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짱 디네로] 서평단 알림
경제짱 디네로 - 일하기, 벌기, 쓰기, 모으기. 디네로와 함께 진짜 부자 되기
디네로 프로젝트 팀 지음 / 이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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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평단으로 뽑힌 것이 참 고마운 일이다.

인간의 가치가 경제적 능력으로 정해지는 요즘 세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으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고 본능을 넘어선 이성의 판단으로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도 살기가 어려우니 - 지금까지 그다지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요즘 참 경기가 좋아서 살만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때로는 경제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어쩌면 나라를 위하는 길이고 가문을 바로 세우는 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위험이 있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다는 것이 돈만 잘 벌면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도 있지만, 그 말은 직업에 귀천이 없고 돈을 품위있게 가치있게 쓰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이기적으로 돈에 혈안이 되어서 사회의 이익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돈의 노예가 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경제'가 되어버린 요즘 세상에 이 책 <경제짱 디네로>는 참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마음 따뜻한 부자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봅니다. "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말이다. 바로 이 문장이 이 책의 주제이며 우리 사회에 던지는 명언이다.
이 책은 돈을 버는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라기 보다는 삶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두리는 돈의 가치를 잘 모르는 초등학생이다. 용돈을 받으면 게임시디를 사고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기위해서 부모에게 또 돈을 조른다. 그러던 두리는 이코노피아에서 온 카론을 따라서 이코노피아로 간다. 이름만으로도 경제적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최고의 부자를 뽑는 '그랑드 빌트론'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바로 이 '그랑드 빌트론' 대회에 디네로-두리의 이코노스 이름-가 참가하여 그 시험을 이겨내는 과정이 이 재미난 소설의 중심 내용이다. 총 4회전의 대회 동안 돈을 벌기 대회, 돈을 잘 쓰기 대회, 그리고 사업체 운영을 하는 대회, 투자를 하는 대회를 거치고 마지막 5회전에 진출한 디네로는 자신이 번 돈으로 어려운 사람을 구하고 위기에 빠진 자신의 마지막 경쟁자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우승하고 '빌트루다'가 된다.


이 책에서 다섯가지의 시험의 과정은 우리의 경제 생활의 전반을 보여준다. 그리고 매 선택의 순간마다 디네로의 판단은 눈 앞의 이익보다는 사회의 이익을 위한 쪽으로 내려지고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이 증명된다.


이것이 이 책의 지은이가 우리 어린이들에게 나아가서는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을 위한 경제 생활이 최우선이어야한다는 점이다.

후반부에는 간단한 물음과 답의 형태로 각종 경제 용어를 알기쉽게 풀이해 준다.
초등학교 4학년이 우리 아이가 순식간에 이 책을 읽어버리는 것을 보았다.
35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금방 다가서는 책이다.
바른 경제는 사람을 위한 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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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현대시
김권섭 지음 / 산소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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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부모님의 것으로 짐작되는 작고 낡은 시집이 한권 있었다.

세로줄 쓰기의 그 시집은 가끔씩 나의 심심풀이가 되어 주곤 했다.

군데군데 한문이 섞인 낯선 언어들 틈에서 나는 그 때 처음 하이네를 만났고 릴케를 알았다.

그 시들 중에서 어린 나의 마음에 와 닿았던 시는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였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어찌나 아름답고 가슴이 시리던지 그 시인은 너무나 가엾은 사람일 듯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던 부분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 였다.

그의 사랑이 너무나 깊고 진실해서 가슴이 아팠다.

너무나 사랑해서 그 사랑은 해와 바람처럼 당연한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사소하다. 우리는 해와 바람을 그리 대단찮게 여기니 말이다.

그 시를 공책에 베끼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읽어 준 기억도 있다.

아마 그 때가 가장 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던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세월은 흘러 갔고 또 다른 읽을거리들에 빠져서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한용운이니 서정주니 하는 시인들의 시를 공부하느라 <즐거운 편지>는 내게 아련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가 다시 나의 삶의 표면에 떠오른 것은 영화 <편지>에서였다.

눈물을 쥐어짜는 그 영화, 아름다운 수목원을 배경으로한 - 그 수목원은 가평의 아침**수목원이라고 한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안 간다.- 그 슬픈 영화에서 이 시가 소개되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시가 되었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내게 시를 보는 안목이 있음을......

초등학생 그 어린나이에 나는 20년 이상이 지난 후의 미래에 유행할 시를 미리 알아본 게 아닌가?

그리고 지금 이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시험에 출제되기도 한다.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나이를 먹으면서 그 능력이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지금 나는 시와 상당히 가까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내게 시는 늘 어렵고 거리감이 있었다.

시의 숨겨진 의미를 찾고, 심상을 분석하고 시인의 일생과 연관지어 어렵고 복잡하게 해석을 하면서 문득 "혹시 시인은 별 생각없이 솔직히 한 말들을 우리가 확대해석 하는 것 아냐?"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책에는 58명의 현대 시인들의 작품 142편이 소개된다.

가히 중고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인들의 대표작품은 거의 다 수록되어 있다고 보아야한다.

