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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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1 :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스테파노 산드로네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Newton :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men... - Sir. Isaac Newton

(내 비록 천체의 원리는 계산할 수 있을 지언정,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않되더라...) - 뉴턴 

이 문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이 이른바 "남해주식회사 사기사건"의 와중에 주식 투기로 거액의 손실을 본 후 내뱉은 말이라 전해지는 인용구이다. 경제사를 잠시 들춰보면, 이 사건은 초기 자본주의 형성 단계에서 가장 큰 세 개의 버블사태 중 하나였던 대규모 사기사건이다. 이 사태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하며 18세기 당시 영국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잠시만 이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주가 조작"과 매우 유사하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가공된 호재로 특정 회사의 주식 가격을 몇 십배로 폭등시키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관료들과 의회 정치 세력에 막강한 로비를 하여 규제를 무마시킨다.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주가에 영국 국민들 뿐만 아니라 온 유럽의 사람들에게 광풍을 불러모으고, 1000% 가까이 오르는 기현상을 낳게 되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너나 할거 없이 주식을 구매하고, 이 당시 조폐국장을 겸임으로 하고 있던 당대의 과학자 뉴턴마져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결국 버블은 터지게 마련이고, 폭락을 거듭한 끝에 전재산의 대부분을 잃게되고 채권자들의 독촉을 피해 매일 도망다녀야 하는 신세로까지 전락하게 된다. 일설에 의하면 이를 만회하려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금술"에 집착하게 되며, 과학자로서는 믿지 못할 해프닝마져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로 음악가 헨델은 이 사건으로 거액의 부를 얻었다고도 전해진다.)

이처럼 당대에 가장 혁신적인 생각과 분석으로 한 획을 그은 학자조차, 그 흔한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될 만큼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나 우리나라를 비롯, 동양권의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오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업적이 전체 인격에 대한 맹신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마는 것이다. 비단 뉴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들의 다른 면모는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는 뇌과학자로서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교류와 회의로 유명한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촉망받는 학자로 선정된 바 있는 권위있는 학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에서는 기존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와 대담을 통해 자신의 업적보다는 연구동기와 수상 당시 배경, 그리고 인간적인 부분에 촛점을 맞춘 이색적인 책이다. 도입부에서 지적했던데로, 과학자로서의 최고 영예인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권위를 걷어내고, 수상자 자체의 인간적인 면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예술 또는 비판의견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곁들이며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어나감에 있어, 매우 사적인 느낌이 드는 대담집을 보는 착각을 불러오며, 수상자로서의 모습보다는 개별 인격체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올 정도로 저술이 되어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으례 정통과학을 소개하는 서적에서 기대하는 학문적 깊이는 이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략 19명의 수상자들을 인터뷰하며 각자가 수상한 분야에서 그들의 업적은 이미 "수상" 그 자체로 인정받은 것으로 선을 긋고, 그 이면을 주로 다루고 있다. 오히려 타 연구그룹과의 불꽃튀는 경쟁이라든지, 어린 시절의 특정 동기를 통해 자신의 연구 일생 전반에 걸친 영향을 즐거이 논한다든지, 때로는 연구실적에 눈이 멀어 학자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난 주위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든지...등등의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마치 걸작 영화를 만든 대감독에 대해 "메이킹 무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수상자 개인의 독특한 철학이나 인생관에 대해 꽤나 진지한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과 다른 학문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연구에 모티브를 준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다시 조명받는 이른바 학문의 "통섭적" 자세를 의식한듯한 내용이다. 아직도 일반 대중들은 계몽주의 시대의 편향된 과학관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과학만이 객관적이며, 다른 학문의 상호작용이나 영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학문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 분야에서도 과학의 분석적 태도나 방법론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철학의 관점이 과학 분야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점점 통섭적인 인재상이 요구되며, 다시 한번 고대의 "만능 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흐름을 역시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거장들의 솔직한 심정이 눈에 띄었다. 저자는 인터뷰의 말미에 거의 대부분 향후 세대에 대한 예견과 당부의 말을 부탁하고 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을 쭉 읽어보면 의외로 "전 아직 잘 모릅니다"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연구현장에서 자주 통용되는 말이지만, 일반 대중들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르게 다가설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답변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처럼, 특정 분야를 남다르게 깊게 연구하다보면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것 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불빛하나 없이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 심정으로 자연의 이치를 하나둘씩 찾아가는 여정인것이다. 이제와 남보다 더 멀리 길을 찾아서 왔고, 지나온 길을 기억할수는 있으나, 앞으로 더 나아갈 길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여전히 아득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지식에 견주어 신처럼 보이는 이 거장들에게 현인으로서의 과도한 기대를 걷어내야 한다. 이들도 위대하였지만 한낱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저서는 해당 수상자와 일대일 인터뷰의 형식으로 쓰여진 일종의 대담집에 가깝다. 따라서 비교적 자유로이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질의 응답을 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의 전개는 종잡을 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칫 잘못하면 두서없는 진행이 될수도 있지만 다행히도 이 저서에서는 그런 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학자들의 습성상, 타 연구자들이나 기성 동료들에 대한 비판내지는 지적을 잘 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리 노벨상 수상자들이라도 인격적 실수나 흠이 있다. 잘 알려진 사례로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낸 왓슨과 크릭은 동료의 연구결과를 도용한 의심을 여전히 받고 있으며, 자신의 연구결과에 몰두한 나머지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과학자 개인의 업적은 위대할 지언정 그 인격이나 행실마져 그런 정도의 격을 가지지 못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흑역사나 오류에 대해서 과감히 발언하는 학자가 적어서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학계라는 울타리에 기대어 사는 이들로서는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특정 분야에 한정해 연구를 진행해오다보니, 한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이고 동업자 의식 내지는 동병상련의 심리가 없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관행이나 오류에 대해서 과감히 발언하는 수상자들은 비교적 적어, 차차로 과학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 즉 "과학윤리"에 대한 측면이 점점 강조될 것이라는 예견도 해본다.

