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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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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는 농담(濃淡)이 있거든. 도박이라든가 투자 사기가 이루어질 때의 긴장감도 그래. 법을 뛰어넘는 순간......"

                                                        본문 34쪽

 

  시간에 짙고 옅음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어딘가에 빠져있을 때의 밀도있는 시간들을 우리는 안다. 또 한낮의 나른함같은 풀어짐을 기억한다. 무엇을 하는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시간은 그 질감을 달리한다.

  어릴 때는 '쓰리꾼'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에야 '소매치기'라는 말로 바뀌었지만, 일본어가 난무하던 시절에 어린이였던 지라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낼 수 있는 그들의 신묘한 재주는 보고 있어도 눈을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우리 주인공 니시무라는 손 끝의 살아있는 감각으로 남의 지갑을 집어온다. 그가 행하는 행위는 한 편의 예술 작품이다. 표적을 찾고, 주위를 살피고 가까이 다가가서 슬그머니 지갑을 꺼낼 때 그의 시간은 가장 농밀(濃密)하다. 자신도 모르는 지갑이 자기의 주머니에 들어있을 정도로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돈을 원한다.

  어린 시절 함께 일을 하던 친구의 부탁으로 조직의 일에 발을 담근 니시무라는 그 날 이후로 친구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남의 지갑을 훔치지만 한 번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그는 우연히 만난 아이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사랑하던 여자도 잃고, 마음을 주었던 친구도 잃은 경험은 그에게 냉담함을 요구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를 보살피게 되고 그것은 결국 니시무라를 죽음까지 몰고간다.

  니시무라가 어린 시절 바라보던 그 탑은 사실 어린 그의 꿈이었을까?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훔지며 나이가 들면서 점차 보이지 않았던 탑. 그것은 어쩌면 이야기 속의 프랑스 귀족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저 위에서 니시무라의 인생을 관장하는 존재. 그렇다면 어린 시절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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