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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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_존 번연 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유성덕 역,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출판

PILGRIM’S PROGRESS

 

 

 

 

 

 

"참된 진리란 비록 그것이 거칠고 애매한 문구로 쓰여졌다 할지라도 판단력을 고취시키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이해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잘못된 고집을 꺾어 주며,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 주고, 또한 우리의 여러 가지 고통조차도 가라앉혀 줍니다."

 

 

이번 책은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널리 알려진 고전 중의 고전, <천로역정>이다.

게다가 1, 2 완역본을 한 권으로 만나보는 귀한 도서!

얼마 전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 <천로역정>이 개봉 후 현재 평점 9.52로 입소문을 타면서 더더욱 재조명 받고 있다.

그리고 <영혼의 책 54>에서도 꼭 읽어야할 도서로 선정되면서 늘 읽고 싶었다.

아무래도 기존 책과는 다르게 성경 말씀과 기독교적 이야기가 근간을 이루고 있어서 서평에 무게를 느끼지만

혹시 다르고 틀리더라도 한 사람이 자유롭게 읽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느낀 독후감 정도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우선 이 책과 함께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 '존 번연'의 생애와 인생 이야기가 나온다.

존 번연은 1628년 영국에서 출생 후 전쟁과 종교적 제약, 감옥에 투옥되는 핍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지와 열정으로 진리를 나누고자 했다.

<천로역정>은 「1부: 크리스천의 순례」, 그리고 「2부: 크리스티아나(크리스천의 아내)의 순례」를 담고 있어서 주인공 크리스천, 그리고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함께 숭고한 순례길을 떠나며 인생의 진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의 변명

"강한 자를 끌어 내리시고 약한 자를 세워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손에 이 책과 여러 독자들을 맡기고자 합니다. 이 책의 줄거리를 대략 말씀드리면, 한 인간이 영원불멸한 하늘의 상을 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독자들 앞에 그려놓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어디를 떠나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행하지 않는지 보여 주고 있으며, 하늘나라 영광의 문 앞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뛰고 또 뛰는지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또한 마치 영원한 왕관을 얻을 것처럼 인생행로를 급히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어떠한 이유 때문에 그들의 노고가 아무 쓸모 없게 되고 마침내는 바보처럼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서 기분을 전환하고 싶으십니까? 어리석은 행동을 멀리 떨쳐 버리고 밝고 유쾌한 마음으로 생활하길 원하십니까? 재미있는 수수께끼들을 많이 읽고 그 답도 알고자 합니까? 혹은 당신 나름의 묵상에 깊이 잠기길 원하십니까?

오직 살코기만 뜯어먹는 것만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구름을 탄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유익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십니까? 잠을 자지 않고서도 꿈을 꾸고 싶지 않으십니까? 동시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경험을 갖고 싶지 않으십니까? 잠시 무아지경에 빠졌다가도 헛된 마술에 홀리지 않고 다시 제정신을 찾는 경험을 갖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책을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구절을 읽음으로써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 만일 그렇다면 이리롸 와서 제가 쓴 이 책을 펼치고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함께 파묻어 보십시오.

- 존 번연

<천로역정>에는 참 많은 비유와 은유, 메타포로 읽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지금이야 책의 우화 속에서 교훈을 배우는 게 흔하지만 1678년에는 그렇지 않아서 사람들의 비난과 반발도 심했다고 한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허례와 위선을 만나고 아름다움이라는 궁전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 순례길의 동반자 믿음을 만나게 되며, 그 유명한 허영의 시장을 지나 무지와 재회하고 결국 천성이라는 구원의 길로 가는 모험은 직접 읽어봐야만 한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익숙한 단어들은 비유적인 등장인물들과 장소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건 싫건 나와 비슷한 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크리스천이 선택하는 길은 곧 내가 살아오거나 살아갈 길이 된다.

100번의 삶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역정의 길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순례를 떠난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저자의 수감과 꿈

"세상의 황폐한 광야 지대를 두루 지나다가 어떤 곳에 이르니 거기에는 굴이 있었다. 나는 그 굴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한 남자를 보았는데, 그는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집에서 떨어진 어떤 장소에 서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있던 그는 이윽고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슬픈 목소리로 "어찌할까?"라고 울부짖었다."

<천로역정>의 그 유명한 첫 문장이다.

화자 '나'가 꿈을 꾸면서 한 남자인 주인공 크리스천을 보게 된다.

크리스천은 어느 날 등에 진 짐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곧 자신이 사는 도시가 멸망될 위기에 처해 있어서 구원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크리스천에게 '전도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라고 적힌 양가죽으로 만든 두루마리를 주며 좁은 문이라는 장소를 알려준다.

 

 

 

 

"그럼 저쪽에서 빛나고 있는 밝은 광채는 보이십니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광채를 바라보면서 똑바로 올라가 보십시오. 그러면 좁은 문이 나타날 것이며 문을 두드리면 누군가 나와서 당신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가르쳐 줄 것입니다."

...

선의: "당신이 여기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건 우리는 결코 상관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한 크리스천 씨, 잠깐 저와 함께 가십시다."

... "물론 이 길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런 길들은 모두 구부러져 있고 폭이 넓습니다. 그러나 바른 길은 단지 하나뿐이며 그 길은 매우 좁고 또 곧게 뻗어 있는 길이므로 당신은 쉽사리 옳고 그른 길을 분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도자'가 알려준 길을 따르려는 크리스천에게 사람들은 응원은 커녕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협박을 한다.

특히 '고집쟁이'와 '유순'이 나타나 못가게 설득시키려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할 크리스천이 아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다르게 행동하고 앞날을 먼저 보며 굳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진리의 길을 가는 크리스천은 첫번째 목적지인 좁은 문에 도착한다.

그 좁은 문 위에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라고 써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선의'는 또 다른 장소인 '해석자'가 있는 곳의 문으로 가라고 하나님의 은총과 함께 안내해준다.

