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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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1 :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스테파노 산드로네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Newton :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men... - Sir. Isaac Newton

(내 비록 천체의 원리는 계산할 수 있을 지언정,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않되더라...) - 뉴턴 

이 문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이 이른바 "남해주식회사 사기사건"의 와중에 주식 투기로 거액의 손실을 본 후 내뱉은 말이라 전해지는 인용구이다. 경제사를 잠시 들춰보면, 이 사건은 초기 자본주의 형성 단계에서 가장 큰 세 개의 버블사태 중 하나였던 대규모 사기사건이다. 이 사태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하며 18세기 당시 영국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잠시만 이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주가 조작"과 매우 유사하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가공된 호재로 특정 회사의 주식 가격을 몇 십배로 폭등시키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관료들과 의회 정치 세력에 막강한 로비를 하여 규제를 무마시킨다.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주가에 영국 국민들 뿐만 아니라 온 유럽의 사람들에게 광풍을 불러모으고, 1000% 가까이 오르는 기현상을 낳게 되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너나 할거 없이 주식을 구매하고, 이 당시 조폐국장을 겸임으로 하고 있던 당대의 과학자 뉴턴마져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결국 버블은 터지게 마련이고, 폭락을 거듭한 끝에 전재산의 대부분을 잃게되고 채권자들의 독촉을 피해 매일 도망다녀야 하는 신세로까지 전락하게 된다. 일설에 의하면 이를 만회하려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금술"에 집착하게 되며, 과학자로서는 믿지 못할 해프닝마져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로 음악가 헨델은 이 사건으로 거액의 부를 얻었다고도 전해진다.)

이처럼 당대에 가장 혁신적인 생각과 분석으로 한 획을 그은 학자조차, 그 흔한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될 만큼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나 우리나라를 비롯, 동양권의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오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업적이 전체 인격에 대한 맹신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마는 것이다. 비단 뉴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들의 다른 면모는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는 뇌과학자로서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교류와 회의로 유명한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촉망받는 학자로 선정된 바 있는 권위있는 학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에서는 기존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와 대담을 통해 자신의 업적보다는 연구동기와 수상 당시 배경, 그리고 인간적인 부분에 촛점을 맞춘 이색적인 책이다. 도입부에서 지적했던데로, 과학자로서의 최고 영예인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권위를 걷어내고, 수상자 자체의 인간적인 면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예술 또는 비판의견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곁들이며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어나감에 있어, 매우 사적인 느낌이 드는 대담집을 보는 착각을 불러오며, 수상자로서의 모습보다는 개별 인격체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올 정도로 저술이 되어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으례 정통과학을 소개하는 서적에서 기대하는 학문적 깊이는 이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략 19명의 수상자들을 인터뷰하며 각자가 수상한 분야에서 그들의 업적은 이미 "수상" 그 자체로 인정받은 것으로 선을 긋고, 그 이면을 주로 다루고 있다. 오히려 타 연구그룹과의 불꽃튀는 경쟁이라든지, 어린 시절의 특정 동기를 통해 자신의 연구 일생 전반에 걸친 영향을 즐거이 논한다든지, 때로는 연구실적에 눈이 멀어 학자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난 주위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든지...등등의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마치 걸작 영화를 만든 대감독에 대해 "메이킹 무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수상자 개인의 독특한 철학이나 인생관에 대해 꽤나 진지한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과 다른 학문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연구에 모티브를 준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다시 조명받는 이른바 학문의 "통섭적" 자세를 의식한듯한 내용이다. 아직도 일반 대중들은 계몽주의 시대의 편향된 과학관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과학만이 객관적이며, 다른 학문의 상호작용이나 영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학문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 분야에서도 과학의 분석적 태도나 방법론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철학의 관점이 과학 분야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점점 통섭적인 인재상이 요구되며, 다시 한번 고대의 "만능 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흐름을 역시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거장들의 솔직한 심정이 눈에 띄었다. 저자는 인터뷰의 말미에 거의 대부분 향후 세대에 대한 예견과 당부의 말을 부탁하고 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을 쭉 읽어보면 의외로 "전 아직 잘 모릅니다"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연구현장에서 자주 통용되는 말이지만, 일반 대중들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르게 다가설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답변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처럼, 특정 분야를 남다르게 깊게 연구하다보면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것 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불빛하나 없이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 심정으로 자연의 이치를 하나둘씩 찾아가는 여정인것이다. 이제와 남보다 더 멀리 길을 찾아서 왔고, 지나온 길을 기억할수는 있으나, 앞으로 더 나아갈 길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여전히 아득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지식에 견주어 신처럼 보이는 이 거장들에게 현인으로서의 과도한 기대를 걷어내야 한다. 이들도 위대하였지만 한낱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저서는 해당 수상자와 일대일 인터뷰의 형식으로 쓰여진 일종의 대담집에 가깝다. 따라서 비교적 자유로이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질의 응답을 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의 전개는 종잡을 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칫 잘못하면 두서없는 진행이 될수도 있지만 다행히도 이 저서에서는 그런 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학자들의 습성상, 타 연구자들이나 기성 동료들에 대한 비판내지는 지적을 잘 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리 노벨상 수상자들이라도 인격적 실수나 흠이 있다. 잘 알려진 사례로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낸 왓슨과 크릭은 동료의 연구결과를 도용한 의심을 여전히 받고 있으며, 자신의 연구결과에 몰두한 나머지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과학자 개인의 업적은 위대할 지언정 그 인격이나 행실마져 그런 정도의 격을 가지지 못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흑역사나 오류에 대해서 과감히 발언하는 학자가 적어서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학계라는 울타리에 기대어 사는 이들로서는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특정 분야에 한정해 연구를 진행해오다보니, 한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이고 동업자 의식 내지는 동병상련의 심리가 없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관행이나 오류에 대해서 과감히 발언하는 수상자들은 비교적 적어, 차차로 과학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 즉 "과학윤리"에 대한 측면이 점점 강조될 것이라는 예견도 해본다.

