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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ㅣ 역사 ⓔ 4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월
평점 :
지식e 시리즈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른 분야들을 테마로 한 후속 시리즈들이 계속 나왔는데
그 중에서 역사e 시리즈는 한국 역사 속에서 부각되지 못한 부분들을 발굴해내어
우리 역사 속의 몰랐던 얘기들을 들려주는 역할을 했다.
나도 시리즈의 1권과 2권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역사 속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어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4권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잊혀지다', '지켜내다', '기록하다'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나라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국보의 지정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국보 제1호 재지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는데 현재 국보의 순번은
가치 순서가 아닌 단순히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물관리상 번호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런 일들도 애초에 심사숙고해서 정했으면 좋았을 건데 행정안일주의에 빠져
일제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 영토였지만 이젠 러시아 영토가 되어 우리에겐 잊혀진 녹둔도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일제의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군함도는
과거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무기력한 현재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백성에겐 독약과 같았던 감귤진상제도의 폐해나 금수저를 물고 나와 갑질을 해대던
조선의 양반들의 변천사, 천대받던 판소리와 광대들의 우리 고유의 예술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졌다.
'지켜내다'에선 일제 침탈로 망가진 경복궁의 복원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청계천 복원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다. 청계천과 관련해선 영조가 홍수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인
준천(하천 준설)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무려 7년간 백성들의 의견수렴 등 소통의 기간을 가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요즘 치적용으로 졸속으로 이뤄져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각종 국책사업들을 시행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좀 본받아야 할 것 같았다.
비에 그의 청백함을 새삼스레 새긴다는 게 오히려 누가 된다고 해서 백비를 세워준
조선의 대표 청백리 박수량이나 최초의 태극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노론의 1당독재에 맞서 영남 유생들의 의견을 표출한 만인소 등 대략은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역사속의 얘기들과 만나볼 수 있었다.
몽골인들에게도 존경받는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이태준 선생이나
우리나라 어린이의 대부 방정환 선생의 얘기는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기록하다'에선 조선의 신문으로 시작하는데
오늘날의 관보와 유사한 조보에 얽힌 얘기들을 처음 알 수 있었다.
국모인 왕비가 되면 가문의 영광이라 쉽게 생각하겠지만 예상 외로 대부분의 양반가 집안에선
간택 준비에 드는 높은 경제적 부담과 외척이란 이유로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어서 금혼령에도 불구하고 딸의 나이를 속이거나 몰래 결혼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개항 무렵 조선의 지도나 초급 교육기관인 서당, 태아때부터 인간으로 존중한 태교문화,
여성을 위한 조리서와 생활백과서를 한글로 저술한 장계향과 이빙허각, 조선왕조실록의 바탕이
된 승정원일기까지 이 책엔 교과서에선 만나기 어려운 흥미로운 역사적 얘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전편들처럼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던 역사는 너무 단편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조들의 애환이나 삶의 지혜 등 역사 속에는 그야말로 보물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에도 그동안 관심을 제대로 가지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책이 대중들이 좀 더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데
벌써 다음 편에는 어떤 알찬 내용이 담겨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