그리고 '해석자'를 만나 옳고 그름이 다양한 케이스를 파노라마처럼 마주치며 깨달음을 얻는다.

"여기 이곳에서 난 희귀하고 유익한 많은 일들을 보았노라.

즐거운 광경이나 무시무시한 광경이나 모두

내가 장차 겪게 될 많은 일에서 나를 안전하고 굳건하게

만들어 놓았도다.

내가 본 모든 일들을 늘 마음에 깊이 새겨

그것들을 보게 된 참된 의도를

깨닫게 하소서.

오,선하신 해석자여, 당신께 깊은 감사를 드리나이다."

 

 

 

 

'전도자'의 말씀대로 크리스천의 짐을 벗을 수 있게 된다. 바로, '구원'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십자가'에서 말이다.

크리스천이 십자가 위로 막 올려가려고 하자 그의 고통스러운 짐은 자연스레 벗겨지더니 무덤의 입구 속으로 들어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기쁨에 가득찬 크리스천은 노래를 부르며 길을 떠난다.

"지금까지 난 무거운 죄의 짐을 지고 다녔다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내 슬픔과 고통의 짐을

벗지 못하였는데

아! 이곳은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여기서부터 내게 참된 행복이 시작되려나?

여기서부터 내 등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려나?

여기서부터 나를 묶어 놓았던 고통의 사슬이 끊어지려나?

날 위해 수치를 받으신 그분을 찬양하라!"

하지만 크리스천의 모험은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짐에게서 벗어나고 나서야 진정한 모험이 시작된다.

'허례'와 위선, '겁쟁이'와 '불신'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아불루온'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무저갱의 사자)를 만나는 고난의 길을 가지만 그래도 꿋꿋히 걸어갈 뿐이다.

 

 

 

 

 

 

-믿음과 수다쟁이

믿음: "아, 이제 말과 실제 행동은 별개의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 이러한 구별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한층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크리스천: "참으로 말과 행동은 영혼과 육체가 서로 다르듯이 별개의 것들이지요. 영혼이 없는 육신이 죽은 시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도 역시 죽어 있는 시체에 불과합니다. 종교의 정신은 곧 실행하는 데에 있습니다.

...

"듣는 것은 단지 씨를 뿌리는 작업에 불과하고, 말은 마음과 생활 속에 참된 열매가 맺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치 않습니다. 최후의 심판날이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제각기 그들이 거둔 열매의 성과에 따라 심판받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그날에 이르러 심판자께서는 '너는 믿었느냐?' 하고 묻지 아니하시고 '너는 진실로 행했느냐? 혹은 말만 하고 다녔느냐?' 하고 물으실 것이며 그 행함의 여부에 따라서 심판을 내리실 것입니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 '수다쟁이'와의 만남도 인상 깊다.

'수다쟁이'는 말만 하고 행함이 없는 전형적인 입만 산 케이스, 언행불일치 인물이다.

처음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싸해보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요지와 알맹이는 없고 겉포장과 입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이다.

되게 재밌는 건 저런 사람은 말 솜씨가 훌륭해서 개그맨이나 MC처럼 웃음을 자아내고 빵빵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근데 알아가면 갈수록 쎄함과 더불어 불유쾌해진다.

물론 이런 만남도 사회생활의 하나라서 대놓고 싫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겪어본 '수다쟁이'들의 특징은 바로 전지전능한 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상한 근거 없는 자신감인 근자감이 있다는 거다.

툭툭 던지는 "그거 알아요?"가 단지 이야기 전환이나 분위기 환기용이 아니라 "너 그거 모르지? 내가 알려줄께"라는 뉘앙스.

절대로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왜냐면 모르는 건 자기가 아는 얘기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니까.

'수다쟁이'들에게 행동과 더불어 꼭 필요한 요소는 소통이다.

입보다 많은 귀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더 경청할 것.

이야기를 들을 때 내가 어디서 치고 들어가야 재밌을 지 머리를 굴리며 끼어들기 보다,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며 존중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천과 '믿음'이 우리 곁에 늘 있다고 생각하고, '수다쟁이'를 만날 때마다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다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되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믿음보다 중요한 행함으로 삶을 살길 바라며.

 

 

 

 

"이제 내가 꿈에 보니, 그 두 사람이 성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리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몸은 변화되었고 의복은 황금같이 빛났다. 또 사람들이 수금과 면류관을 가져와 그들에게 주었다. 수금은 찬양하는 데 쓰는 것이었고, 면류관은 영예의 상징이었다.

...

"대문이 활짝 열려 내가 안을 들여다보니, 성은 마치 태양처럼 빛났다. 또한 거리는 금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은 머리에 금면류관을 쓰고,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와 노래하는데 쓰는 황금 수금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는 또한 날개를 가진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쉬임없이 "거룩, 거룩, 거룩, 우리 주님이시여"라는 말로 서로 화답하였다."

 

 

 

 

 

여기에 다 소개할 순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장소를 지나 천성문을 향해 크리스천은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구원을 받는다.

또한 안타깝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가 다가오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헛된 소망'이라는 자는 결국 벌을 받기도 한다.

이 둘은 이전에도 만난 적 있지만 이름 그대로 무지하고 헛된 소망으로 방해만 되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고 연대하기 때문에 선한 영향력으로 바른 일을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이 후 존 번연의 결론과 함께 1부가 끝이 나고, 크리스천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그의 가족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과연 크리스티아나도 크리스천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구원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나는 <천로역정> 이야기 속의 해피엔딩이 참 좋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역동적인 힘을 준다.