5. 나오며...

과학자들, 특히 노벨상 수상자와 같이 거장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은 다음의 사례가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일찍이 근대 산업 사회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독일 제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민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지배적인 사상인 제국주의는 국가 근본을 독점 산업 자본의 확장을 기조로 발달해온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한계를 절감한 독일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해 다음의 표어를 내세우며 국가 총력 체제로 과학 기술 분야를 지원하기에 이른다.

식민지 대신 화학...! - 오토 폰 비스마르크

 이에 소위 괴팅겐 학파로 망라되는 일군의 독일 학자들이 뛰어난 연구결과와 발전을 거듭하게 되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츠 하버(1868~1934)이다. 당시 식민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질소비료의 원료인 초석을 얻을 수 없는 조국 독일을 위해 공기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방법을 개발, 이로 인해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다. 이는 실로 놀라운 발견이며, 당시 식량생산의 한계로 고통받는 조국과 여러 국가들을 기아에서 벗어나게끔 한 위대한 업적을 세우게 된다. 일약 국가의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그 어떤 유명인사보다도 엄청난 대중의 지지와 환호를 한 몸에 받게된다. 그런데 1차 대전의 전세가 조국 독일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끝내 하버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위대한 재능으로, 인류 역사상 전무했던 독가스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끝내 아내는 하버의 연구에 반대하다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는 후에 2차 대전의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에 그 수단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용서받지 못하는 행위이다. 

이처럼 과학적 업적과 그 개인의 인격체로서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업적과 개인을 분리해서 반드시 봐야하며, 한 인물을 평가할 때 공과 과를 적절히 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그들도 한계가 명확한 인간이다. 소위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들의 진솔한 모습과 의외로 사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대중들의 인식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시도인것 같다. 향후에도 이러한 책들이 널리 대중들에게 읽혀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마친다.

#스톡홀름에서걸려온전화 #스테파노산드로네 #서울경제신문 #노벨상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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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트래블 완주 소도시트래블
맛조이코리아 편집부 지음 / 맛조이코리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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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0 : 소도시 트래블 완주, 편집부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위 인용구는 양희은 씨가 부른 명곡 "한계령(1985)"의 가사이다. "아침이슬"로 대표되던 저항적인 젊은 시절을 지나, 어느덧 중년의 여인으로 인생 후반부를 달려가는 도중에 나온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이곡에서 험난했던 삶의 과정 속에서 이제는 자신으로 돌아와 담담하게 지난날을 회고하는 느낌의 이 잔잔한 곡을 "한계령"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문득 우리의 삶을 투영해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온 생의 나날들중에, 지쳐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누군가는 고향을 그리고, 누군가는 저 가사처럼 자신의 마음속의 장소를 회상하는 경험을 가져봤을 것이다. 장소는 기억을 담게 마련이다. 그 기억은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은 언제든 연어처럼 회귀하려는 본능을 심어주게 마련이다.  

