 없었고 수영 실력이 좋지 않았다면 나치체제의 광기는 사라졌을지 가늠키는 어렵지만 죽음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인간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책을 읽는 개인적인 행위로 정밀한 논리를 갖추어 가는 글쓰기를 병행하며 잘 살고 있는지 되묻는다. 세상의 풍경들이 빚어내는 잔상들을 끌어안고 수용하며 이해하고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에 시간을 들이며 나이 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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