기독교 고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책 속 인물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이 글은 CH북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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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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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_오프라 윈프리 저, 노혜숙 역, 다산책방 출판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The Wisdom of Sundays/Winfrey, Oprah

 

 

"인생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25년 간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진행한 최고의 호스트이자 영화, 드라마 등 다재다능한 방송인, 그리고 에미상, 아카데미 시상식 평생공로상, 케네디센터 평생공로상 등 명예로운 수상자.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를 소개할 때 그 이름 말고는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오프라 윈프리> 방송 이후 오프라윈프리네트워크(OWN)를 설립해 <슈퍼 소울 선데이 (The Wisdom of Sundays)>를 진행하고 2백시간 넘게 촬영하면서 만난 명사들의 영적이고 충만한 삶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 가득가득 담았다.

왠만한 영성, 마음공부 책이나 자기계발서 저자뿐 아니라 배우, 코미디언, PD, 교수 등 그 분야의 내로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역시 최고의 인터뷰이는 최고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위즈덤>을 읽으면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이자 삶의 깨달음과 통찰력을 주는 아하 모먼트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만난다.

(참고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대부분 산타바바라에 있는 오프라 윈프리의 집에서 실제로 찍은 사진이다)

"나에게 주어진 소명 중 하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스스로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자신의 비전을 확장하도록 서로의 생각을 연결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을 찾아, 그 의미를 이해하고 놀랍고도 새로운 존재를 향해 가는 길을 발견하길 바란다. 이 책에는 <슈퍼 소울 선데이> 프로그램에서 받은 가장 감동적인 영적 교훈들, 반짝이는 재기, '아하'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 순간들은 지금도 내게 울림을 준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한 가지는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우리 자신의 고유한 영혼을 보살피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ALBERTO E. RODRIGUEZ/GETTY IMAGES

 

 

"이 장에 나오는 모든 교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우리 개개인이 자신만의 영적 본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우리 내면의 본질과 보다 깊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이 책에 나오는 어떤 문구들이 번갯불에 맞은 것처럼 강렬하게, 또는 "맞아!" 하고 외치는 작은 떨림으로 가슴에 와닿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 역시 직접 경혐해봐서 잘 알고 있다. 뭔가가 가슴에 깊이 와닿으면 그게 마치 진리를 비추는 등불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영성 지도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이제 당신도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영성은 영성을 알아보고 공명한다.

그것이 궁극적인 '아하'의 순간이다."

위의 오프라 윈프리 말을 120% 공감한다.

여기서 나온 "어떤 문구들이 번갯불에 맞은 것처럼 강렬하게" 라는 느낌을

나는 "도끼 같은 순간" 또는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는 한다.

프란츠 카프카가 1904년 오스카르 폴라크에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요컨대 나는 우리를 마구 물어뜯고 쿡쿡 찔러대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약 읽고 있는 책이 머리통을 내려치는 주먹처럼 우리를 흔들어 깨우지 않는다면 왜 책 읽는 수고를 하느냐 말야?

... 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좋은 책, 좋은 영화, 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하'의 순간!

바로 그런 아하 모먼트를 많이 만나고 경험할수록 내 삶은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깨어 있는 것은 지금 여기서 사는 것입니다"

잭 콘필드

"깨어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우리가 가진 전부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생각일 뿐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순 있지만 믿을 순 없습니다. 절반은 현실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과거를 생각해 얻는 것은 없습니다."

"우선 잠시 멈추어서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보세요. 그러고 나서 할 일을 하면 됩니다.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걷기 운동을 할 때, 아니면 이메일이나 트윗을 보내기 전에, 잠시 멈추어 심호흡을 하면서 "내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하고 묻는 것입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이렇게 물어보면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면 자신과 대화 할 수 있습니다."

마음수련 책을 읽다보면 '지금, 현재를 살아라' 라는 메시지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때마다 흐트러진 마음을 알아차리면서 깨어있음을 수련하고는 하는데, 수 많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저 잠시 멈춰서 가만히 바라보는 순간이 지금 여기를 사는 최고의 방법이다.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고 만약 일어난다면 걱정했을 두려움의 반의 반의 반도 현실화 되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되새김질하듯 시간을 역행해서 기억회상 회로만 단단하게 만들 뿐 무의민 스트레스를 만든다.

<위즈덤>을 읽으면서 또 한번 반성하지만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괴리가 있다.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다시 "모른다"라고 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하루 중 조용한 시간을 찾아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세요."

 

엘리자베스 길버트

"사르트르는 "출구는 어디에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나는 입구가 어디에나 있다고 느낍니다.

... 우리는 우주 안에 있는 엷은 장소를 통해 신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아주 작은 모퉁이, 하루 중 조용한 시간을 찾아서 우리 삶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성스러운 묵상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누구라도 그 여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바베스 길버트의 말이다.

내가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하고 소설을 읽는 이유. 바로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것은 뭔지, 죽는 것은 뭔지 내가 셰익스피어나 프리드리히 니체는 아니지만 질문만큼은 던져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 아닌가.

자신만의 철학과 중심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젊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폭 넓은 사고를 갖는 것도.

(이미 젊은 꼰대가 되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꼰대라는 반증이라는 말을 봤는데, 그렇다면 나는 멋있는 젊은 꼰대가 되고 싶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위즈덤>에서도 말하듯이 의도를 가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야 한다.

사람이 가지는 정신과 의지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오늘도 잠시 멈춰서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생각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작품을 보며 <위즈덤>을 읽어보면 더 좋겠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1897년, 141×376㎝, 캔버스에 유채, 보스턴 미술관 소장

 

 

 

"진정한 자유는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마이클 싱어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그 지점에 다가가야 합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영적인 경험이니까요."

"어지러운 마음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국 조용한 자리로 가게 됩니다. 그곳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진정한 자유는 우리 자신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 <될 일은 된다>를 인상 깊게 읽은 마이클 싱어의 말.

마이클 싱어의 깨달음처럼 매일이 영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고, 매일이 여행이다.

특별할 것 없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 어제는 보지 못한 열매가 돋아나기도 하고, 산책로를 지나가면서 만나는 길냥이가 하루의 행복이 될 수 있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용서하는 마음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일인 것처럼

진정한 자유도 우리 자신을 위한 에고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자체이다.