2. 저자의 의도...


이 짧은 작품은 전라북도 완주군의 현재 모습을 이모저모 담고 있는 일종의 여행 가이드이다. 위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지방의 소도시로서 한적한 풍경들의 사진을 담고 있고, 흔히들 기대하는 여행의 포인트가 되는 것들을 담고 있다. 한가지 이색적인 것은 단순히 지역탐방의 역활을 넘어서, 요즘 각광을 받는 "문화도시"로서의 변화된 면모를 담고 있다. 현재 서울 및 경기도권 중심의 국가 발전으로 인해서 지역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이는 인구의 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시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지자체나 지역 시민 사회에서는 일종의 "지역 재생 프로그램" 운동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완주 또한 그런 변화가 진행되어 있고, 나름의 특색을 소개할 정도로 결과물이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본 작에서 대표적으로 접할 수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현 완주군의 위치는 전주와 통합이 거론될 정도로 이웃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늘 그 그림자에 가려있었다라고 볼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지역이다. 그러나 자체 경제가 어느 정도 자립하고 있고, (공단존재) 인구수도 전국적으로 상위에 들 정도로 존재하며, 지역 또한 넓다. 따라서 농업과 공업이 혼재한 형태의 경제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 도시로서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필연적으로 수도권 집중이 심각해진 국토발전의 현주소이며, 여느 지역 도시와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몇몇 분들이 다양한 문화적 시설을 설립하고, 꾸준히 자신들을 알려온 결과,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살아난 좋은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원의 면모를 살린 홈스테이나 미술관 등 아담한 자연풍광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명소들을 하나 둘씩 늘려가며 상대적으로 뒤쳐진 문화적 토양을 다시 부흥시키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전통 한옥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들을 선보이는 캐쥬얼 레스토랑을 소개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불러모으고 있다. 게다가 직접 재료를 선정하고,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만드는 베이커리도 소개하여 여행의 욕구를 자극한다. 어딜 가나 맛있는 요리와 다양한 볼거리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인상적인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작품은 일종의 매거진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분량의 한계가 존재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명소들도 좋지만, 눈이 시원해지는 자연들의 사진과 넉넉한 풍경의 사진들을 기대했었는데, 그런 면이 상대적으로 적어 다소 아쉬웠다. 이미 수도권에도 아기자기한 카페나 베이커리 들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정도로 넘치고 있어, 일종의 피로감마져 들 정도이다. 오히려 지역 사회에 걸맞는 지역 풍광과 어우러지는 모습의 소개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랩이다.

5. 나오며...

이제 우리는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세대가 이미 되어버렸다. 각종 티비나 유투브와 같은 매체에서 수없이 많은 여행 콘턴츠를 쏟아내고 있고, 다양한 주제로 여정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시대이다. 때문에 우리가 쉽게 접해보지 못한 해외의 유명 장소나 많이 회자되는 곳들을 주로 주목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국에도 얼마든지 숨은 장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곳은 우리의 관심과 상관없이 늘 존재해왔다. 다만 이제와 우리가 발견할 뿐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 녹색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곳들, 시원하지만 고즈넉한 해변 등, 한반도 내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곳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의 의도처럼 다양한 국내의 곳들을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으며, 이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소도시트래블 #완주 #맛조이코리아 #전라북도 #책스타그램

@sodosi.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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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 윤리가 과학에게 묻는 질문들,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이음스코프
강호정 지음 / 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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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9 : 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강호정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인간의 범죄성은 선천적으로 유전되며, 그 특성은 인간의 두개골 등 머리 형태에 나타난다...

