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은 내가 군대 시절 훈련 받고 나서 남는 시간 활용을 위해 읽었던 책이었는데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만들어줬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설득의 법칙과

이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전략은 무방비한 상태로 살았던 내게 큰 인상을 남겼고 책 읽는 재미도 제대로

알려줘서 이후 주로 장르소설 위주였지만 수많은 책들과 만나게 해주었다. 후속편들인 '설득의 심리학2',

'설득의 심리학3'도 1권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는 사례들로 설득의 법칙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었지만

1권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는데 이번에 이 책이 새로 나온다고 해서 과연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1년 전에 서평단에 당첨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받은 사연이 있는 책이라

그런지 더욱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인 초전 설득은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만든 PRE-SUASION을 번역한 말로 저자는 설득(PERSUASION)의 앞부분 철자인 ER을 RE로 바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설득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을 초전 설득이라

정의하는데 설득하기 전에 상황 조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설득의 승패가 갈린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에서는 추가로 '언제' 말해야 하는가에 관련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타이밍과 초점이 중요하다는 아주 당연하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는데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얘기를 든다.

얼마 전에 읽었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통해 대니얼 카너먼의 삶과 연구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 후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는데, 언론이 특정 주제와 관련된 사실 정보를 훨씬 더

많이 보도하면서 자연스레 여론을 몰고가는 어젠다 설정 이론이 초전 설득과도 연결되었다.

이렇게 상대방의 주의를 전환시키는 방법들로 배경 환경을 이용하라, 한 가지에만 집중시켜 긍정적

평가를 유도하라, 임무를 바꿔라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런 방법들로 상대방의 주의를 집중시키면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으로 간주되어 상당한 수용성을 내재하게 만든다. 주의를 끄는 방법으로는

섹스와 폭력이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메시지의 설득 효과가 직전에 경험하는 

자극의 종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주의를 끈 걸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문제되는데, '자기 관련성 정보'를 제공하고 미스터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게 초전 설득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한 후 구체적인 방법론을 파트2와 파트3에서

얘기하는데,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는 이론으로 연상의 힘, 설득의 지리학, 초전 설득의 매커니즘을

설명한다. 하나같이 미리 설득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인간이

얼마나 상황이나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게 초전 설득도 '설득의

심리학'에서 알려줬던 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귀성, 일관성의 6가지 원칙에 의해

작용하는데 추가로 함께 존재하고 함께 행동하는 연대감과 윤리적 설득까지 더해 설득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은 뒷부분의 주석만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학술 서적이라 해도 무방하면서도

전공서적들처럼 어렵지 않은 흥미로운 사례들로 그동안 놓치고 있던 초전 설득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알려주었는데 1945년생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이런 책을 내놓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서 배운 본격적인 설득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상황을 조성하는 초전 설득의

방법들은 앞으로 생활을 해나가면서 긴요하게 써먹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비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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