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를 찾아서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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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를 찾아서_윌바 외스트뷔, 힐데 외스트뷔 저, 안미란 역, 민음사 출판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기억의 본질은 바로 우리 인생의 이야기"

 

"기억의 본질은 바로 우리 인생의 이야기"

이번 책은 믿고 읽는 민음사의 신기한 뇌과학 책!

<해마를 찾아서> 저자는 '윌바 외스트뷔, 힐데 외스트뷔' 로 신경심리학자이자 기억 연구 전문가, 그리고 작가인데 우리에겐 생소하나 노르웨이 베스트셀러이다.

강렬한 진짜 해마 이미지와 함께 뇌가 우주적 비밀을 품고 있는 듯 홀로그램처럼 되어 있어서 예뻤다.

히포크라테스가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처럼, 마틴 발저의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이탈리아 철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가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고 하는 말을 믿는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나'도 나일까?

나는 기억 못하지만 타자는 기억하는 '나'는 그럼 내가 아닐까?

부제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말대로 All about 기억에 대해 알려준다.

 

"기억은 괴물이다. 당신은 잊어버리지만 기억은 잊지 않는다. 모든 것을 저장해 둔다.

당신을 위해 보관하고 감추어 놓는다. 그랬다가 당신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시 꺼내 놓는다.

당신은 당신이 기억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억이 당신을 소유하는 것이다.

_존 어빙, <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

 

 

기억을 꺼내기 앞서 과거로 돌아가본다.

약 450년 전 이탈리아 볼로냐. 의사인 율리우스는 뇌에서 파낸 물체를 만져본다.

그가 바로 뇌에 작은 이 부분을 '해마'라고 명칭한 사람이다.

해마는 라틴어 이름인 '히포캄푸스(hippocampus)'에서 온 말인데 '말-바다의 괴물'이라는 뜻이다.

뇌의 해마는 우리의 '기억'을 품고 있다. 해마는 말하자면 기억을 위한 인큐베이터이다.

그리고 실제 환자의 사례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남자 헨리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솔로몬이 나온다.

이렇게 사람의 뇌와 능력은 때론 무한하기도 너무나 부족하기도 하다.

 

 

 

 

현재의 맥락에 관계 없이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건 인간뿐인 것 같아요.

...인간이 특별한 점은 자신을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그저 기억의 부산물일 수도 있어요."

생물학자인 헤센의 말이다.

수천년 간 전해온 DNA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는데 그 안에는 "너, 이거 먹지마! 독버섯이야"라던지 "삐용삐용, 지금 이 상황은 아주 위험해"라던지 인간이나 동물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흔히 말하는 '촉'도 포함된다.

그리고 학습되는 것으로 "불은 뜨거우니 가까이 하지 말 것!", "뾰족한 것은 아프다"같은 것들도 기억과 기억을 이어오며 전해진다.

그 중 너무 기억을 잘해서 슬픈 짐승인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뇌도 더 크고 기억력도 강하다고 한다.

 

 

 

기억의 네트워크에 관해 신기한 것이 있다.

"가장 강력한 기억의 네트워크는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학습할 때 우리가 직접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잠수 같은 어떤 주제에 열심인 사람은 그 주제에 관한 것들을 특별한 사전 지식이 없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쉽게 학습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새로운 지식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커다란 기억의 그물이 마련되어 있어서이기도 하고, 아주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직접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그물이 만들어지는 것과도 같다. 기억은 자기 중심적이다. 기억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내가 이 기억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하는 등 자기 자신과 관계 있는 지점에 연결고리를 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회상해 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 지긋지긋하게 무미건조하니 정말 아쉬운 일이다."

옳거니!

우리가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즐기는 자를 못 이긴다는 건 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창조력, 이해력, 기억력, 집중력 등 더 잘 기억하고 연관하여 생각하기 위해서는 진정 의미있는 것으로 느껴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바로 이 뇌를 깨우는 건 바로 나와의 연관성과 관심.

이제 더 잘 기억하는 법을 하나 알았으니 촉수를 예민하게 세우고 나와 관련된 의미를 만들어가본다.

 

 

 

헉, 이건 몰랐다.

"우리가 가장 잘 기억하는 건 십 대 초부터 이십 대까지의 일들이에요."

개인의 자서전적 기억 연구 센터장이며 오직 개인적인 기억만을 연구하는 도르테 베른트센라는 사람의 말이다.

아마 10대~20대까지를 '기억 형성기'라고 하나보다.

이 시기에 자신의 '기억의 절정'(또는 전문 용어로 '회고 결정')에 도달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어느정도 차이는 있고 다르겠지만 바로 이 시기에 우리는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기억 속에 심어두나보다.

어디서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건 그만큼 새로움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벌써부터 예전과 다르게 삶의 속도가 훅훅 지나가고 있다.

학생 때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영겁같았는데 지금 느끼는 10년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도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고,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진다는 조사도 있으니

항상 호기심을 가득채우고 새로운 것을 자꾸자꾸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나의 뇌는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생 원고'라는 멋진 개념도 나온다.

"우리는 기억에 저장된 자신의 자서전을 언제나 달고 다닌다. 그리고 그 자서전은 단순히 우리가 헤쳐 가는 우연한 사건들의 흐름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자서전에는 개인 생애의 원고에 따른 구조와 조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작가인 것이다. "기억 연구에서는 라이프 스크립트라고 하지요. 적당한 덴마크어 단어를 찾지는 못한 것 같아요."라고 도르테 베른트센은 말한다. "말하자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에 대한 원고이고, 이것이 우리의 경험에 구조를 부여합니다." 이 책에서는 '인생 원고'라고 하자."