<위즈덤>에서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보면 '행복'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행복을 위해서 먼저 진정한 나 자신의 자유로운 상태를 마주해야겠다.

 

 

 

 

 

또 다른 아하의 순간!

내가 종종하는 말 중 하나는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의 일,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는 편이 이롭다.

내 능력 밖의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힘들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다시 심기일전한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일을 다 잘 마무리 되어 있다.

<위즈덤>에서 오프라 윈프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다니!

그렇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우리 내면에서 무엇이 열리게 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오프라 "그 종주 여행에서 배운 교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셰릴 스트레이드

"받아들임입니다. 시간, 남은 거리, 여름, 내 인생,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거듭해서 확인했습니다. 그 생각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정말 강력하고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 여름의 여행은 겸손에 대해 크게 깨우쳐주었어요.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말 그대로 계속해서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요."

꼭 읽어보려고 벼르는 책이 있다.

바로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 같은 책.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 <와일드>의 원작 실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의 벼랑 끝에서 떠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배낭여행으로 무려 4,825km를 횡단하는데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어려움도 그저 묵묵히 걸어가야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내가 좋아하는 위화 작가의 <인생>이라는 소설의 원제처럼 인생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떠나는 여행을 터닝 포인트로 책을 쓰고 성공한 이 작가처럼 계속 걸어가다보면 행운을 만나기로 하겠지.

 

 

 

 

"열정은 근육처럼 많이 쓸수록 강해집니다."

 

 

마리 폴레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려면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우리의 열정을 발견하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열정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서, 어떤 과제가 주어지든 최선의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침구를 정돈하거나, 이를 닦거나, 고양이집을 청소하거나, 무엇을 하든지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이 한가지 습관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정이 내면 작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열정은 근육처럼 많이 쓰면 쓸수록 더 강해집니다."

여기도 '아하'의 순간을 만났다.

내 인생의 모토 중 하나는 최선을 다한다가 아니다.

바로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한다.'이다.

나는 내 DNA 안에 열심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한 걸음 가면 나는 두 걸음 간다. 비록 느리고 돌아가도 결국 이런 사람이 남는다. 지금 당장 확 튀지 않아도 나는 뒤늦게라도 터진다. 이런 마인드로 일하다보면 좋은 날 오겠지, 하는 태평한 마음도 함께.

그리고 마리 폴레오의 말 속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열정을 기울인다"

모든 일.

어느 날 병원에서 무심코 젖병의 분유를 먹고 있는 아기를 본 적이 있다.

그 아기는 말 그대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지금 먹고 있는 우유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우유인 것처럼, 그리고 자신 앞에 놓은 일은 우유를 먹는 일뿐이라는 것처럼 그렇게 온 생애를 받쳐서 열심히 먹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 작은 아기가 너무 대견하고 귀여워서, 너무나 대단해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깨달음 얻기도 했고.

사람의 근육이나 뇌만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게 아니었다.

열정도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레이먼드 카버도 목수, 병원 야간 관리인, 회사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돌아돌아 단편 소설의 대가가 된 것처럼

(단편소설을 쓰게 된 이유도 글을 쓰기에 부족한 시간과 빠듯한 생활비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지금 당장 중요해보이지 않는 작은 점 같은 일 조차도 모이고 모이면 쓸모있는 경험으로 나타나서 유의미한 선이 될 것이다.

 

 

"삶을 충만하게 경함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위즈덤>에서 삶의 지혜와 나 자신, 그리고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위즈덤>의 질문을 나라면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보면서 재독해야지.

그리고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슈퍼 소울 선데이> 프로그램도 알아봤는데

여기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책과 함께 들어봐도 참 좋겠다.

http://www.oprah.com/app/supersoul-sunday-full-episodes.html

 

 

 

 

 

*이 글은 다산책방으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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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퓨처 - 기후 변화, 생명공학, 인공지능, 우주 연구는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마틴 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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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퓨처_마틴 리스 저, 이한음 역, 더 퀘스트 출판

On The Future

 

 

 

"이 책은 미래를 다룬다.

나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과학자이자 시민이자 인류 종의 걱정 많은 일원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썼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점점 늘어나는 세계 인구가 번영하느냐 쇠퇴하느냐가

과학과 기술이 제공하는 지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온 더 퓨처>는 영국의 과학자이자 천문학, 실험철학 분야의 거장인 마틴 리스가 쓴 인류 미래 보고서이다.

위의 첫 문장과 같이 인류, 우주, 과학, 공학, 인공지능 등 미래와 관련하여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을 다룬다.

미래라고 하면 아주 먼 SF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지만, 지금도 태어나는 제3세계국 아기들과 불과 탄생한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플라스틱으로 야기되는 환경 문제, 더웠다가 추웠다가 바닷물도 이상해지는 기후 변화, 그리고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겨버린 인공지능까지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제 스케일을 넓혀서 나와 내 주변 공동체, 우리나라를 넘어 인류 복지의 시선으로 가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선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이 설명과 함께 나온다.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시점을 가리키며 현재는 비공식적 시대 개념이다. 학자에 따라 농업혁명기, 산업혁명기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시작 시점으로 보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 방사능 물질,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이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이다."

즉,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말하는데

오늘 날 세계의 대부분은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더 나은 삶의 요소가 소득이나 복지, 여가생활에 쓸 수 있는 시간의 양, 교육과 학업의 질, 기술의 발전이라면 그런 듯하다.

그런데 단지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우주의 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특별한 곳이다.

전 우주를 통틀어 유일한 곳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에 특히 중요한 시대의 청지기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메세지이며,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행성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구의 자원이 언제 한계에 도달하느냐를 가리키는 개념인 '지구 한계(planetary boundary)'가 나오는데 지구는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할뿐이지 화학물질을 토해내고 오존층을 박살내면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어류 개체군이 줄어들어 사라지는 종이 많아진다면 우리도 해를 입는다. 또 우림에는 우리에게 의학적으로 유용한 식물들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생물권은 실용적인 혜택뿐 아니라 영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한다.