위 주장은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범죄학자인 "체사레 롬브로조(Cesare Lombroso, 1835 ~ 1909)" 의 저서에 나온 인용구이다. 잠시만 읽어봐도 이 정신나간 주장을 그 당시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국가 정책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과연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놀랍지만 이는 사실이다. 이 말도 안되는 주장이 보편화되며, 소위 문명국으로 일컬어지는 서구권에서는 "골상학"이라는 유사과학 분야가 주창되어 한동안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는 2차 대전의 나치 독일에게로 넘어가며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낳게된다. 전후의 과정에서 당연히 이런 우생학적 편견들은 완전히 금지되고, 사라졌지만 지금도 가끔 이런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간간히 보며 외신란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자, 여기서 그 당시의 진행과정을 조금만 살펴보자. 당시 우생학을 주창하던 학자들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것이 자연진리라고 믿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주장의 한복판에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의 사촌, 달턴과 심지어 다윈의 자식도 포함된 흑역사마져 존재할 정도이다. 진화는 우연의 산물이며, 환경에 대응한 선택이 진화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거꾸로 뒤집어, "올바르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종의 진화를 선택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 우열의 법칙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라 믿은 학자들은 온갖 과학적 사실들이라 믿는 증거들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골상학이라든지, 인종적 차이에 대한 뇌의 용량이나 성향을 제시하여 특정 계급이나 인종의 지배를 정당화하며, 급기야 당시 파시즘과 같은 정치 세력의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과연 그 당시 학자들은 이 사기적인 주장이 과연 과학적 "객관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의심하지 못했나...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바로 우리가 믿는 "과학"의 권위에 대한 모순이 드러난다. 결국 과학도 인간이 관찰하고, 규칙성을 파악하며, 이에 대한 가설과 이론을 정립한 후 이를 증명하는 과정일뿐이다. 따라서 이 과정내에서 행하는 주체인 인간의 모순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현직 생태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일선현장의 경험이나 사례를 토대로 "과학윤리"에 대해 설파하는 책이다. 저자는 "네이쳐"지를 비롯,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싣는 등 학자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문 칼럼이나 강연을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에도 관심을 두는 학자이다. (때문에 과학 분야의 통섭적인 면을 다루는 저서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배경때문인지, 다소 무거울 수도 있고, 따분한 과학윤리의 면을 명쾌하고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철학적 측면에서 부담스럽게 접근하지도 않고, 대중들이 흔히 알거나 또는 잘못 알려진 사례들을 위주로 소개하여 매우 대중친화적인 저서이다. 그러면서도 연구윤리, 과학 지식으로 파생된 결과의 판단, 동물권 보호, 환경윤리, 그리고 로봇 윤리와 같은 민감하고도 세간의 관심이 몰린 분야에 대해 꼼꼼히 지적을 하여, 과학윤리 분야를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독자들도 이 한권의 책으로 어렴풋이나마 이 주제의 최전선에 서있는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입문서 역활을 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문장 구조로 독자친화적인 부분이 돋보인다. 저자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다소 대중들에게 "따분하다"는 인식을 주기 쉬운 관계로,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독자들이 이해가 빠른 측면을 위주로 호흡을 하며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가독성이 좋다. 과학분야의 책이라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독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영민한 선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주장하는 바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나, 이론 배경보다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선례 또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사례 위주로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면도 동시에 관찰된다. 따라서 이 분야의 초보 독자들에게는 입문서로 매우 훌륭한 구성이라 평하고 싶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한 주제들이 하나같이 대중들에게 민감한 주제들을 과감히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연구하는 학도들은 한두번쯤 휘둘리기 쉬운 연구윤리의 문제 (실험결과조작)만 하더라도 꽤 많은 사례가 있고, 환경, 동물윤리의 문제, 그리고 AI와 로봇의 윤리문제들은 최근 들어서 이 분야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문제들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례)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려야하고 관련 법규들을 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각계 각층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피해가지 않고 과감하게 소개하며, 향후 우리에게 다가올 결과들에 대해 사회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결과로 결말짓도록 대중들에게 관련 정보들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통섭성"에 대해 난 개인적으로 지지를 보낸다. 마치 과학이 다른 학문보다 객관적이고 우수하다는 맹신적인 믿음과 더불어 과학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비윤리적 행위들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 또한 학문의 한 분야일뿐이며 그 우위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과에 대한 아무 가치판단 없이 기술적인 면에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면, 그로 인해 벌어진 파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은 지경이다. 결국 과학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고 보다 더 잘 활용하기 위해 그 탐구의 대상을 정한 한 학문일뿐, 이것이 신의 섭리 마냥 모든 의문과 판단을 보류한다면 언제든 우리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아무런 제약도 할 수 없게되는 것이다. (나치나 일본군의 인간 생체 실험처럼 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반드시 윤리적인 면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자신의 학문만이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 식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들이 아는 지식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진리일 뿐, 인간 전체의 시스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다른 학문들과의 교류와 보다 더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통섭적으로 다뤄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4. 아쉬운 부분...

