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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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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역사적 현실은 사실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방국가라 생각했던 미국이 사실 과연 그렇게 우리에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나라인가, 그들의 이해관계 없이 관대함을 베푸는 나라였던가를 되돌아보면 역사의 이면에 참으로 추악한 사실들이 많이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나름 점잔을 빼고 있는 수많은 서방 국가들. 그들이 식민지를 삼기 위해 원주민들을 몰살하고, 죽이지 못하면 그들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사용했던 정책들은 우리나라를 괴롭혔던 일본 못지않게 그들 역시 잔혹했음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나쁜 학교. 마치 제목과 표지만 보면 불량해보이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거나 하는 그런 오늘날의 단순한 학교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의 문화를 말살할 생각을 한 서방세력. 그들은 이누이트 아이들을 거의 반강제적으로 데려다가 학교에 집어넣고, 문화말살 정책을 펼친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교육보다는 주로 이누이트를 잊는, 새로 태어나는(?) 교육을 받고, 대부분은 아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데 급급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누더기같은 보급용품을 제공받고, 이누이트 본질의 모습을 자꾸 잊어가면서 서구의 문물에 물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며느리와 공동 집필한 저자 본인의 어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학교에서 서구의 문자를 배울 수 있었지만 자질이 부족한 수녀 교사의 천대와 멸시를 견뎌야했던 올레마운이라는 소녀의 강인한 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올레마운은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이복 언니가 부러웠다. 그래서 그녀도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아빠는 도통 그녀를 학교에 보내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학교에 다녀본 언니도 학교가 사실 그렇게 괜찮은 곳이 아니라며, 학교생활에 환상을 갖고 있는 동생을 말리려 한다. 그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직접 읽어주는 언니의 능력이 부러웠던 그녀는 아빠를 조르고 졸라 드디어 학교에 다니기로 하였다. 사실 그녀가 다니게 될 학교란 곳은 이누이트들이 세운 학교가 아니었다. 수녀가 선생님으로 있는 그 곳은 이누이트 아이들의 길게 땋은 머리를 보기 싫게 싹둑 잘라 버린 후에 허드렛일을 시키고, 영어만 쓰게 하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존중 받지 못하고, 자신이 가져간 스타킹도 신지 못한채 남들이 갖다 버릴 법한 그런 물건만 배급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 기숙 학교라 부모님과 만나지도 못한채 그렇게 몇년을 학교에서 보내야했던 아이. 올레마운. 쓰레기 같은 양배추 수프를 배급받아 먹으며 아이들은 배앓이를 했지만 학교에선 전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표지 속 빨간 스타킹을 불량하게 신어 보인 아이는 올레마운이다. 소녀가 빨간 스타킹을 신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녀만 보면 처음부터 이를 갈며 괴롭히고 싶어했던 까마귀 수녀가 그녀를 골탕먹이기 위해 새빨간 스타킹을 남겨둔 것이었다. 부모와 떨어져 학대받으며 살아야했던 어린 아이들. 사실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서구 문물을 접한 아이들이 몇년 후 다시 본래 가정으로 되돌아가도 부모의 삶에 동화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한다. 심지어 마을에서 견디지 못하고 다시 떠돌이 삶을 살듯 도시로 떠난 아이들도 있었다 하고. 책 속 올레마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는 아이가 되어 문자는 배웠되 이누이트 가정에서 다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후의 동생들은 또다시 학교를 그리워하며 그들의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누이트 스스로 학교를 세워 그들의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었겠지만 서구의 얄팍한 계산 앞에 그들의 철옹성이 조금씩 무너져 간게 아닌가 싶다.

 

학교에 다니기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이 이 글을 보면.

정말 나쁜 학교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아닌 나쁜 목적을 갖고 있는 학교. 그래서 동화책 속 악역으로나 등장할 것 같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야했던 올레마운과 그 친구들의 마음을 책으로나마 헤아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말이다.

 

작가의 다른 책으로 두개의 이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책도 구입을 해논 터다. 이 책 이후의 이야기로 올레마운이 이누이트 마을로 되돌아와 예전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이라니 궁금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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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1-18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가요 러브캣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