라고 기억 연구 센터장 도르테 베른트센은 말

인생 원고에서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보통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고, 필요하다면 이정표를 따라 수정하며 나아간다.

우리는 모두 우리라는 원고의 주인공이다.

내가 없는 이야기는 없다.

내가 쓴 인생 원고와 조화를 이루며 내가 더 행복해지고 이 세상이 더 나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리고 이 책에는 평소 뇌과학이나 심리학, 행동경제학에서 보던 개념과 실험들도 많이 알려준다.

영상을 틀어주고 공을 몇 번 튕기는지 세어보라는 실험에서 갑자기 검은색 고릴라 탈을 쓴 가짜 고릴라가 나와서 가슴을 킹콩처럼 쿵쾅쿵쾅 두드리고 춤을 추고 지나가도 모르는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도 있고,

"우리가 사람들에게 어떤 개인적 기억을 되새겨 보라고 하면 활성화되는 네트워크는 사람들에게 그냥 아무 특별한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을 때의 두뇌 활동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분홍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이야기도 있다.

(이제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머릿속엔 커다란 분홍 코끼리가 떠오른다...!)

맞다. 사람은 긍정형이든 부정형이든 동일하게 떠오르고 기억한다.

그래서 더더욱 자기암시적으로라도 긍정적인 표현을 마구마구 해야 한다.

물론 자기가 믿지도 않는 말을 억지로 하면 역효과로 인지부조화가 커진다는 긍정의 배신도 있지만

긍정적인 말에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나는 더 많이 기억하고 더 많이 추억하고 더 많은 삶을 살고 더 의미있는 하루를 보낼거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건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에서 읽은 것 같은데

(갑자기 뇌과학 책을 읽다보니 기억이 더 흐릿해지는 건 왜일까? 더 잘 기억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일까?)

어렸을 적 자신이 벅스 바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디즈니랜드와 관련된 기억을 물어보면 대다수가 그 때의 즐거움이나 감정들을 기억해낸다.

하지만 반전은, 벅스 바니는 디즈니가 아닌 루니툰 캐릭터이다!

이렇게 기억은 조작하기 쉽고 연약한 존재이다. 후후후...

게다가 어른들도 '허위 기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니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가슴 아픈 기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인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도 나온다.

우퇴위아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로 일상의 평범함을 잃어버렸던 아드리안 프라콘은 <마음. 돌>이라는 책을 써서 그 끔찍한 날을 기억해냄으로써 치유에 한걸음 나아갔다. 물론 평생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는 점차 기억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2011년 7월 23일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을 다 잊고 그걸 다 기억에서 영영 지워 버리기를 원해 본 적 있나요?"

"그런 공상을 해 봤죠. 아주 아팠을 때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하지만 좋은 기억도 많이 있잖아요. 그걸 잃고 싶진 않아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셸 공드리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올랐다.

주인공 짐 캐리가 여자친구와의 기억을 지우려고 했다가 다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리와인드하면서 달려가는 장면도 슬프지만

맨 처음 짐 캐리가 기억을 지우는 병원을 찾아 가는 장면도 꽤나 인상적이다.

병원에서는 기억을 더 잘 지우기 위해 그 기억을 떠올릴만한 추억이 가득한 물건을 상자에 담아오세요-라고 주문한다.

병원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는 그 장면에서 한 할머니가 엉엉 울고 계신데 그 상자에는 고양이의 사진과 물건이 가득하다.

백발의 호호 할머니보다 먼저 떠난 고양이가 슬퍼서, 그리고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은 할머니가 행복하고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그 장면이 아직도 너무 슬프다.

과연 그런 병원이 있다면 기억을 지우고 싶을까?

나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우는 사람도, 안 지우는 사람도, 지우려고 갔다가 다시 번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르웨이 기억 챔피언이자 기억술을 가르치는 '오드비에른 뷔'라는 사람도 나온다.

나도 한 때 조슈아 포어의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를 읽고 (개정전 제목은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이다.>)

그 사람이 나온 TED 강연까지 챙겨보면서 기억술에 관심이 생겼었다.

무작위 숫자를 외우고 트럼프 카드를 외우는 게 타고난 게 아니라 모두 연습으로 가능한 영역이라고?

게다가 평범한 저널리스트가 1년만에 세계챔피언까지?

사실 지금도 도전하려고 하는 생각은 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신기하다.

> TED 강연, 조슈아 포얼: 누구나 할 수 있는 엄청난 기억력

https://www.ted.com/talks/joshua_foer_feats_of_memory_anyone_can_do?language=ko

 

 

이 책의 후반부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억을 넘어서는 질문들을 던진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 중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누구인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망각에 대한 진실은 우리 모두 망각과 함께, 망각을 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잊게 되더라도 제일 중요한 일들이 우리 기억에서 분명한 형체로 드러나도록 조각해 내는 일을 망각이 하도록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반 이스쿠이에르두의 <망각의 기술>을 읽으면 우리가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다행인건지 알 수 있다.

쓰이지 않는 기억은 새로운 기억에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정리되어야 하며, 더 잘 기억하기 위해 더 잘 잊어야 한다.

아직도 간직하고픈 기억들이 휘발유처럼 날아가거나 아련하게 자리잡는 것은 많이 아쉽지만

어쩌면 그 부분은 새로운 기억 친구들을 위해 남겨둬야겠다.

지금 이 서평도 <해마를 찾아서>를 읽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붙잡기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말이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꼬리를 조심스레 물풀에 감아 놓고 물결에 살랑살랑 흔들린 채 아빠 해마는 망을 보고 있다. 아빠 해마는 어느 날 새끼들이 자라서 넓은 바닷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알을 배에 품는 동물계에서 유일한 수컷이다. 잠깐만! 이 책은 해양 동물에 대한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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