개인적으로 저자의 집필의도와 철학을 깊이 공감하는 입장에서, 이 책에 대한 아쉬운 부분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은 분명히 입문서로서 기능하기 좋은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 역활에 충실히 나왔다. 따라서 개인적인 바램으로 보다 더 심도있는 논의와 철학적 배경을 논하는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다. 분명 과학에 관련된 철학적 고찰은 계몽주의 시대 이후로 상당히 방대한 담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은 그 시대의 논점에 머물러 있는게 현실이다. 그 이후로 과학 자체의 발전과 철학의 담론도 함께 발전해온 역사가 존재하며, 지금의 철학적 토론은 대중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따라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대중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처럼 대중친화적인 장점을 지닌 저자가 그 역활을 수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5. 나오며...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 문구는 미국의 전 대통령 클린턴이 대선 캠페인에서 들고나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문장이다. 이 문장 하나로 대중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당시 걸프전 승리로 높은 지지율을 낙관한 조지 부시를 단번에 제압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와 같은 논리로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인간이야!

과학은 당신들이 생각만큼이나 정확하지도 않고 언제든 반례가 존재할 수 있는 헛점 투성이 학문이다. 왜냐하면 과학 자체의 방법론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수행하는 인간의 인식이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입견이나 의도를 배재하고 문자 그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한채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눈부신 과학적 업적들은 그 인식론을 단계적으로 확장한 결과이며, 하나의 완성되어 결말이 난 체제가 아니란 말이다. 지금도 우주에는 풀리지 않는 많은 수수께끼들이 존재하며, 이는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이 존재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들은 "과학"이란 단어에 절대적 권위를 스스럼없이 부여한다. 이는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과 철학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당시의 혁신적인 과학적 발견으로 "인식론"을 비롯, 세계관의 혼란이 온 세대에서 철학은 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담론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대중들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에 대한 상식들은 이 때의 담론들로 이뤄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틀린것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상당수의 담론들이 이후 철학적 성찰의 발전과 과학 자체의 성장으로 많이 바뀌었음에도 그 지점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작과 같은 저서들이 이러한 대중들의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에 대해 지적하고, 좀더 확장된 세계관을 심어줄 필요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저서는 반가운 책이며, 향후에도 더 좋은 시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학그게최선입니까 #강호전 #이음 #과학 #과학윤리 #북스타그램 

@eum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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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1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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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8 :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살라흐 앗 딘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우리는 3,000만 한국인 및 정부를 대표하여 중국?영국?미국?네덜란드?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및 기타 제국(諸國)의 대일(對日) 선전 포고를 삼가 축하한다. 이것은 일본을 쳐부수고 동아시아를 재창조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이에 특히 아래와 같이 성명서를 낸다.


① 한국 전체 인민은 현재 이미 반침략 전선에 참가하였고, 일개 전투 단위가 되어 축심국(軸心國)에 대하여 선전 포고한다.
② 1910년 합병 조약 및 일체 불평등 조약이 무효임을 거듭 선배포한다. 아울러 반침략 국가들이 한국 내에 가지고 있는 합리적 기득권익을 존중한다.
③ 왜구(倭寇)를 한국?중국 및 서태평양에서 완전히 축출하기 위하여 혈전으로 최후의 승리를 이룩한다.
④ 맹세코 일본이 비호하여 조성된 창춘(長春) 및 난징 정권(南京政權)을 승인하지 않는다.
⑤ 나구선언(羅邱宣言) 각 조를 단호히 주장하며 한국 독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적용하며 이것으로 인해 특히 민주 전선의 최후 승리를 미리 축하한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 주석 김구(인), 외무부장 조소앙(인)

대한민국 23년(1941) 12월 10일.