아마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인지부조화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자고 외치고 협약을 맺고 정상회담을 해도 제자리걸음이다.

"환경론적 세계관의 핵심은 인간의 몸과 정신의 건강이 행성 지구에 달려 있다는 확신이다. (...) 숲, 산호초, 파란 바다 같은 자연 생태계는 우리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세계를 유지해준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다른 어떤 곳이 아니라 이 특정한 행성 환경에서 살도록 진화했다."

생태학자 에드워드 O. 윌슨의 말을 인용해주었는데, 인간의 몸과 마음은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 땅에 맞게 적합하게 살도록 진화하고 발전했으나 동식물이 멸종해서 이젠 종자 보존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한 씨앗을 따로 보존해야할 판이다.

인류세를 살아가는데 무너뜨린 환경파괴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지구에 달려 있듯 빠르게 위협요인이 되었다.

 

 

 

-지구 인류의 미래

인간과 수명에 관한 이야기.

"건강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노년에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간과 극단적인 수단을 써서 연정할 수 있는 수명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삶의 질과 예후가 어떤 수준 이하로 떨어지자마자, 소생술을 결코 쓰지 말고 오로지 완화 치료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 오늘 날 과학기술과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은 몇 배로 늘었지만 실질적 수명 자체는 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기가 100일을 넘기기 어려워 기념할 정도였고 20세나 30세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선의 21대 왕 영조도 83세까지 살았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90세가 넘었지만 현역일만큼 오래사는 사람도 있다.

과거보다 평균수명은 늘었으나 그렇다고 사람이 120살, 150살까지 실질수명이 늘어난 것은 아니니 수명 그 자체를 늘리진 못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도 현명하게 고민해야 한다.

뒤에 '조력사(assisted dying)' 얘기가 나오는데 저자는 조력사를 지지하는 80퍼센트에 속한다고 솔직하게 의견을 피력한다.

나도 그렇다.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내 한 몸 책임을 지는 자유가 없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버터내는 삶일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할 것은 신중함인데, 실제 조력사를 위해 온 사람들 중 대다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선택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심오한 문제도 지구 인류가 선택하는 미래의 한 부분이다.

 

 

 

이번엔 '디지털 빈민 (digitally deprived)'이 나온다.

"아주 어리거나 아주 나이 많은 이들만이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 무언가가 잘못될 때 생길 불안과 좌절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이들은 IT 기기 앞에서 당혹스러워할 때 컴퓨터를 잘 다루는 돌보미가 도움을 주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불리한 처지에 놓이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만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디지털 빈민 (digitally deprived)'은 새로운 하층계급이 될 것이다."

60년대 생을 X세대라 칭한다면, 컴퓨터가 막 나오기 시작한 80~90년대 생은 웹 네이티브 세대다. 그리고 99년생 이후는 책보다 검색이 편하고 유튜브로 정보를 탐색하는, 태어나자마자 손가락을 쓱쓱 스마트폰에 대는 앱 네이티브 세대가 되었다.

패스트푸드나 음식점에 가면 사람을 대신해 키오스크가 위치해있는데 젊은 나도 가끔 버벅거릴 때가 있는데 어르신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리고 은행에서는 어플로 미리 모바일 대기표를 받아놓기만 하면 일부 지점에 한해 웨이팅 없이 바로 면대면 처리가 가능하다.

현금을 안쓴지도 참 오래됐다. (종종 키오스크에는 현금 넣는 곳이 아예 없고 오직 카드결제만 가능하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속도를 맞추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도태되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뿐 아니라 삶의 기술도 지원되어야 한다.

디지털 빈민이 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류-아무튼 그들 중 대부분-를 위해 울리는 종은 알프스 소의 목에 달린 종을 닮았다.
 그 종은 우리의 목에 걸려 있으며, 종소리가 경쾌하고 조화롭지 못하다면 틀림없이 우리 탓이다."

 

 

<온 더 퓨처>는 대체로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을 가진 책이다.

인류의 미래에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생명체는 멸종되어 가고 지구는 없어질 수 있지만 위협이 위험으로 끝나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더 잘 살면 좋을 것인가, 미래의 세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꾸 자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미래 위에 있는걸까? 미래 안에 있는걸까? 또는 미래와 동떨어져 현재만 보고 있는걸까?

지구라는 행성에서 찰나와 같은 삶을 사는 인간에게 <온 더 퓨처> 에 있는 지혜가 도움이 되길.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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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를 찾아서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해마를 찾아서_윌바 외스트뷔, 힐데 외스트뷔 저, 안미란 역, 민음사 출판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기억의 본질은 바로 우리 인생의 이야기"

 

"기억의 본질은 바로 우리 인생의 이야기"

이번 책은 믿고 읽는 민음사의 신기한 뇌과학 책!

<해마를 찾아서> 저자는 '윌바 외스트뷔, 힐데 외스트뷔' 로 신경심리학자이자 기억 연구 전문가, 그리고 작가인데 우리에겐 생소하나 노르웨이 베스트셀러이다.

강렬한 진짜 해마 이미지와 함께 뇌가 우주적 비밀을 품고 있는 듯 홀로그램처럼 되어 있어서 예뻤다.

히포크라테스가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처럼, 마틴 발저의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이탈리아 철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가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고 하는 말을 믿는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나'도 나일까?

나는 기억 못하지만 타자는 기억하는 '나'는 그럼 내가 아닐까?

부제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말대로 All about 기억에 대해 알려준다.

 

"기억은 괴물이다. 당신은 잊어버리지만 기억은 잊지 않는다. 모든 것을 저장해 둔다.

당신을 위해 보관하고 감추어 놓는다. 그랬다가 당신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시 꺼내 놓는다.

당신은 당신이 기억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억이 당신을 소유하는 것이다.

