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랑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1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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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지 않았던 사랑이 뿌리를 내리는 이야기.

그러나 소운에게도 서영에게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고, 환상과 현실의 교차도 매혹적이지 않았다.

다만 격정적인 고난을 겪거나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헤쳐나가야 하는 연애가 아니라서 숙고하고 조용하게 결정짓는 연애라서 좋았다.

그 시기를 크게 확대해 들여다보면 언제나 계기가 있었다. 이성과 예의와 자기방어라는 갑옷 어딘가에 난 작은 구멍, 벌어진 틈으로 한 사람의 절박한 욕망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평소라면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 시기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의 몸에서 그런 균열이 보였다. 그건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외로워했고, 사랑받고 싶어 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 유일한 의미가 되고 싶어 했지만 필사적으로 그것을 숨기고 있었다. 그 욕망이 어느 부분에 어떤 형태로 드러나 있는지가 각자 다를 뿐이었다. 서영은 그것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 말해주었다. 그게 거기 있다고. 그 사람은 놀라고 부끄러워하다가 이내 그것을 인정했다. 그러고는 서영과 사랑에 빠졌다. - 40

모르페우스가 말한 것처럼,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언제나 실수다. 떨어지는 게 두려워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면, 추락하지 않겠지만, 날 수도 없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고, 날개가 돋아나는 순간의 그 한없는 아득함을, 그것을 위한 길고 긴 두려움을, 소운은 다시 한 번 기꺼이 감수해볼 생각이었다. - 218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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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날들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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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가 가득한 이야기다.

운명적인 분노를 삼킨 자의 지독한 관계 파괴 이야기랄까.

재미가 없진 않아서 잘 읽히는데, 마술적 몽환적 이런 것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

유일하게 궁금한 캐릭터가 코르볼의 아내 카트린이었다는 점이 재미 반감의 이유이지 않나 싶다.

광적인 사랑, 끝을 모르는 욕망, 탐욕과 대비되는 자애로운 사랑의 이미지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9년간 매년 8월 15일 성모축일에 탄생하는 아들들도 조금은 징그럽다고 생각했을 정도.

서술도 완전한 3인칭 작가의 서술이고, 캐릭터들의 내면이 가깝게 묘사되지 않는 점이 어쩐지 변사가 나래이션 하는 무성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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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여자들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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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있는 여자들에 대한 단편들.

너무 거친 방식의 날것 같은 상태로 엮인 글들이라 솔직히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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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피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허명수 옮김 / IVP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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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분위기는 익히 알던 플래너리 오코너의 스타일인데, 뭔가 정신없는 전개와 들쭉 날쭉한 캐릭터의 등장 퇴장은 아무래도 여러 편의 단편을 묶어 낸 것이라 생기는 작은 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탓인지 모르겠지만, 좀 처럼 이미지가 잡히지 않아서 조금 시간을 들여 읽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작가의 배경에서도 종교라는 요소를 간과할 수는 없을 텐데, 그래도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거부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원죄가 어떻고, 고행이 어떻고, 사기꾼과 협잡이 판을 치고, 정의로워야 할 사람들이 부도덕한 부조리한 이 가상의 동네가 플래너리 오코너의 의도대로(이 지점도 잘 모르겠다) 개신교를 풍자했든 어쨌든 말이다.

당신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가지밖에 없어요. 결혼하는 것 말이에요. 다른 보통의 조건이라면 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맹인이면서 아픈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요. 생각 안 했을 거예요. 우리 서로 돕지 않으면, 모츠 씨,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요. 이 세상은 공허한 곳이잖아요. - 249

사실 이 세상은 공허한 곳이라는 저 진실 하나를 말하는(그래서 마음에 들었던) 저 문단에서도 화자인 집주인 여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헷갈렸다. 아무래도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을것 같다. 번역이 문제일까? 신앙의 부재가 문제일까?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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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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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끌했던 사건이 있던 출판사의 책이고,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났더라? 싶지만, 어쨌든 회사를 인지하면 사지 말아야지 했던 곳의 책인데.

오래전 사둔 걸 발견했다.

출판사에 먼저 눈이 갔지만, 김사과의 에세이라서 읽었다.

여러 도시를 전전하는 글쓰는 유목 작가의 평소 모습이다.

매우 건조하게 불퉁한 얼굴로 거리를 바라보는 것 같은 모습.

그럼에도 또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그래서 (작가는 지리멸렬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초반에 렌트한 집 주인이 작가 일행의 행태를 보고 한달만에 쫓아내려는 모습을 보니, 그럴 일이 생긴다면(생길 일도 없지만) 나는 김사과 작가에게는 집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소설가의 글은 소설이 더 좋다고도 생각했다.

열광은 얼마나 찰나인가.
기적은 얼마나 일회용인가.
하지만 영혼은 얼마나 그것에 사로잡히는가. - 149

남자가 사라진 자리, 붉은 핏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조명에 비친 그것은 붉지 않았다. 검다. 아니, 주황색이었다. 어쩌면 그건 피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결국 나는 영원히 그것의 진짜 색깔을 몰랐다. 하지만 진짜 색깔이란 대체 무엇인가. - 221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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