위 전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일선전성명서"이다. 이 전문을 읽어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전쟁에 대한 의도뿐 아니라, 일반적인 전쟁의 의도를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먼저 전쟁의 주체와 상대가 적시된다. 국가간 전쟁 수행에 있어 전쟁은 외교적 행위의 최후 형태이므로, 당사자가 명확히 적시되어야 국제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없게된다. 둘째로, 현재 선포하고 있는 전쟁의 이유와 당위성에 대해 명시한다. 이는 한번 전쟁의 개시 이후, 종전을 선언하기 전까지 돌이킬 수 없으며, 쉽게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시 행위의 정당성을 일단 천명하고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이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 자신들의 결의와 목표를 통상적으로 밝힌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를 들 수 있으나, 대게 전쟁의 주체가 되는 자국민들에게 전쟁의 향방을 알리고 목적을 제시하여 승리의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내부 단속용에 가까운 이유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전쟁은 법률로서 한 국가가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이자, 어쩌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로지 법률이 허용한 유일한 폭력이 국가의 공권력이며, 이 권력으로 가장 상위 단계가 전쟁인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수반된다. 그것은 아마도 지난 역사의 교훈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국가라는 체계를 수립한 이후로, 정말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분쟁의 기록을 볼 수 있다. 한정된 자원과 땅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며, 때로는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갈등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바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위의 선언문처럼 현대 각 국가의 법령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 저자의 의도...

본작은 온라인 상에서 "압둘와헤구루"로 알려진 웹툰작가와 "살라흐앗딘"으로 활동중인 작가의 공저인 다소 특이한 만화 역사책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역사, 특히 전쟁사에 관한 웹툰으로 유명세를 타고있으며,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전체 인류 역사중 전쟁에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웹툰으로 재구성하여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두 작가는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작품은 역사와 만화를 결합시킨 한국의 최초 사례인 "먼나라 이웃나라"와 유사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다소 가벼워 보이고, 때로는 유아적인 캐릭터와 터치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 간다. 이는 웹툰 특유의 대중친화적 접근에 기댄 전략으로 보이며, 두 저자 특유의 매니아적인 성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각 챕터에서 다뤄야하는 디테일을 매우 잘 정리하고 있으며,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구사하여 전달력에 있어서는 매우 효율적인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나 유아들도 흥미롭게 보다보면 전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심어줄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작가 특유의 해석과 상상력으로 역사적 사실들과 기록들에 대한 코멘트를 대사처럼 활용함으로써 전체 사실에 대한 해석을 돕고 있다. 사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에 대한 지적과 함께, 다소 딱딱한 주제들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외면이 큰 이슈로 부상된 적이 있었다. 매체의 변화와 함께, 학습 패턴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기존 매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바뀐 세대들의 이해력에 대해, 이런 접근 방식은 훨씬 도움을 주며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준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아닌, 저자들의 생각이 일방적으로 주입될 수 있다는 단점도 고스란히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대전 위주로 챕터들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서양사의 흐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기존 책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점이 보인다. 예를 들어 4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의 다양한 면모라던가, 중세 전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된 "크래시 전투"와 같은 챕터는 해당 역사를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은 독자들은 생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서구권에서는 꽤나 비중있게 다뤄지는 역사적 사실들이며, 매니아답게 작가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다루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중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풍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뿐만아니라, 이 작품의 경쟁 상대가 될만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유투브"로 대표되는 지식,역사 컨텐츠일 것이다. 실로 잠시만 검색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의 관련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며 실제로 몇백만의 독자를 자랑하는 역사 유투브도 존재할 지경이다. 따라서 본 도서의 지향점과 가장 강력한 라이벌 격인 존재들에 대해 의식적으로나마 그러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데 이로 인해 다소 가벼워보이는 외형적 단점은 피할 수 없게 된 점이 있다. 단순한 그림체, 매우 생략된 디테일 등은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가볍게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읽고난 후에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결고 이 작가들이 단순하게만 작업한 결과물은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 견해이다.)

또한 분량의 한계때문인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1차 세계 대전 항목이 누락되어 있다. 대신 2차 세계 대전 항목이 후반부에 좀더 자세히 다뤄져 있다. 그러나 2차 대전은 1차 대전의 기반위에 이루어진 측면이 있고, 인류 최초의 기술이 전술을 압도한 전쟁에 속하므로 다뤄지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후에 작가들의 활동 중에 후속편이나, 온라인 상에서 관련 에피소드들이 다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5. 나오며...

