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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정말 남다르다는 생각은 누구나 했을 것이다.

찬란히 피어나서 마음 껏 아름다움을 구가할 꽃들의 입을 힘으로 틀어 막는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돈이고 남자이고 어른이다.

 

  학창 시절 우리는 봉고차 납치라는 두려움에 떨었었다. 길을 걷는 여학생들에게 접근해서 강제로 봉고차에 태워 납치한다는 그 소문에 얼마나 두려웠었는지. 젊은 여자 뿐 아니라, 나이 든 여자들은 마늘까기를 시키려고 남자들은 새우잡이를 시키려고 무차별적으로 납치한다던 그 소문은 꽤 오랫동안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했다. 심지어 누구의 딸이 납치당할 뻔 했다. 친구의 친구가 기적적으로 봉고차에서 탈출했다는 매우 근접한 경험담까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학교 앞에서 등교길에 납치당한다는 그 무서운 소문은 이젠 좀 사그라들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부녀자 실종 사건들이 뉴스를 장식한다. 그리고 그것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 세상에는 노예는 없다고들 생각한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는 '노예와 다름없는' 이라는 표현으로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사연을 전한다. 그것은 이 책에서 말마따나 더 이상 우리 나라에는 노예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사용하는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에 있는 동남아 출신의 신부들만 보더라도 꼭 그렇지는 않다. 돈에 팔려서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채로 나이 많은 타국 남자에게 시집을 온 그녀들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팔려온 노예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물론 다행히 좋은 가족을 만나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여인도 있겠지만, 문화도 다른 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그녀들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겠는가 생각해 보면 알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신 매매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잔혹한 범죄의 희생자가 대부분 여성이고 어린 아이라는 사실에 몹시 마음이 힘들었다. 돈에 팔려서 여기저기 속으면서 떠도는 캄보디아 스레이 네앙의 슬픈 사연, 단 돈 몇 달러에 팔려간 마야의 가족들, 강제로 끌려가서 남을 죽이는 일에 동원된 우간다의 찰스, 친구에게 속아서 이탈리아에 매춘부로 팔려 간 나디아 등 돈에 팔려서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마저도 찾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도는 그네들의 실상에 어느 누가 마음이 편할 것인가.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상황이 인신 매매의 출발지이며 중간 기착지이고 또, 종착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몹시 놀라웠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팔려와 성노예가 된 한국인 소녀가 많고, 우리나라에는 팔려와 있는 동남 아시아의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이 책에서 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섹스 관광을 즐기는 인신매매 가해국인 동시에 미국와 일본, 호주 등지에 성매매 여성을 수출하는 인신매매 피해국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한국의 복잡한 사정은 미 국무부가 인신매매를 퇴치할 목적으로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2010년 보고서에서 한구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2002년 이후 9년 째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 보면 그 실상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보고서는 여전히 한국을 인신매매 최초 발생지이자 중간 기착지, 종착지로 규정하며 국제 결혼을 빙자한 외국 여성들의 인신 매매나 이주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 허가제ㅐ의 문제점 또한 고스란히 지적하기 때문이다. 2001년 최악의 3등급으로 분류되었던 한국이 별다른 노력 없이 불과 1년만에 1등급 판정을 받아 현재까지 이르렀다는 사실도 등급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다시 한 번 의심케 한다."

 

옮긴이의 글 358-359쪽

 

 우리의 실상은 이렇듯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모자를 떠서 보내고 북한에 쌀을 보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비인간적인 실상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실상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가 시급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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