_존 어빙, <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

 

 

기억을 꺼내기 앞서 과거로 돌아가본다.

약 450년 전 이탈리아 볼로냐. 의사인 율리우스는 뇌에서 파낸 물체를 만져본다.

그가 바로 뇌에 작은 이 부분을 '해마'라고 명칭한 사람이다.

해마는 라틴어 이름인 '히포캄푸스(hippocampus)'에서 온 말인데 '말-바다의 괴물'이라는 뜻이다.

뇌의 해마는 우리의 '기억'을 품고 있다. 해마는 말하자면 기억을 위한 인큐베이터이다.

그리고 실제 환자의 사례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남자 헨리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솔로몬이 나온다.

이렇게 사람의 뇌와 능력은 때론 무한하기도 너무나 부족하기도 하다.

 

 

 

 

현재의 맥락에 관계 없이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건 인간뿐인 것 같아요.

...인간이 특별한 점은 자신을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그저 기억의 부산물일 수도 있어요."

생물학자인 헤센의 말이다.

수천년 간 전해온 DNA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는데 그 안에는 "너, 이거 먹지마! 독버섯이야"라던지 "삐용삐용, 지금 이 상황은 아주 위험해"라던지 인간이나 동물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흔히 말하는 '촉'도 포함된다.

그리고 학습되는 것으로 "불은 뜨거우니 가까이 하지 말 것!", "뾰족한 것은 아프다"같은 것들도 기억과 기억을 이어오며 전해진다.

그 중 너무 기억을 잘해서 슬픈 짐승인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뇌도 더 크고 기억력도 강하다고 한다.

 

 

 

기억의 네트워크에 관해 신기한 것이 있다.

"가장 강력한 기억의 네트워크는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학습할 때 우리가 직접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잠수 같은 어떤 주제에 열심인 사람은 그 주제에 관한 것들을 특별한 사전 지식이 없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쉽게 학습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새로운 지식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커다란 기억의 그물이 마련되어 있어서이기도 하고, 아주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직접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그물이 만들어지는 것과도 같다. 기억은 자기 중심적이다. 기억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내가 이 기억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하는 등 자기 자신과 관계 있는 지점에 연결고리를 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회상해 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 지긋지긋하게 무미건조하니 정말 아쉬운 일이다."

옳거니!

우리가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즐기는 자를 못 이긴다는 건 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창조력, 이해력, 기억력, 집중력 등 더 잘 기억하고 연관하여 생각하기 위해서는 진정 의미있는 것으로 느껴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바로 이 뇌를 깨우는 건 바로 나와의 연관성과 관심.

이제 더 잘 기억하는 법을 하나 알았으니 촉수를 예민하게 세우고 나와 관련된 의미를 만들어가본다.

 

 

 

헉, 이건 몰랐다.

"우리가 가장 잘 기억하는 건 십 대 초부터 이십 대까지의 일들이에요."

개인의 자서전적 기억 연구 센터장이며 오직 개인적인 기억만을 연구하는 도르테 베른트센라는 사람의 말이다.

아마 10대~20대까지를 '기억 형성기'라고 하나보다.

이 시기에 자신의 '기억의 절정'(또는 전문 용어로 '회고 결정')에 도달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어느정도 차이는 있고 다르겠지만 바로 이 시기에 우리는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기억 속에 심어두나보다.

어디서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건 그만큼 새로움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벌써부터 예전과 다르게 삶의 속도가 훅훅 지나가고 있다.

학생 때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영겁같았는데 지금 느끼는 10년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도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고,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진다는 조사도 있으니

항상 호기심을 가득채우고 새로운 것을 자꾸자꾸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나의 뇌는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생 원고'라는 멋진 개념도 나온다.

"우리는 기억에 저장된 자신의 자서전을 언제나 달고 다닌다. 그리고 그 자서전은 단순히 우리가 헤쳐 가는 우연한 사건들의 흐름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자서전에는 개인 생애의 원고에 따른 구조와 조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작가인 것이다. "기억 연구에서는 라이프 스크립트라고 하지요. 적당한 덴마크어 단어를 찾지는 못한 것 같아요."라고 도르테 베른트센은 말한다. "말하자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에 대한 원고이고, 이것이 우리의 경험에 구조를 부여합니다." 이 책에서는 '인생 원고'라고 하자."

라고 기억 연구 센터장 도르테 베른트센은 말

인생 원고에서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보통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고, 필요하다면 이정표를 따라 수정하며 나아간다.

우리는 모두 우리라는 원고의 주인공이다.

내가 없는 이야기는 없다.

내가 쓴 인생 원고와 조화를 이루며 내가 더 행복해지고 이 세상이 더 나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리고 이 책에는 평소 뇌과학이나 심리학, 행동경제학에서 보던 개념과 실험들도 많이 알려준다.

영상을 틀어주고 공을 몇 번 튕기는지 세어보라는 실험에서 갑자기 검은색 고릴라 탈을 쓴 가짜 고릴라가 나와서 가슴을 킹콩처럼 쿵쾅쿵쾅 두드리고 춤을 추고 지나가도 모르는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도 있고,

"우리가 사람들에게 어떤 개인적 기억을 되새겨 보라고 하면 활성화되는 네트워크는 사람들에게 그냥 아무 특별한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을 때의 두뇌 활동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분홍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이야기도 있다.

(이제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머릿속엔 커다란 분홍 코끼리가 떠오른다...!)

맞다. 사람은 긍정형이든 부정형이든 동일하게 떠오르고 기억한다.

그래서 더더욱 자기암시적으로라도 긍정적인 표현을 마구마구 해야 한다.

물론 자기가 믿지도 않는 말을 억지로 하면 역효과로 인지부조화가 커진다는 긍정의 배신도 있지만

긍정적인 말에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나는 더 많이 기억하고 더 많이 추억하고 더 많은 삶을 살고 더 의미있는 하루를 보낼거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건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에서 읽은 것 같은데

(갑자기 뇌과학 책을 읽다보니 기억이 더 흐릿해지는 건 왜일까? 더 잘 기억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일까?)