인류는 늘 번영과 몰락을 반복해 왔다. 최근의 펜데믹 사태도 전체 인류 역사에서 크나큰 사건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현재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한정된 땅과 자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각국의 욕망에 기댄 정치 세력의 갈등은 영원한 인류의 숙제이다. 즉, 전쟁은 앞으로도 멈춰질 수는 없다는 게 불행한 우리의 결론인 것이다. 그러나 늘 해답을 찾아왔듯이, 우리는 변화와 발전을 도모해왔다. 오욕의 역사도 역사이다. 과가의 사례로부터 미래 세대에 교훈을 넘겨주는 작업을 멈춰서면 안된다. 그러한 작업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시도해 본 두 작가들의 노력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련 컨텐츠를 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쟁으로보는서양사 #살라흐앗딘 #압둘와헤구루 #부커 #전쟁사 #웹툰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북스타그램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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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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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7 : 동물들처럼, 스티븐 어스태드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일찍이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그야말로 강력한 전제 군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 중에는 중앙 집권적인 정치체계와 법체계를 정비하고,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제국에 걸맞는 통치를 펴서, 지금까지 존재하는 중국 대륙의 정치 지형에 큰 초석을 제공한 공도 있고, "분서갱유"나 "만리장성"과 같은 무리한 공사로 인한 큰 과오도 있다. 하지만 말년에 와서 그의 일화 중 대부분은 "불로장생"에 관한 것들이 많이 전해진다. 온갖 역경을 딛고 수많은 적들을 해치우며 권력의 최정점에 등극하기 시작하여, 자신의 치세를 만방에 과시하며 안락한 삶을 구가히지만, 결국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후계구도가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폭정으로 인한 불안감이 엄습한 나머지 생의 연장에 집착하게 되는 망상을 낳았고, 멀리 우리나라에 까지 불로초를 구하러 사람을 파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는 비단 동양의 일만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많은 권력자들이 불로불사에 관심을 가진 나머지 "드라큘라"와 같은 신화나 전승으로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삶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다. 이 과정의 정점에 서게되면 그 지리멸멸한 노고를 보상받으려는 듯, 많은 이들이 영생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자연의 사례들을 모방하며,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인간은 유한함에 아쉬워하며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해 실질적으로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목도하게 되면서, 소위 "게임의 법칙"이 바뀌는 극적인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이제 더이상 관념적으로, 종교적으로 불로불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진보로 현실화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20세기에 들어서 "DNA혁명"으로 생명의 본질에 접근하게 됨에 따라, 그 양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앨라배마 대학의 생물학 교수로써 생태학 분야에 연구를 매진하던 현직 학자이다. 그런데 책에서도 밝히듯이 주머니 쥐의 생태 관찰 중 한 세대의 수명이 종에 따라 매우 격차가 큰 것을 인지하고 난 이후에, 각 종들의 노화와 생명 연장에 대해 진화생물학자로서 수십년간을 매진하게 된 경력이 있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이 분야의 최일선은 분자생물학이나 생화학자들이 DNA 기전을 기반으로 주도하고 있는데 반하여 저자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학자이다. 따라서 일련의 학자들이 노화를 세포단계에서 접근하는 반면, 저자는 진화의 과정 중에서 벌어지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저자의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저술되었으며, 현존하는 생태계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분석하여 "노화"의 근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조절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아직은 명확한 결론이 난 분야는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자신의 연구에서 밝혀낸 것들을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전달한다. 또한 모두의 희망대로 "생명 연장"만이 현재의 가장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점도 같이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진 "웰 다잉(Well-dying)"이란 용어의 등장처럼, 단순히 수명만 길어지는 것이 아닌, 삶의 전반적인 질 또한 중요시하는 관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노화"에 대해서도 공포와 회피보다는 생의 자연스러운 부분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할지를 고민하는 면도 서술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저자의 전공 분야에 한정하여 정말 다양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장수" 사례가 나온다. 우리가 장수의 상징이라 여기는 거북부터 시작하여, 육상의 코끼리나 상어, 심지어 조류나 곤충까지 정말 다양한 생물들의 끊임없는 생과의 사투를 보여준다. 자연에서의 장수 사례의 공통적은 먼저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의 존재가 드물어야 한다. 특정 종을 먹이로 삼는 천적들의 개체 수가 많을수록, 확률적으로 장수할 기회는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로, 종 특유의 타고난 생존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심해에 사는 "관벌레"의 경우 확인된 수명만 수백년에 가까운 개체들이 발견되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남북 전쟁때부터 살아온 개체들도 존재한다.) 아직도 무엇이 이들의 이런 질긴 수명을 결정하는지는 좀더 밝혀내야 하겠지만, 특정 종의 수명은 태생부터 기인하여 내려온 것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고립된 환경이나, 신진대사의 주기를 제한하는 특정 환경에서는 극단적으로 수명이 긴 종들이 종종 발견된다. (그린란드 상어같은 경우) 이들은 진화학적으로 고립된 삶을 영위하도록 발달해왔으며, 그 수혜로 긴 수명 또한 가능하리라고 짐작이 된다.

