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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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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친정엄마의 손맛이 담긴 밥 한끼이다.

워낙 요리솜씨가 좋은 친정엄마의 정성어린 밥상을 받고 자랐음에도, 배가 불렀는지 파스타나 피자 등의 양식이 좋다며 외식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철부지였다. (지금도 큰 변함은 없지만) 그런데 객지 생활이 10여년쯤 이어지다 보니, 사먹는 밥도 물리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한식을 밖에서 사먹어보고 마음에 든 적은 거의 없었다. 퇴근 무렵 집집마다 풍겨나오는 저녁 짓는 냄새, 특히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의 평범한 엄마 밥상 냄새에 사무치게 집밥이 그리워 눈시울이 붉어진 적도 많았다. 대학때는 기숙사와 하숙, 그리고 직장 다닐때는 자취 생활을 하였는데 말이 자취지, 거의 아침, 점심, 저녁을 밖에서 사먹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집에 와서도 간신히 지어보기 시작한 밥은 그렇다쳐도 반찬도 할 줄 아는게 없고, 사먹는 반찬은 입에 맞지 않아 고역이었던 것이다. 그런 시절을 보내고, 결혼하면서 다시 친정 근처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집에서 내가 요리책 보고 화려하게 만든 그 어떤 메뉴보다도 엄마가 베테랑 솜씨로 평범하게 차려내신 그 밥상이 너무나 맛있어 늘 친정 밥상을 갈구하는 중이다. 물론~ 이젠 나도 한 아이의 엄마니 늘상 가서 얻어먹기만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예전 직장에선 사실 선배님 한분이 시집을 가셔서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으시다고, 친정 집에서 갖다가 끓이기만 하면 되는 찌개 상태로 갖다 끓여드신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결혼 후 나도 그러지 않을까. (싱글일때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요리책 보고 시늉하는건 어지간히 할 수 있어서, 제멋대로 요리보다는 요리책에 충실한 레시피로 나름 그럭저럭 맛을 내며 신혼 1년을 무사히 보냈다. 지금도 요리책을 보고 참고할 때가 많지만 사실 엄마처럼 책 없이 바로바로 뚝딱 만들어보고 싶고, 뭘 먹어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나 바로 맛을 따라낼 수 있는 그런 솜씨가 참 부럽기는 하다. 그래서 엄마께 그 맛있는 된장찌개나 해물탕 등의 레시피를 여쭤보면.. 물양이나 재료 분량 등이 사실 엄마 손대중, 눈대중인게 많아서. 아직 초보인 내가 따라잡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듯 하다. 계량화된 레시피에 익숙해서일수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은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던 김상영님과 그 친정어머니께서 같이 내신 책이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즐겨 만들던 엄마 밑에서 자라서인지 유독 입맛이 예민하고 또 엄마를 닮아 손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엄마한테 요리를 진득하게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요리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만 급한 마음에 전화기로 손이 먼저 가고, 내가 물어볼 말만 후다닥 묵어본 뒤 딱 끊어버리는 매정한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요리를 진득하게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rologue



요리책이라도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는 책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책은 레시피북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어중간한 선을 띠고 마는 안타까운 면도 있다. 이 책은 전자에 해당되었다. 레시피북으로써의 원 요리책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마치 우리 엄마에게 바로 전수받는것처럼,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거나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과의 추억 등을 같이 곁들여 들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충실하게 멋지게 수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끝까지 읽어내리게 된 그런 책이었다.




수제비를 처음 끓여먹으려는데, 막막해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엄마가 양파를 꼭 넣으라 하셨단다.

게다가 엄마와 나의 육수 색깔이 달라 왜 다르냐 여쭤보니 엄마는 멸치 육수에 말린 양파 껍질을 넣어서 그렇다고.

말린 대파 뿌리 등을 넣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양파껍질은 처음 봤다. 늘 흙이 잔뜩 묻은 양파 껍질은 서둘러 벗겨 버리기 일쑤였는데..