어렸을 적 자신이 벅스 바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디즈니랜드와 관련된 기억을 물어보면 대다수가 그 때의 즐거움이나 감정들을 기억해낸다.

하지만 반전은, 벅스 바니는 디즈니가 아닌 루니툰 캐릭터이다!

이렇게 기억은 조작하기 쉽고 연약한 존재이다. 후후후...

게다가 어른들도 '허위 기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니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가슴 아픈 기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인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도 나온다.

우퇴위아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로 일상의 평범함을 잃어버렸던 아드리안 프라콘은 <마음. 돌>이라는 책을 써서 그 끔찍한 날을 기억해냄으로써 치유에 한걸음 나아갔다. 물론 평생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는 점차 기억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2011년 7월 23일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을 다 잊고 그걸 다 기억에서 영영 지워 버리기를 원해 본 적 있나요?"

"그런 공상을 해 봤죠. 아주 아팠을 때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하지만 좋은 기억도 많이 있잖아요. 그걸 잃고 싶진 않아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셸 공드리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올랐다.

주인공 짐 캐리가 여자친구와의 기억을 지우려고 했다가 다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리와인드하면서 달려가는 장면도 슬프지만

맨 처음 짐 캐리가 기억을 지우는 병원을 찾아 가는 장면도 꽤나 인상적이다.

병원에서는 기억을 더 잘 지우기 위해 그 기억을 떠올릴만한 추억이 가득한 물건을 상자에 담아오세요-라고 주문한다.

병원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는 그 장면에서 한 할머니가 엉엉 울고 계신데 그 상자에는 고양이의 사진과 물건이 가득하다.

백발의 호호 할머니보다 먼저 떠난 고양이가 슬퍼서, 그리고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은 할머니가 행복하고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그 장면이 아직도 너무 슬프다.

과연 그런 병원이 있다면 기억을 지우고 싶을까?

나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우는 사람도, 안 지우는 사람도, 지우려고 갔다가 다시 번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르웨이 기억 챔피언이자 기억술을 가르치는 '오드비에른 뷔'라는 사람도 나온다.

나도 한 때 조슈아 포어의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를 읽고 (개정전 제목은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이다.>)

그 사람이 나온 TED 강연까지 챙겨보면서 기억술에 관심이 생겼었다.

무작위 숫자를 외우고 트럼프 카드를 외우는 게 타고난 게 아니라 모두 연습으로 가능한 영역이라고?

게다가 평범한 저널리스트가 1년만에 세계챔피언까지?

사실 지금도 도전하려고 하는 생각은 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신기하다.

> TED 강연, 조슈아 포얼: 누구나 할 수 있는 엄청난 기억력

https://www.ted.com/talks/joshua_foer_feats_of_memory_anyone_can_do?language=ko

 

 

이 책의 후반부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억을 넘어서는 질문들을 던진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 중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누구인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망각에 대한 진실은 우리 모두 망각과 함께, 망각을 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잊게 되더라도 제일 중요한 일들이 우리 기억에서 분명한 형체로 드러나도록 조각해 내는 일을 망각이 하도록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반 이스쿠이에르두의 <망각의 기술>을 읽으면 우리가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다행인건지 알 수 있다.

쓰이지 않는 기억은 새로운 기억에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정리되어야 하며, 더 잘 기억하기 위해 더 잘 잊어야 한다.

아직도 간직하고픈 기억들이 휘발유처럼 날아가거나 아련하게 자리잡는 것은 많이 아쉽지만

어쩌면 그 부분은 새로운 기억 친구들을 위해 남겨둬야겠다.

지금 이 서평도 <해마를 찾아서>를 읽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붙잡기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말이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꼬리를 조심스레 물풀에 감아 놓고 물결에 살랑살랑 흔들린 채 아빠 해마는 망을 보고 있다. 아빠 해마는 어느 날 새끼들이 자라서 넓은 바닷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알을 배에 품는 동물계에서 유일한 수컷이다. 잠깐만! 이 책은 해양 동물에 대한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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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 월급만으로는 살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한 부업 안내서
수지 무어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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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_수지 무어 저, 강유리 역, 현대지성 출판

-월급만으로는 살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한 부업 안내서

What if it does work out?

 

 

 

 

 

반드시 맹신하지는 않지만 추천사에 이 사람 이름이 있다면 꼭 읽어보게 만드는 책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세스 고딘!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기 쉬운 세상이 왔는데 어째서 적당히 안주하려 하는가?" 라는 펀치라인을 날리며 강력한 추천사를 써주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폰트에 푸르른 색의 표지,

마치 히어로가 된 듯 가슴 속에 $를 품고 날아가는 일러스트까지!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라는 나만 알고 싶은 제목만큼 커리어와 동기부여, 불안감과 자신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이 책은 저자 '수지 무어'가 포춘 500대 기업의 뉴욕 지사 영업이사라는 직함을 버리고, 연봉 50만 달러를 내려놓고, 라이프 코칭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다.

"내 경우, 영업직으로 10년 이상 일하고 나니(일은 대체로 아주 즐거웠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갈구하게 되어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201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 중 13퍼센트만이 업무에 몰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550권 이상 읽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천부적인 조언자 역할을 하는 편이다. 특히 삶의 목적을 일깨워주고, 자신감을 높여주며, 협상과 인맥 형성 방법을 알려주는 데에 소질이 있다. 자연스럽게 내 부업은 라이프 코칭이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걸까?"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액 연봉으로 10년 이상 영업직을 재밌게 잘 해온 사람도 하는 고민이로구나.

그래서 저자가 시작한 부업!

