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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들 - 뇌의 사소한 결함이 몰고 온 기묘하고도 놀라운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6년 7월
평점 :
인간의 뇌는 오랜 시간 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다가 서서히 그 신비한 기능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뇌를 완벽하게 정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부분들이 없지 않은데
이 책은 뇌에 얽힌 다양한 실제 임상사례들을 총망라하여 우리가 제대로 모르고 있는
뇌의 기능을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전에도 뇌와 의식에 관해 '뇌, 생각의 한계', '뇌의 거짓말' 등의 책을 읽어봐서 어느 정도는 안다고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뇌 과학의 발달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먼저 앙리 2세의 마상창시합 얘기가 나오는데 시합에서 뇌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앙리 2세를
치료하는 과정을 보면 당시에 뇌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당대의 최고 외과의라 할 수 있는 베살리우스나 파레 등이 앙리 2세 치료를 위해 동원되지만 그 당시
의학기술이나 왕의 목숨을 두고 모험을 할 수는 없었기에 앙리 2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하지만 그의 뇌를 부검할 수 있게 되면서 신경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다음으로 미국 대통령이었던 가필드를 암살한 찰스 기토와 매킨리 대통령을 암살한 촐고시의 사례가 나오는데 두 암살범은 흔히 말하는 정신병자로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시냅스라는 간극을 어떻게 뛰어넘어 신호를 전달하는지에 대해
화학물질을 통한다는 수프파와 전기신호를 통한다는 스파크파의 한판 대결이 벌어졌는데
결국은 수프파의 승리로 굳어졌다. 신경세포들의 집단인 신경회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례들이 다시 등장한다. 최초의 얼굴 이식을 비롯해 여러 감각들과의 연관관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는데, 신경을 통해 몸의 곳곳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은 전쟁 중에
사지를 절단 당한 병사들이 겪는 환상 사지와 환상 통증의 사례로 더욱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던 포레족의 쿠루병 사례는 오늘날 대표적인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의 뇌 질환 연구의 계기가 되었고,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조금씩 알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들은 사실 당사자에겐 정말 끔찍한 비극이라 할 수 있었지만
뇌과학 발전에 있어선 엄청난 자료가 될 수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발전한
뇌과학의 역사는 현재 수준의 뇌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
잘 보여주었다. 사실 뇌과학에 관한 얘기라고 하면 왠지 이해하기 어렵고 따분한 얘기들일 거라 예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선 실제 사례들을 생생하게 담아내 마치 수술 현장이나 해부 현장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직도 뇌의 신비로운 작용을 완벽하게 밝혀내진 못한 것 같지만
뇌과학이 어떤 험난한 과정을 겪어내면서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
각 챕터마다 내용에 걸맞는 화가들의 작품과 저자의 흥미로운 퀴즈가 마련되어 있는데
정답을 알려면 저자의 홈페이지에 메시지를 남기거나 이메일을 보내야 해서
정답이 뭔지 알 수 없다는 게 책을 다 읽고 나서 남는 한 가지 아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