5. 나오며...

과학자들, 특히 노벨상 수상자와 같이 거장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은 다음의 사례가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일찍이 근대 산업 사회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독일 제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민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지배적인 사상인 제국주의는 국가 근본을 독점 산업 자본의 확장을 기조로 발달해온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한계를 절감한 독일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해 다음의 표어를 내세우며 국가 총력 체제로 과학 기술 분야를 지원하기에 이른다.

식민지 대신 화학...! - 오토 폰 비스마르크

 이에 소위 괴팅겐 학파로 망라되는 일군의 독일 학자들이 뛰어난 연구결과와 발전을 거듭하게 되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츠 하버(1868~1934)이다. 당시 식민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질소비료의 원료인 초석을 얻을 수 없는 조국 독일을 위해 공기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방법을 개발, 이로 인해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다. 이는 실로 놀라운 발견이며, 당시 식량생산의 한계로 고통받는 조국과 여러 국가들을 기아에서 벗어나게끔 한 위대한 업적을 세우게 된다. 일약 국가의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그 어떤 유명인사보다도 엄청난 대중의 지지와 환호를 한 몸에 받게된다. 그런데 1차 대전의 전세가 조국 독일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끝내 하버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위대한 재능으로, 인류 역사상 전무했던 독가스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끝내 아내는 하버의 연구에 반대하다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는 후에 2차 대전의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에 그 수단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용서받지 못하는 행위이다. 

이처럼 과학적 업적과 그 개인의 인격체로서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업적과 개인을 분리해서 반드시 봐야하며, 한 인물을 평가할 때 공과 과를 적절히 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그들도 한계가 명확한 인간이다. 소위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들의 진솔한 모습과 의외로 사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대중들의 인식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시도인것 같다. 향후에도 이러한 책들이 널리 대중들에게 읽혀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마친다.

#스톡홀름에서걸려온전화 #스테파노산드로네 #서울경제신문 #노벨상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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