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화신들을 잡기 위한 해리 홀레의 집념

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은행강도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해리 홀레는 베아테와 짝이 되어

치밀한 계획을 세운 범인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그 와중에 한때 사귀었던 안나가 죽게 되고

그녀가 죽던 날 밤 그녀와 만났던 해리 홀레는 범인으로 몰리게 되는데...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를 읽고 해리 홀레의 존재와 매력을 알았다면

그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박쥐'를 그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원래 순서대로 읽는다면 '레드 브레스트'를 먼저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을 먼저 소장하게 되어

도저히 '레드 브레스트'가 손에 들어오기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참았던 만큼 만족감도 있었지만 전작인 '레드 브레스트'와 연결되는 사건이 계속 언급되는 바람에

좀 참았다 순서대로 읽을 걸 하는 후회도 되었다.

어쨌든 이 책에선 은행강도살인사건과 안나의 죽음이 두 개의 큰 줄기가 되어 사건이 진행된다.

오슬로 3부작이라 불릴 정도로 오슬로의 구석구석이 배경이 되고 있고,

책 시작에 오슬로 지도가 나와 있는데 솔직히 지명들을 지도에서 찾아보면서까지 읽기는 어려워

지도를 실어놓은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오슬로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휘젓고 다니다 보니 스릴러의 긴박감은 확실히 주는 것 같았다.

은행강도사건의 용의자가 브라질에 있음을 알게 된 해리와 베아테는 브라질까지 날아가

그를 추적하지만 이미 죽은 그를 발견하면서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안나 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는 와중에 우여곡절을 겪던 해리 홀레는 

오히려 안나의 살인범으로 오해를 받게 되어 동료 경찰들의 체포를 피해 달아다는데...

책 제목처럼 이 책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일관되게 흐르는 배경은 바로 복수였다.

돈이라는 경제적 목적 다음으로 가장 큰 범죄의 원인이 바로 복수라 할 수 있는데

보통은 복수가 원인이면 금방 범인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선 범인들이 교묘하고

철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질러 자신의 복수를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은행강도사건과 안나의 죽음 모두 진실이 밝혀지지만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정말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박쥐'에서 오스트레일리아를 누볐던 해리 홀레는 이번엔 브라질의 빈민가를 뒤지며

또 한 번 글로벌한 행보를 보여주었는데 무엇보다 그가 범인으로 내몰리고

범인과 목숨을 건 대치를 할 정도로 위기의 순간이 많았다.

그 정도로 이 책에서 해리 홀레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찔한 장면들을 많이 연출했는데

아쉬운 건 역시 전작의 엘렌 사건이 계속 해리 홀레의 주변을 맴돌고

사건의 진실마저 알려주고 있어 전작의 재미가 반감되어 버린 점이다.

역시 책은 순서대로 읽어야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고 재미를 맛볼 수 있는데

좀 성급했던 것이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망각의 힘을 빌어 좀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레드 브레스트'와 3부작의 최종편인 '데빌스 스타'를 읽어야 할 것 같다.

요 네스뵈의 내한으로 인해 해리 홀레와는 한층 가까워진 느낌인데 그가 활약하는 작품들이

순서대로 소개되어 북유럽 스릴러의 묘미를 계속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