그 양파껍질에 혈압도 낮추고 당도 낮추며, 항암 작용까지 하는 퀘세틴이라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토마토에 많아 몸에 좋은 플라보노이드까지 들어있어서 심혈괌 질환과 위장병, 결장암, 당뇨, 비만 등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양파 껍질은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냉동 보관을 했다 사용하면 된다 하였다. 음,양파껍질의 효능은 우리 엄마께도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다.




기본 멸치 국물 외에 맛을 드높이기 위한 고수들의 비법인, 집안 비법 육수와 양념장 만들기가 먼저 소개가 되었다.

엄마표 멸칫국물에는 파뿌리 외에 요 양파껍질, 무, 말린 표고, 보리새우, 멸치,다시마 등이 푸짐하게 들어갔다. 비율은 책에 소개되어 있다. 맛간장, 집된장, 초고추장 등도 시판 재료를 사지 말고 집에서 몸에 좋은 재료로 우려 만들수 있는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다.



지금은 많이들 사먹는 양념 김이지만 어릴 적에는 엄마가 직접 구워서 기름 바르고 소금 발라주신 양념김이 최고였다. 김 하나만 새로 구워도 밥맛이 좋아져서, 김 하나만으로 밥 한그릇 뚝딱하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시장이나 마트에서도 기계로 구워 파는 김 등이 나오고, 공장 기계 김도 나오는등 다양한 양념김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대신 예전의 그 맛은 추억으로만 남아 아쉬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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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다양한 밑반찬들서부터 멸치 육수 하나로 모든 맛을 내는 국과 찌개, 그리고 일요일에는 햄버그 스테이크 등의 별식을 만들어주고, 간식으로도 길거리 음식이 아닌 집에서 직접 튀긴 도넛과 크로켓 등을 만들어주신 어머니. 정말 내 어릴적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정작, 난 왜 하나뿐인 내 아들에게 간식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주고 떡 사주고, 빵 사주고 그러고 있는겐지..

자식을 여럿씩 키워내도 먹거리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정성을 다하신 우리 친정엄마들을 돌아보며 참 지금 나의 게으름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늘상 불고기 재울때마다 책을 찾아보곤 했는데 고기 양념의 비율이 100g에 간장 1스푼이라는 비결도 접할 수 있었다. 아, 그렇게 기억해두면 정말 편리하겠네. 이런 대목은 정말 귀에 쏙쏙 들어왔다.




친정엄마가 직접 쑤어주신 도토리 묵을 보며, 오늘은 도토리묵 무침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임신했을 적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몇 개월을 입원하시면서, 도토리묵 무침(엄마표로)도 먹고 싶고, 옥수수 찜도 괜시리 먹고 싶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찡해진다. 내가 해먹으면 되는데, 입덧할때 내가 손댄 요리는 맛이 없게 느껴지고,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참 먹고 싶었는데 입원 중이시니 먹을 수 없고.

마침 엄마 병실에 갔다가 어느 분이 집에 가시며, "도토리 묵이나 무쳐 먹어야지" 하신 한마디에 도토리묵 무침이 그렇게나 먹고 싶어졌는데.. 어디 가 말도 못하고 집에서 낑낑대니.. 신랑이 무심하게 그런건 관광지에서 팔텐데..그런덴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잖아. (애초에 사줄 생각이 없었다. 관광지가 비싸건 맛 없건. 좀 임산부 사줘보고 그러지 ㅠ.ㅠ) 했던게 생각나 이후로도 도토리묵 무침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엄마는 더 짠해하시면서 이후로 나만 보면 도토리묵 무침 해놨다. 와서 먹고 가라 하시게 되었고 말이다.


음.. 암튼 이 책에도 그 도토리묵 묵밥, 무침, 그리고 감자찜, 옥수수찜 (쉬워보이지만 엄마표의 비결이 있는 법이다.) 등이 소개되어 있어서, 임신했을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나 혼자서라도 해먹을 수 있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 엄마 손 맛이 그립다.

나도 우리 아들에게 우리 엄마 집밥이 가장 맛있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게 집밥을 좀더 맛있게 잘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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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1-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