지금까지 해온 영업스킬을 활용해 코칭 프로그램, 기사, 인터뷰 등 관련 활동들을 해나갔다.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부업과 본업, 두 마리 토끼를 좇던 나는 18개월 가까이 지난 뒤 본업을 관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지막 해 연봉이 대략 50만 달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라이프 코칭 일을 사랑했고 부업의 확장 가능성을 믿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잘 됐다. 아~주 잘 됐다!

혹시 우리가 위험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관점을 전환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게끔 자신과 일을 파악하는 방법과 전략들을 차례차례 라이프 코칭 전문가 답게 들려준다.

 

'두려움 극복하기' 파트이다.

'두려움을 이해하고 나면 두려움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니체의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말처럼 우리는 두려움과 마주하고 자신 있게 바라볼 때

몬스터 콜 같은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다.

<인생 치유>를 인용하여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2가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모든 두려움은 다음과 같은 생각 때문에 생겨난다.

1. 나는 모자란 사람이야.

2. 나는 가진 게 넉넉하지 않아.

뒤에는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사례들이 나오는데 실제 결과나 상황과 상관없이 단지 '생각'들로 비롯된 두려움들이 발생한다.

심리적인 힘은 크다.

겪어보면 알겠지만 분명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더라도 두려움에 멈칫하면 답이 없어진다.

영화 <토이스토리 4>의 '듀크 카붐'처럼 때론 눈을 감고 더 높은 지점으로 점프해서 날아가봐야지. 카붐!

정작 해보면 걱정했던 것보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시간은 잘 흘러가 있고.

그 경험치는 다른 무슨 일을 해도 큰 도움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 부업을 시작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이제는 실행에 나설 때다.

"작은 발걸음을 떼어라. 오늘 시작하라. 스스로에게 두 개의 데드라인을 부여하라. 24시간 데드라인과 7일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부업을 시작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한 두 걸음을 떼어라."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 말을 계속 되풀이하라. '전부 잘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오직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고 나는 안전하다.'

이 간단한 긍정의 말은 당신의 인생에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

바로 위의 이 말은 동기 부여 강사이자 <치유>라는 책으로 유명한 '루이스 헤이'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한 번씩 떠올려봐도 좋은 말이라 따로 떼어보았다.

힘들 때 이렇게 생각하면서 심호흡하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just do it, 일단 한 번 해보고 말해야지.

다음은 그래서 어떤 부업을 할건지 생각해야 한다.

 

 

부업을 찾는 방법

다음 9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1. 나는 업무 중 게으름을 피울 때 무엇을 하는가?

2. 어렸을 때 어떤 활동이 즐거웠는가?

3. 어떤 블로거와 책을 즐겨 읽는가?

4.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5.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누구로 살 것인가?

6. 그나마 내세울 만한 강점은 무엇인가?

7. 무엇이 내게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가?

8. 절대 지루해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있는가?

9. 나와 같은 부족 tribe 은 누구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어떤 부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떠올려본다.

그리고 추가로 조언해주었다.

"이렇게 자문해보라. "다음 7일 동안 열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 그런 다음 그 세 가지를 실행하라.

... 그다음 주에는 세 가지를 더 실행한다. 그다음 주에도 세 가지를 더 실행한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라. 이 작업을 꾸준히 계속하라. 절대 멈추면 안 된다. 일반 바빠지기 시작하면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좋은 성과는 사소하지만 꾸준한 행동의 결과였음을 잊지 말라. 여기서 한 푼, 저기서 두 푼 모으다 보면 제법 큰 금액이 모인다."

"당신은 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일은 다면적이고 잠재력으로 가득한 자아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당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부가적인 혜택 하나. 분야에 따라서는 부업을 함으로써 본업에서 더 빛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생각해보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너무 많아서 이 정도로만.

특히 부업을 통해 본업도 잘 할 수 있게 된 네이처매퍼의 '에런'의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도 10년 간 익힌 영업의 기술을 부업이었던 라이프 코칭에 써먹지 않았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결국 어디가지 않고 나의 기술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엔 비전 보드, 비전화하기이다.

눈 앞에 생생하게 그리듯 명확하게 꿈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인데 워낙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명언들과 함께 한번 더.

 

 

이번엔 "준비된 상태"는 오지 않는다는 뼈 때리는 말...!

뭐 하면 뭐 해야지... 이게 되고 나면 저걸 해야지... 라고 생각하던 날들아, 안녕.

"나폴레온 힐이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식은 '잠재력'에 불과하다.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나도 이 부분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고, 영원히 책 속에 푹 빠져 지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낡은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블로그 게시물과 기사는 물론이고 이 책도 써냈다. 나보다 앞서 책을 쓴 다른 작가들의 성과물을 탐독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그것이다. 약속하더라도 세상에 내 몫의 기여를 하고, 처음 마주했던 세상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쩌지?" 모드를 벗어나 행동할 수 있는 팁들을 알려주었다.

-집중할 시간을 정해두어라

-어떠한 핑계도 용납하지 말라

-방해 요인을 없애라

-마감일을 정하라

-과정을 즐겨라!

-기념하라!

 

 

그리고 가능성에 관한 방법과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저자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어쩌면 이 챕터의 제목이기도 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꼭 이 책에서 말하려는 부업이 아니더라도

삶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보는 것, 그리고 착실히 밀고 나가는 것, 꾸준히 해보는 것, 내면의 지혜를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고찰이 가득하다.

"만약 잘되면 어쩔 건데?"라고 마무리하며, '끝 혹은 시작...' 이라는 말로 책은 소설처럼 끝난다.

부업과 투잡, 그리고 커리어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는 라이프 코칭.

*이 글은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고작 이러려고?" 어느 날 아침 사무실에서 문득 심란한 마음이 들면서 이런 생각이 엄습했다. 나는 얼마 전 포춘 500대 기업에 인수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뉴욕 지사 영업이사였고, 냉기가 사무치는 사무실에서 인공조명을 흠뻑 맞으며 화상회의를 하는 짬짬이 핀터레스트를 뒤지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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