또한 가장 최상위 종에 속하는 "인류"의 장수와 노화에 대해 흥미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인류는 타 종과 비교하여 비교가 되지 않는 두뇌활동을 하는 종이며, 그 대사과정 또한 아직도 베일에 가린 것이 있을만큼 고도로 복잡한 개체이다. 심지어 자신의 환경을 변형해서라도 개체의 생존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거의 유일한 종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매우 긴 수명을 자랑하며 현재진행형으로 연장되고 있다. (150살 정도를 아직 한계라 본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로는 분자생물학적으로 원래 기대 수명보다 훨씬 길어진 측면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아직도 논란이 많다. 따라서 무엇이 이런 장수를 결정하는지에 대해 예측해보고, 또한 "노화"의 과정도 분석하여 향후 인류의 삶에 대해 예측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선진국가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인 "장수의 저주"와 연결하여 노화의 측면을 분석한다. 모든 이의 기대와 달리 사회학적으로 장수는 필연적으로 "비용"의 증가를 낳는다.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권을 위해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금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는 현재 최장수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웃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문제이다. 젋은 세대와 초고령 세대와의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나, 기저 심리안에서 존재하며 특정 선거나 여론조사에서 확인이 되는 바이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노화의 과정을 분석하고, 우리 인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지를 간략히나마 소개하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현직 학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십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자랑하는 저서이다. 자세한 수치를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지만, 정말 다양한 종들의 사례가 제시되며,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저자가 제시하는 정보를 소화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너무나 방대한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이 분야의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무엇이 가장 장수의 핵심이며, 그것이 어떻게 도모되는가는 현재의 기술로도 모호하다. 게다가 저자는 분자생물학의 관점이 아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므로, 구체적인 면이 없이 그 사례를 나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흥미를 가지기 힘든 독자들에게는 이야기가 겉돌 수 있는 위험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학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존재하며, 너무 지루하지는 않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책의 분량은 흥미위주의 독서를 주로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적절치 않은 정도의 방대함이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소개서나 생각을 논하는 정도의 서적이었다면 강조하고 싶은 부분 이외에 내용을 제외해도 이야기의 전개는 무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흠은 다소 아쉽다.

5. 나오며...



자연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사자에게는 그 힘을 지속시킬 시간과 대사량이 따라오지 못하니, 주기적으로 사냥을 해야만 하는 운명이 주어지고, 차가운 바다에 사는 그린란드 상어는 거의 먹이를 찾기 힘들고, 주변 환경마져 극저온의 극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느린 대사속도와 삶을 택함으로써 300년이 넘는 수명을 자랑하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특유의 지식으로 자연의 한계를 탐구하고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훗날 이 시도가 기적이 될지, 저주가 될지는 후대의 판단에 맡기겠으나, 우리의 욕망 속에 이미 시작된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노화"를 맞이하는 태도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도 매진하는 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저자 또한 그 중의 한 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자연을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한 명의 학자로서 담담하게 우리에게 그 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큰 욕망에 대한 흥미로운 지점을 소개한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향후 저자의 연구 결과가 기대되며 우리의 삶 또한 어느 방향으로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동물들처럼 #스티븐어스태드 #윌북 #진화생물학 #장수 #노화 #YES24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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