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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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두 사람의 다정한 서간문.

특히나 김혼비 작가의 에세이는 늘 즐거웠던지라 흔쾌히 고르게 된 책이다.
즐거움도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막막하기만 한 가늠할 수 조차 없는 슬픔에 대해 주고 받는 이야기에 꽤 큰 위로를 받았다.
사회에 대한 스트레스가 지나쳐서 일상을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지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자꾸 억울하게 죽는 사회에서, 낫기도 전에 또 쌓이는 이 슬픔과 좌절의 응어리는 다 어디로 갈까요?
안부를 묻기가 조심스럽습니다. - 94

- 이런 죽음들을 겪을 때마다 여전히 무엇을 어디에 놔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제 몸과 마음부터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울다가, 오늘의 세번째 하리보 봉지를 뜯어 초록색 젤리를 골라먹는 데에 몰두하다가, 잠드릭 위해 수면제 한 알을 입에 넣다가, 관련된 건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기를 쓰고 찾아 읽다가, 관련된 건 하나도 보지 않겠다고 기를 쓰고 책이나 드라마 속으로 도망치다가, 문득문득 어리둥절해집니다. 이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때로는 이보다는 더 고통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날에는 슬픔에 휘둘려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나약하게 느껴졌다가 어떤 날에는 변함없이 일상을 꾸려나가는 제가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온전히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이고, 그래야 한다고 학습된 슬픔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 100

-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 216

2023. jun.

#최선을다하면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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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손잡기 봄날의 시집
권누리 지음 / 봄날의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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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고 나면 조금씩 단단해지는 지상의 빛들 - 시인의 말 중

-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을 때 여름은 오고
능소화거 피어나면
손목을 쥐고 걸었다 - 조현 중

2023. sep.

#한여름손잡기 #권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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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301 쿠키 베이킹북 - 제과 기초부터 배우는 쿠키 레시피 33 Collect 21
권향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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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만들어본 쿠키 거의 없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뭐가 다를까 궁금해서 종종 사게되는 베이킹 레시피 북.

기초를 자세히 알려주는 책은 기본적으로 믿음이 간다.

전체적으로 읽고 나서 제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동한 건 잼쿠키:)
잼도 소진하고 쿠키도!

2023.sep.

#작업실301쿠키베이킹북 #권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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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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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소설.

자유사를 원했던 어머니가 사고사로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슬픔으로 버츄얼 피규어를 제작하게 되는데, 생전의 데이터를 최대한 입력해놓고 꾸준히 학습하여 발전되는 형태의 가상 가족.

가족을 잃어본 적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자유사가 허락되는 근 미래 사회의 풍경에서도
자유사가 정말 당사자의 본심인지, 그런 ‘풍조’에 휩쓸려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반쯤은 떠밀리듯 하는 선택인지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충분히 공감.

주인공의 직업인 리얼 아바타나, 버츄얼피규어로 경제활동을 하는 일이나, 아바타 디자인으로 갑부가 된 이피나, 현실감있는 미래이지 않나 싶다.

결국 어머니와의 관계를 지속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것까지 현실에 닿아있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히라노 게이치로 스러운 존재론의 변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또 한번 받는다.

- 다 알면서 속아 넘어가는 것도 속았다고 말하는 걸까. 만일 그걸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는 절대적인 행복 따위, 꿈꾸지 않는다. 단지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행복하기만 하다면 남은 인생은 이를 악물고서라도 속으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23

-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실감을 단지 피로와 공복에서 확인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나는 어머니의 “이제 충분하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 55

-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 아마도 외톨이로.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침대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될까. 이제 충분하다, 라고. - 253

-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타자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자네의 인간적인 성실함을 나는 믿는다네. - 458

2023. sep.

#본심 #히라노게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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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작가 생활
존 스칼지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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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칼지의 작가 비하인드 스토리라고나 할까.

유머감각이 출중한 장르문학 작가로서의 작가 생활과 조언들이 담겨있는 에세이.

반복되는 이야기는 많지만 재미로 가볍게 읽기에 좋다.

자신의 성공 기준에 맞추어(물론 이 장르에선 엄청 성공한 사람이지만) 다른 작가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이랄까.

- 여러분의 작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데 자신이 생길 때까지 습작을 쓰거나, 글쓰기 수업을 듣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면 된다. 이 글에서 나는 진짜 작가라는 확신이 들게끔 여러분의 연약한 자아를 격려해 줄 생각이 없다. 여러분 스스로 해내야 한다. 여기말고 다른데서. 되도록 나하고는 멀리 떨어져서. - 25

- 여러분보다 재능이 떨어지는데 더 큰 성공을 거둔 작가가 있거나, 작가 친구 중 몇이 여러분보다 나은 글을 쓴다고 하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을 위해 기뻐해야 한다. 이 신경증 걸린 멍청한 양반아. 그들의 성공은 여러분과 아무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덜 성공했다면 여러분도 아직 그들과 비슷하거나 그들보다 덜 성공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행운은 내 행운을 갉아먹지 않는다. - 61

2023. sep.

#슬기로운작가생활 #존스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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