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8 :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살라흐 앗 딘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우리는 3,000만 한국인 및 정부를 대표하여 중국?영국?미국?네덜란드?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및 기타 제국(諸國)의 대일(對日) 선전 포고를 삼가 축하한다. 이것은 일본을 쳐부수고 동아시아를 재창조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이에 특히 아래와 같이 성명서를 낸다.
① 한국 전체 인민은 현재 이미 반침략 전선에 참가하였고, 일개 전투 단위가 되어 축심국(軸心國)에 대하여 선전 포고한다.
② 1910년 합병 조약 및 일체 불평등 조약이 무효임을 거듭 선배포한다. 아울러 반침략 국가들이 한국 내에 가지고 있는 합리적 기득권익을 존중한다.
③ 왜구(倭寇)를 한국?중국 및 서태평양에서 완전히 축출하기 위하여 혈전으로 최후의 승리를 이룩한다.
④ 맹세코 일본이 비호하여 조성된 창춘(長春) 및 난징 정권(南京政權)을 승인하지 않는다.
⑤ 나구선언(羅邱宣言) 각 조를 단호히 주장하며 한국 독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적용하며 이것으로 인해 특히 민주 전선의 최후 승리를 미리 축하한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 주석 김구(인), 외무부장 조소앙(인)
대한민국 23년(1941) 12월 10일.
위 전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일선전성명서"이다. 이 전문을 읽어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전쟁에 대한 의도뿐 아니라, 일반적인 전쟁의 의도를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먼저 전쟁의 주체와 상대가 적시된다. 국가간 전쟁 수행에 있어 전쟁은 외교적 행위의 최후 형태이므로, 당사자가 명확히 적시되어야 국제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없게된다. 둘째로, 현재 선포하고 있는 전쟁의 이유와 당위성에 대해 명시한다. 이는 한번 전쟁의 개시 이후, 종전을 선언하기 전까지 돌이킬 수 없으며, 쉽게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시 행위의 정당성을 일단 천명하고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이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 자신들의 결의와 목표를 통상적으로 밝힌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를 들 수 있으나, 대게 전쟁의 주체가 되는 자국민들에게 전쟁의 향방을 알리고 목적을 제시하여 승리의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내부 단속용에 가까운 이유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전쟁은 법률로서 한 국가가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이자, 어쩌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로지 법률이 허용한 유일한 폭력이 국가의 공권력이며, 이 권력으로 가장 상위 단계가 전쟁인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수반된다. 그것은 아마도 지난 역사의 교훈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국가라는 체계를 수립한 이후로, 정말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분쟁의 기록을 볼 수 있다. 한정된 자원과 땅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며, 때로는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갈등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바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위의 선언문처럼 현대 각 국가의 법령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 저자의 의도...


본작은 온라인 상에서 "압둘와헤구루"로 알려진 웹툰작가와 "살라흐앗딘"으로 활동중인 작가의 공저인 다소 특이한 만화 역사책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역사, 특히 전쟁사에 관한 웹툰으로 유명세를 타고있으며,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전체 인류 역사중 전쟁에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웹툰으로 재구성하여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두 작가는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작품은 역사와 만화를 결합시킨 한국의 최초 사례인 "먼나라 이웃나라"와 유사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다소 가벼워 보이고, 때로는 유아적인 캐릭터와 터치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 간다. 이는 웹툰 특유의 대중친화적 접근에 기댄 전략으로 보이며, 두 저자 특유의 매니아적인 성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각 챕터에서 다뤄야하는 디테일을 매우 잘 정리하고 있으며,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구사하여 전달력에 있어서는 매우 효율적인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나 유아들도 흥미롭게 보다보면 전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심어줄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작가 특유의 해석과 상상력으로 역사적 사실들과 기록들에 대한 코멘트를 대사처럼 활용함으로써 전체 사실에 대한 해석을 돕고 있다. 사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에 대한 지적과 함께, 다소 딱딱한 주제들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외면이 큰 이슈로 부상된 적이 있었다. 매체의 변화와 함께, 학습 패턴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기존 매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바뀐 세대들의 이해력에 대해, 이런 접근 방식은 훨씬 도움을 주며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준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아닌, 저자들의 생각이 일방적으로 주입될 수 있다는 단점도 고스란히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대전 위주로 챕터들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서양사의 흐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기존 책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점이 보인다. 예를 들어 4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의 다양한 면모라던가, 중세 전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된 "크래시 전투"와 같은 챕터는 해당 역사를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은 독자들은 생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서구권에서는 꽤나 비중있게 다뤄지는 역사적 사실들이며, 매니아답게 작가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다루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중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풍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뿐만아니라, 이 작품의 경쟁 상대가 될만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유투브"로 대표되는 지식,역사 컨텐츠일 것이다. 실로 잠시만 검색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의 관련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며 실제로 몇백만의 독자를 자랑하는 역사 유투브도 존재할 지경이다. 따라서 본 도서의 지향점과 가장 강력한 라이벌 격인 존재들에 대해 의식적으로나마 그러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데 이로 인해 다소 가벼워보이는 외형적 단점은 피할 수 없게 된 점이 있다. 단순한 그림체, 매우 생략된 디테일 등은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가볍게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읽고난 후에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결고 이 작가들이 단순하게만 작업한 결과물은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 견해이다.)
또한 분량의 한계때문인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1차 세계 대전 항목이 누락되어 있다. 대신 2차 세계 대전 항목이 후반부에 좀더 자세히 다뤄져 있다. 그러나 2차 대전은 1차 대전의 기반위에 이루어진 측면이 있고, 인류 최초의 기술이 전술을 압도한 전쟁에 속하므로 다뤄지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후에 작가들의 활동 중에 후속편이나, 온라인 상에서 관련 에피소드들이 다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5. 나오며...

인류는 늘 번영과 몰락을 반복해 왔다. 최근의 펜데믹 사태도 전체 인류 역사에서 크나큰 사건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현재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한정된 땅과 자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각국의 욕망에 기댄 정치 세력의 갈등은 영원한 인류의 숙제이다. 즉, 전쟁은 앞으로도 멈춰질 수는 없다는 게 불행한 우리의 결론인 것이다. 그러나 늘 해답을 찾아왔듯이, 우리는 변화와 발전을 도모해왔다. 오욕의 역사도 역사이다. 과가의 사례로부터 미래 세대에 교훈을 넘겨주는 작업을 멈춰서면 안된다. 그러한 작업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시도해 본 두 작가들의 노력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련 컨텐츠를 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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