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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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체 중에서 어느 부분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하나만 꼽으라면 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심장박동이 정지되는 걸 기준으로 사망 여부를

판단했지만 요즘에는 심장이 활동을 해도 뇌가 활동을 하지 못하면 엄격한 기준 하에 뇌사 판정을 하여

공식적으로도 뇌가 인간으로서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부분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뇌에 대해선

여전히 풀리지 않은 비밀들이 적지 않은 상태인데 나름 신비한 뇌에 관해 관심이 있어서 '뇌의 거짓말'

'뇌, 생각의 한계', '뇌과학자들' 등의 책을 통해 뇌의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했지만 왠지 수박 겉핥기

같다는 생각이 없지 않던 차에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이라는 저자의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쉽고 대중적이면서도 통찰력이 가득한 뇌과학입문서라는 컨셉답게 교양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시작부터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유전적으로

미리 프로그래밍된 상태로, 곧 특정 본능과 행동을 위해 '고정 배선된' 상태로 태어나는 반면, 인간은

미완성된 상태로 태어나 자라면서 완성되는 이른바 '생후 배선된' 상태로 출생하게 된다.

그래서 동물들과 달리 상당 기간 부모를 비롯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성장하면서 뇌가 계속 발달하고 변화를 거치며 25세 정도가 되어야 완성된다고 한다.

우리가 뇌를 통해 최종적으로 인식과 판단을 하지만 상당 부분 실재 상황과는 차이가 난다.

우리가 뇌를 통해 인식하는 세계는 색깔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단지 그 세계에 있는 공기의 압축과

팽창이 전기 신호로 변화되어 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색깔이나 소리로 해석되는 것일 뿐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대해 주목한 이후로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의식을 크고 무질서한 회사의 최고경영자에 비유한다. 의식은 무수한 세포들이 

자신들을 통일된 전체로서 보는 한 방식, 복잡한 시스템이 자신을 거울에 비추는 한 방식이라고 

설명하는데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았다.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뇌를 경쟁하는 정당들로

구성된 의회와 유사하다고 하면서 흥미로운 사례들을 들고 있는데,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썼던 전략을 차용하여 지금의 욕망에 맞서 현재의 자아와 미래의 자아가 일종의

합의를 하는 '오디세우스 계약'도 뇌의 의사결정에 관한 좋은 사례였다. 내집단에 훨씬 더 공감하고

외집단에 대해선 끔찍한 만행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문제나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대두되고 있는 인공지능까지 뇌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망라하면서도 실제 실험이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을 알기 쉽게 잘 설명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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