왼쪽 페이지엔 시가 그리고 그 오른쪽 페이지엔 그 시에 대한 설명이 알기쉽게 풀이되어 있다.

마지막으론 다른 문헌에 소개된 시인의 행적이나, 에피소드를 실어서 시인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에 담은 세 가지 생각을 적어두고 있다. 시의 해설이 시의 분량을 넘지 않도록 하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 사용하기, 시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실을 일러주기. 이 책은 이러한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꼭 알아야할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시인의 생애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하여 시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한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앞으로도 가까이에두고 수시로 꺼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한 번 읽어보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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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다이어트하라
필 맥그로 지음, 나선숙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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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쪄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적게 먹고 운동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예습복습 철저히 하고 수업시간에 잘 들으면 백점 맞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핑크빛 커버에 초콜릿빛 띠지가 아주 멋스럽게 어울린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질병, 비만을 치유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잘못된 식습관과 삶의 유형의 변화로 살이 찌고 또 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원푸드다이어트, 고기 다이어트, 과일다이어트......

요즘엔 병원을 찾아서 의사와 함께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실행하면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이미 기존에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또 다른 더 좋은 방법이 발표된다는 것은 어쩌면 살을 뺀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작업이 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다이어트는 정신 나간 여자들이 예쁘게 보이기위해 밥을 굶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을 하라는 기존의 다이어트 방법에 충실하고 있다.

뭔가 더 쉽고 재미있게 살을 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만났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살을 빼기 위한 일곱가지의 열쇠를 제시하고 있다.

1번, 몸을 바꾸려면 생각부터 바꿔라.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자신이 샐을 빼야하는 이유를 본인에게 납득시키라고 말한다. 그렇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들 하지 않는가.

 

2번, 음식에 기대지 않게 감정을 다스려라.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본인은 어느 정도로 음식에 의존하는  테스트하고 용서와 심호흡으로 감정을 다스리도록 권한다.

 

3번, 살을 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집 안의 환경을 살펴보라고 권한다. 보이는 곳에 음식물들이 널려있지는 않은가? 살찌게 만드는 환경을 바꾸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4번, 충동적인 식습관을 없애라.

음식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보상받지 않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5번, 식단을 건강하게 디자인하라.

먹는데 노력이 필요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권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손쉽게 얻을 수 잇는 음식들은 대부분 건강에 해로운 음식들이다.

 

6번, 운동을 생활의 우선 순위로 삼아라.

좋은 음식들을 적절히 먹는 것과 함께 꼭 필요한 운동을 시작하도록 한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운동을 하도록 할 수 있는지 방법들을 알려준다.

 

7번, 지원해 줄 사람을 찾아라.

혼자 보다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언한다.

 

특히 음식에 정서적으로 기댄다는 부분은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스스로 의지를 가진 존재임에도 음식에조차 의지를 하다니,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바꾸고 좋은 음식을 적절히 먹고 운동을 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다이어트 방법인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이것을 실천할 것.

 

제레미 리프킨의 책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먹어서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 세상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한 끼의 빵 조차 스스로의 노동으로 벌어야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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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를 찾습니다
애니 & 샌더스 지음, 김소연 옮김 / 지니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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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가끔은 나도 와이프가 있음 좋겠다.

퇴근해서 들어오면  식탁엔 맛난 저녁이 차려져 있고 집안은 싸악 반짝반짝 청소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옷장엔 옷들이 깨끗하게 다람질되어 있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깨끗이 씻고 저녁 먹을 준비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식사 후엔 달콤한 과일과 향기로운 차로 후식을 먹고 가벼운 산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와이프는 설거지하고 부엌을 치워야지.

이래서 남자들이 결혼을 하나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신나는가 말이다.

그런데, 나는?

퇴근하면 정신없이 빠르게 장을 본다,  찬거리가 없고 덜 피곤한 날만.

대부분의 날은 그냥 집으로 들어간다.

옷을 갈아입고 쌀을 씻어서 밥을 앉힌다.- 이 표현이 참 좋다. 너무 다정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저녁을 준비하고 식후엔 대강 치우고 ......

사이사이 빨래를 돌리고 청소도 한다.

아무리 식구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차원이다.

이것도 못할 정도의 날엔 저녁은 시켜먹든지 나가서 먹는다.

신을 양말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늘 새 양말을 준비해 둔다.

 

워커 홀릭인 알렉스는 우유조차 사러 갈 시간이 없다. 알렉스와는 사사건건 맞지 않는 왕년의 명배우 엄마는 과거의 화려함을 곱씹고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능력있는 사업가의 아내 새프란은 알렉스와는 절친한 친구이다. 팔을 다친 알렉스의 엄마를 알렉스가 돌볼 필요가 생기자 비상이 걸린다. 우유사러 갈 시간도 없는 딸이 어떻게 엄마를 돌본단 말인가. 궁리끝에 새프란은 와이프를 찾는다는 광고를 낸다.

