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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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네팔을 여행 중이던 프리랜서 기자 다치아라이는 때마침 네팔 황태자가

부모인 왕과 왕비를 비롯해 자신의 가족들을 사살하고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하자 

월간지에 기사를 싣기로 하고 취재를 시작하지만 숙소 여주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사건 발생 당일 왕궁 경비를 맡았던 라제스와르 준위에게서 별다른 정보를 얻어내지 못하는데... 

 

2015년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1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로 2015년 '야경'에 이어 전무후무한 3관왕을 달성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 책은

실제 일어났던 네팔 왕가의 비극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예전에 읽은 '인사이트 밀'이나 '부러진 용골' 등으로 인상적인 작품들을 보여줬던 작가라 그런지

이번 작품도 나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는데 사실 예상 외의 전개에 좀 당황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처음 작품 소개 내용을 봤을 때는 당연히 네팔 왕가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내용이

등장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네팔 왕가 사건은 배경으로 작용하고 실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다치아라이가 해결해야 하는 사건은 네팔 왕가 사건을 취재하기 위한 인터뷰했던 라제스와르 준위의

살인사건이었다. 다치아라이는 라제스와르 준위와 만나 네팔 왕가 사건의 정보는 전혀 얻지 못하고

진정한 저널리즘이 뭔지에 대한 선문답만 하다가 헤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상의가 벗겨지고 등에

밀고자란 의미의 'INFORMER'란 글자가 새겨진 라제스와르 준위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라제스와르 준위의 시체 사진이라도 건진(?) 다치아라이는 그의 죽음이 네팔 왕가 사건과

관련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하며 월간지 기사에 사진을 실을 것인지 고민하는데...

 

네팔 왕가의 총기난사 사건 자체가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그 속에 엄청난 진실이 숨겨져 있을

거라 기대를 하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간단히 저버린다. 오히려 남의 비극을 즐기고

소비하는 대중들의 심리와 이에 편승해 자극적인 기사와 사진을 쏟아내는 황색 저널리즘을 고발한다.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흑인 아이를 지켜보고 있는 독수리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 작가 케빈 카터는 아이를 구하는 걸 우선적으로 하지 않고 사진이나 찍고 있었다는 비난을

받다가 결국 자살했는데 과연 언론인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책은 진지한 화두를 던진다.

황태자가 부모와 동생 등 일가족을 총기난사해서 죽게 만든 끔찍한 비극은 언론에 의해 자극적인

기사와 사진으로 장식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마치 서커스를 보듯 이를 잠시 즐기면서

소비하고 잊어버린다. 라제스와르 준위가 다치아라이를 만나 사건에 대해 대답하기를 거부하면서

하는 말은 다치아리이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을 움찔하게 만들었을 것 같은데

네팔 왕가의 끔찍한 비극을 오락거리로 즐기려던 나같은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세상에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우리는 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되지만 상당수의 얘기들은

그저 자기와는 무관한 스쳐 지나가는 얘기일 뿐인지라 그 내용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자극적인지에

따라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다치아라이도 라제스와르 준위가 처참하게 살해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스스로 조사하는데

결국 전혀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면서 언론계에 종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미스터리로서 3관왕을 달성한 작품이라 미스터리 자체의 매력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사실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보다는 언론의 올바른 자세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건의 실체보다는

자극적인 얘기만을 즐기는 대중의 일그러진 모습을 실제 사건을 통해 잘 담아낸 작품이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해내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진가를 또 한 번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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