배우인 프랭키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제작자를 만나지 못한 탓에 시답잖은 바나나 역할이나 한다. 그의 취미는 살림이다. 빨래, 정리정돈, 다림질에 요리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이다. 동생 엘라는 천방지축 사고 뭉치지만, 오빠를 아낀다.

그 프랭키가 새프의 광고를 보고 찾아오지만 알렉스에게 보기좋게 거절당한다.

남자를 가정부로 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은 꼬이기 마련이라서 엘라를 고용하지만, 프랭키가 알렉스의 엄마를 돌보게되고 그 둘은 천생연분으로 꿍짝이 잘 맞는 친구가 된다.

대다수의 칙릿이 가는 구성 그대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알렉스는 프랭키의 매력을 알아가게 되고 프랭키 역시 알렉스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존심 대마왕 알렉스, 무슨 일이든 혼자하려하지만, 결국 그녀는 깨닫는다. 이 세상에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가장 가까이는 가족이고 동료이고 넓게는 인류 전체이다. 그래서 "We are the world."이다.

 

그녀의 단짝 새프란은 그야말로 <빈둥지 증후군>을 느낀다.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집을 꾸미고 헌신하지만, 결국 그녀는 스키장에 자기의 스키바지를 가지고 않은 스스로를 발견한다. 영국의 이야기이면서도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았다. 다른 가족의 일들을 챙기느라 어느 순간 나의 칫솔을 두고 여행가는 일이 늘상 생기는 것이 말이다. 이것도 역시 "We are the world."이다. 혹시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는 아닐까? 잠깐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역시 문학은 보편성을 특징으로 한다.

 

알렉스, 빈, 새프란. 그녀들은 모두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소설 안에서 모두 행복해진 것처럼, 우리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이들처럼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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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 - 고원에서 보내는 편지
이상엽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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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늘 존경하는 마음만 품고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몇 자 적어 올립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피 흘리는 노래들은 저의 어설픈 젊음에 잊을 수 없는 흔적들을 남기곤 했습니다.

이런 노래가 있구나, 이런 삶들이 있구나.

그 시절 모든 게 얼마나 아프고 두렵던지 어린 나이에 받은 큰 충격들은 저의 학창 시절 대부분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공부에 찌들어 있다가 모처럼 맞은 자유에 들뜰 틈도 없이 어두운 골방에서 그동안 몰랐던 세계에 눈 뜨면서 더욱더 불안하고 어렵기만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상처들을 잘 보듬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했을텐데, 어리석은 우리들은 오히려 서로를 상처주기에 바빴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조차 상대의 비난이 두려워 입을 닫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를 못하지요.

저는 가끔씩 그 시절의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서도 애써 그 때 서로 아팠던 이야기들은 피하려고 하는 걸 발견합니다. 다들 애들 크는 얘기, 아파트 평수 늘리는 얘기들을 하면서 눈을 감지요.

이젠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잊을 법도 하건만 우연히라도 그 시절에 낮은 목소리로 함께 부르던 노래라도 듣게 되는 날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이룰 수 없답니다.


그 시절 제가 하고픈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사진 찍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같은 디지털카메라가 아니라 필름 카메라였죠.  고가의 카메라는 고사하고 소모되는 필름조차 가격이 겁나던 그 시절이 아련하군요. 선생님께서 사진을 배우신다니, 불현듯 저도 그 시절의 작은 소망을 떠올렸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들과 사람 냄새나는 그 눈빛들이 저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우연히 발견한 선생님의 사진과 편지는 저를 20년 전의 시간으로 끌고 가는 듯합니다.

당나귀와 새와 사람의 발로만 닿을 수 있는 그 곳, 석두성에서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상상해 봅니다.
산 위의 마을 석두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끝없는 계단밭을 수 놓은 노란 유채꽃과 강인한 눈빛들의 여자들이라지요? "서글픈 아름다움"이라는 선생님의 표현은 어찌나 딱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계단밭은 일굴 땅이 없어서 사람의 힘으로 산을 깍아 만든 밭이겠지요. 곡싱이 잘 자라지 않아서 유채를 키우겠지요. 그 밭을 일구고 유채를 길러 기름을 짜는 여성들의 삶은 말 그대로 노동으로 쥐어짜지는 삶이겠군요. 중화제국의 한족들을 모시고 사는 중국의 소수민족. 그리고 가부장의 남자들을 모시고 사는 세계의 소수 여성. 석두성의 여성들의 삶은 비단 그들만의 삶은 아닐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빈곤한 나라들의 현실을 살펴보면 그 중에서도 여성의 삶은 더욱 비참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나이를 먹어서 세상의 더러움에 적당히 물들어 살면서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을 때도 돈을 탐하고 높은 지위를 탐하는 자신의 모습을 불현듯 발견하고 진저리칠 때도 있음은 그래도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음이겠지요? 우리의 그 순수가 아직은 살아있어서 더 나은 세상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된다는 것을 믿고 싶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어둠은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곧 밝은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저를 보는 아이들의 눈동자와 인류의 낙원 샹그리라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리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살아갑니다.
또다른 선생님의 사진을 곧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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